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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들의 교향곡 - 76부

야설 0 187

그런 그녀를 보니 더욱더 괴롭기만 했다. 그러다가 마담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을때 그의 괴로워하는 심정을 엄마가 눈치챘었던게 문득 떠 올랐다.

[가만있어봐... 마담이 또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일난다.....................]

마담이 조금전에 엄마에 
대해서 했던 말들을 다시한번 상기하며 그는 애써 얼굴표정을 밝게 짓고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지금 문 닫는거야?............................................"

"응... 데이트는 잘했어?....................................."

"엉?..............................................................."


선규가 소스라치게 놀래자 엄마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의 볼을 꼬집었다.


"아까보니까... 그 손님에게 넋을 잃고있는게 보이더라............."

"내... 내가 언제..............................................."


그가 안도를 하며 겸연쩍게 웃자 엄마는 감탄하는 얼굴로 말했다.


"하긴 내가 봐도 대단한 미모와 매력을 겸비했더라... 남자들이 지나가면서 한번쯤은 쳐다보겠더라... 거기다가 언행도 기품있어 교양있게 보이고... 너한테는 어떻게 대하든?........"

"그... 그냥 도와줘서 고맙다며 약국에 온 이유를 말씀해 주셨어.............."

"네가 봐도 매력있지?........................................"

"아니야... 난 그사람보다 엄마가 훨씬 더 예뻐......."


그러자 엄마는 웃으며 그의 볼을 다시 잡고 흔들었다.


"으이구... 솔직히 얘기해도 돼............................"

"정말이라니까................................................."


그의 말에 기분 좋아하는 엄마를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정말 그 손님과 거래를 할거야?..............."

"제시하는 조건도 괜찮아서 하게되면 좋겠지... 하지만... 결정된건 아니야.........."


그말을 들으며 선규는 어떡하든 엄마가 마담과 계약을 하지않을 방법을 생각해보았으나 마땅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내가 엄마라도 그런 거래가 있으면 하겠지........................................]

그러면서 엄마를 따라서 집에 들어가던 선규에게는 불현 듯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었다. 
지난번에 술집에서 옷에 여자 분자국을 묻혀왔었을때는 엄마가 질투를 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마담에게 반해서 넋을 읽고 쳐다본걸로 생각하면서 왜 아무렇지 않아하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집에 들어가자 엄마는 
얼른 저녁을 차려주겠다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선규는 그런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엄마... 질투안나?........................................." 

"뭐가?........................................................"

"아까 엄마가 그랬었잖아... 내가... 그 손님을 쳐다보고 있는걸 알고 있었다고..........."

"그럼... 정말... 그 손님이 네마음에 들어 그런거야?............................................."


이상하다는 표정이 조금도 없이 말하는 엄마를 보며 선규는 황급히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도대체 누가 문닫는시간에 왔나해서 본거야... 내가 그런거 싫어한다는걸 알잖아..........."


그러자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며 미소진 얼굴로 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왜 질투를 느껴야 하는데?....................."

"저번에 옷에 분자국을 묻혔다고 질투냈었잖아... 그런데... 내가 엄마 앞에서 다른 여자를 쳐다봤는데도 질투가 나지 않는단 말이야?............"


그소리에 엄마의 얼굴에는 약간의 홍조가 나타났다. 그러나 곧 부드러운 기색으로 상냥하게 입을 열었다.


"그거하고는 다른 일이지... 그리고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있으면... 남자라면 한번쯤은 쳐다볼수도 있는거 아니야?... 나도 그정도는 이해해... 더군다나 그 손님은 너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인데... 내가 질투를 느낄 이유가 아무것도 없잖아?............................"
 

"그럼... 엄마는 나이 차이때문에 별 신경을 안쓰는거야?..................................." 

"응... 비슷한 나이또래도 아닌데... 네가 설마 그 여자와 사귀겠니?... 그리고... 그 손님이 이런걸 들으면 어이가 없다고 웃겠다......................"


편안한 얼굴로 말하는 엄마를 보며 선규는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

[이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진짜로 그사실을 알게되면... 그자리에서 
쓰러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엄마가 알게될까하는 두려움이 더욱 커져갔다.


"만약에 내가 그런 나이있는 여자와 정말로 무슨일이 있다면 어떡할래?.............."


숨도 제대로 못쉬며 매우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미소짓던 엄마는 더 크게 웃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겠니?... 나이많은 여자라면 내가 있잖아... 너도 나밖에 없다며?... 여자를 만날려면 나중에 당연히 네또래의 여자를 만나야지 꼭 그렇게 될거라고 난 너를 믿어......"
 

그의 볼을 마구 어루만지다가 아주 가볍게 입맞춤을 해준 엄마는 여전히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멍하니 서있는 선규는 속으로 그녀에게 절박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야... 엄마!... 나 정말... 그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고!...........]


그로부터 며칠후에 선규는 신문배달을 그만두었다. 태수에게는 사정이 있어서 그런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엄마에게는 당분간 절대로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태수는 처음에
무슨 안좋은 일을 하냐고 의심을 했지만 그에게 기타를 가르쳐 줄 더 실력이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서 적당한 핑계를 댔다. 태수도 그가 기타에 빠져있는걸 알기때문에 정당히 하라고만
할 뿐 더 이상은 별다를 말을 하지않았다.
 

배달을 그만 둔 바로 그 다음날 교문을 나서는데 선규의 바지 주머니속에서 진동이 왔다. 공중전화기에 가서 삐삐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걸으니 마담의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집으로 지금당장 와................................"

"................................................................"

"어제 배달을 그만뒀다는걸 다 알고 하는 전화야... 안오면 알아서 해..........."


그말을 냉혹하게 내 뱉은 다음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협박이 들어간 명령조였다. 한숨을 쉬면서 전화를 내려놓은 선규는 곧장 마담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반발심이
조금도 없는 그는 그저 마담의 눈 밖에 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주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녀의 집을 가자 마담은 무표정으로 우선 씻으라는 말만 했다. 샤워를 한다음 수건으로
아랫도리만을 가리고 나오자 그녀는 평범한 
상의에 짧은 치마를 입고 침대 옆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마담의 손짓에 따라서 선규는 허리에 두른 수건을
잡으며 그녀를 마주보는 침대 가장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그녀는 풀이 죽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있다가 딱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진작부터 이렇게 말을 잘 들었다면 이런일이 없잖아................................"

"................................................................"

"그런데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게 있어... 너... 애인은 정말 있는거냐?.........."


그말에 선규는 숙이고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나 그의 반응에는 개의치가 않은지 마담은 손에 들고있는 담배만을 응시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사람을 시켜 네뒤를 밟게 해봤는데... 만나는 여자가 아무도 없었어..... 학교끝나고 신문배달하면 곧장 집에 가고..... 보통 애인이 있다면 시도때도없이 만나는데.........."


그리고는 마담이 한쪽눈을 치켜세우고 바라보자 선규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어...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네가 여기서 나를 협박한 바로 다음날 부터......"
 

그말을 듣고 선규는 그 이후에 선생님집을 간적이 없었다는걸 확인하자 깊은 안도를 했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큰일이었다. 선생님은 둘째치고 엄마와의 관계까지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 발밑에 얼른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이제부터 진짜로 말 잘들을테니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사정할게요........................"


다리를 꼬고서 앉아있는 마담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발밑에 있는 그를 말 없이 응시했다. 고개를 아주 약간 들어 쳐더보니 입가에 머금고있는 그녀의 미소는 섬뜩해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였다.
 

"네애인에 대해서 물어봤어............................"

"저번에 다퉈서 요즘은 만나지 않고 있어요......."

"그럼... 지금은 만나는 여자가 나밖에 없다는 말이야?............"

"네..........................................................."
 

선규가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하자 마담은 애완견을 다루듯이 허리를 약간 숙여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선규는 너무나도 수치심이 들어 치가 떨렸다.
 

"그럼 하나밖에 없는 지금애인한테 잘해야지 그러면 돼?... 내마음이 얼마나 섭섭했었는줄 알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그때 네어머니가 나를 보고 뭐라 그러시든?....."


선규가 하얗게 된 얼굴로 쳐다보자 마담은 고개를 뒤로 재치며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뭘 그렇게 놀라?... 따지고 보면 나한테는 시어머니잖아... 그러니 나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를 궁금해 하는거는 당연한거지.........."

"그... 그냥 미인이시고 언행이 바르신 분이라는 말씀밖에는.............."

"그럼... 내가 시어머님께 합격을 받은거네......."


어쩔줄을 몰라하는 선규의 얼굴을 즐기던 마담은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바꿨다.


"네가 하기에 달려있다는걸 명심해................"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꼬고있던 다리를 풀고 그의 눈앞에서 두다리를 벌렸다.


"지난번에 하다가 그만뒀던걸 마저 끝내........."


무슨 소린가 하며 고개를 들던 선규는 그녀의 치마속을 보고 경악을 했다. 마담의 치마속에는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가 않았다. 미끈한 두 다리사이에서 깊숙한곳에 자리잡고 있는 검은
수풀들을 보던 선규가 너무나 놀라서 경직을 하고있자 마담은 미간을 찌푸리고 
짜증을 냈다.
 

"어서 해... 그리고 오늘은 저번처럼 심통내고 그러는게 안통할줄 알아................"


그리고는 둔부를 앞으로 내밀자 선규는 치마를 조심스럽게 올리고 그녀의 두다리를 좀더 벌려 입술을 수풀앞에 갖다대었다. 아직 흥분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오늘 만큼은 그녀의 음부가
건조했다. 수풀들을 혜집고 저번에 하던대로 꽃잎을 빨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애액이 
흘러나오며 음부가 부풀어지고 있었다. 마담은 의자등에 머리를 기대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쾌감으로 몸을 움직일때마다 
안락의자는 앞뒤로 조금씩 흔들렸다.
 

"아....... 아..............................................."


동굴 주위를 핥던 선규의 머리속에는 불현 듯 지난번에 손가락을 그녀의 질안에 넣었을때 음핵을 만지자 그녀가 몹시 흥분했었다는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두 엄지 손지락으로 입구의
양옆을 벌리자 흥건히 젖고있는 빨간색의 조개살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혀끝으로 더듬으면서 
이곳저곳을 탐색하다가 마침내 동굴 위에 있는 클리토리스를 찾아내고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러자 마담은 두 다리를 더 크게 
벌리고 광분을 했다.
 

"허억... 그렇지... 거기를... 아흑.................."


그녀의 신음을 들으며 선규는 침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입으로 점점 커져가는 음핵을 마구 빨아먹었다. 그의 입안으로 흡입될때마다 꽃잎에서 나오는 쭈욱쭈욱하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여자의 음부를 빠는거였지만 선규의 마음속에서는 흥분이나 
신기함이 조금도 없었다. 마담이 만족하지 않으면 어떡하나하는 불안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데 갑자기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나이가 아무 상관없다는걸 엄마는 모르나?...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 여자가 엄마라면 얼마나 좋아?...................]

그런 생각을 
하는데 별안간 마담이 아까보다 더 크게 교성을 내지르며 그의 머리를 붙잡아 음부로 마구 밀착시켰다. 음부에 얼굴을 파묻어 숨을 쉬기가 어려웠지만 선규는 하던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가슴속에는 어서빨리 행위를 끝내고 이집을 나가고 싶은 심정밖에 없었다. 마담의 
육체는 심하게 들썩거리며 그의 머리카락들을 움켜잡고 울부짖었다.
 

"아악....... 좀더.......... 하악............ 그렇게............. 허억..........................."


그녀의 흥분하는 소리를 들을수록 선규는 빨고있는 입에 흡입력을 더욱더 강하게 했다. 이제는 음부가 너무나도 젖어있어서 질의 감촉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얼마가 지나자 갑자기
마담은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더니 선규의 머리를 두 다리로 꽉 조이고 온 몸에 심한 경련을 
내면서 비명을 질렀다.
 

"으악!... 아악!... 악!... 허억!......................."


어찌나 소리를 크게 지르는지 옆집에 들리지 않나하는 조바심이 생길 정도였다. 한참동안 발광하던 마담은 이윽고 몸을 의자에 내려놓으며 그의 머리를 조이고있던 다리에 힘을 풀고서
잠잠해졌다. 그제서야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풀려난 선규는 막혀있던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축 늘어져있는 마담을 쳐다보았다.
 

"헉헉....................................................."


정신이 나간듯이 있는 마담은 어느새 상의가 올라가 부풀어오른 젖꼭지들을 노출시키고 있었고 두 다리사이에 있는 꽃잎은 아주 커다란 구멍이 생겨 아까보다 더욱 빨갛게 된 조개살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만족을 한거 같아 어쨋든 안심이 되긴 했다. 잠시후 
눈을 뜬 그녀는 아직까지 바닥에 앉아있는 선규를 보더니 엷은 미소를 짓고는 휴지를 꺼내
밑으로 내려가서 침과 애액이 흐르고있는 
그의 입언저리를 닦아주었다. 그런다음 멍하게 있는 그를 껴 안고 등을 다독거렸다.
 

"이게 처음이었니?...................................."

"네... 제가 잘했어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이 잠긴 음성으로 속삭였다.


"아주 잘했어... 네가 이런거에 타고났나 보다... 이런걸 하면서 그렇게 흥분해보기는 처음이었어................."


그 소리를 듣고 아주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자 마담은 포옹을 풀고 어느새 열려진 수건속에서 발기된 성기를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성기를 애무해 주다가 손을 떼고 다시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돌아가도록 해... 내가 또 연락하면 오늘처럼 바로 달려와야 한다......................"


다시 도도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선규는 일어나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 흥분때문에 사정을 하지않은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긴했지만 어쨋든 더이상 마담과
같이 있지를 않고 이집을 나갈수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했다. 마담은 빽에서 돈을 
꺼내서 내밀었다.
 

"받어...................................................."

"괜찮아요............................................."

"어서 받어!..........................................."
 

그녀가 정색을 하며 소리지르자 선규는 마지 못해 돈을 받았다. 그제서야 마담은 굳었던 얼굴표정을 풀고 흐뭇한 미소를 내지었다.
 

"내가 주고싶어서 그러는거니까 싫더라도 받어... 네가 하도 받지를 않아서 가게에 데려가 술이라고 줄려고 했지만... 지난번처럼 영수증을 가지고오는 엉뚱한 짓을 또 할수있잖아......"


마치 몸을 파는 인간이 된거 같아 씁쓸한 심정으로 돈을 보고있던 선규는 고개를 들고 처량하게 말했다.
 

"누나에게 저는 뭐에요?.........................."

"예전에는 귀여운 아이... 하지만 지금은 말 안듣는 못된 아이야.............."


그녀가 빙글거리며 대답하는걸 듣고 선규는 기가 막혔다.

[완전히 장난감으로 생각하는구만............]

마담을 보는것만으로도 속이 역겨워서 얼른 나갈려고 하다가 사정하는 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 제뒤를 밟으실거에요?...................."

"네가 하는걸 봐서................................."

"말 잘듣는다고 했잖아요........................"

"이건 네가 판 무덤이야... 내가 너를 아직 예쁘게 보고있어서... 이정도로 그친걸 다행으로 알아............."


얼마동안 애처로운 표정을 짓던 선규는 더이상 소용이 없다는걸 깨닫고 집을 나왔다.

[이제는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 되겠네... 잘못한것도 
없는데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분노가 치밀어올라 1층에서 엘레베이터문이 열라자마자 밖으로 달려나갔다.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보여 
가급적이면 이동네를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데 별안간
누가 그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돌아세웠다. 뛰어가던 
선규는 그바람에 넘어질뻔해서 자신을 세운 사람을 화가 난 얼굴로 쳐다보다가 곧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선규의 눈앞에는
처음 
만났을때처럼 몸전체에서 찬바람이 도는 담임선생님이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고 있었다.
 

"서... 선생님......................................."


마담의 집앞에서 선생님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선규는 혼이 나간것처럼 그냥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며 간신히 입이나마 열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냉기가 도는
무표정이었으나 눈에서는 극심한 분노가 보였다. 그러나 겨우 정신을 수습한 선규는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하는 궁금함과 그녀의 남편에 대해서 알고있는것 보다는 마담이나
그녀가 고용한 사람이 그들을 지금 
지켜보고 있지않나하는 겁부터 들었다.
 

[지금 여기서 선생님과 나간다면 마담이 창문으로 볼수있겠지?... 어떡하든 선생님이 누구인지를 모르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한 
선규는 선생님이 그를 노려보고 있건말건 상관하지않고 입을 그녀의 귀에 가까이대며 다급하게 속삭였다.
 

"여기서... 한참을 나가면 공원이 있어요... 제가 먼저 달려나갈테니... 선생님은 저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천천히 따라오세요... 그리고... 절대로 위나 주위를 보시면 안돼요...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녀의 얼굴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변했으나 선규는 말이 끝나자마자 아주 전속력으로 뛰어나갔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오로지 선생님이 그의 말대로 따라주기만을 바랄뿐이었다.
한참을 쉬지않고 뛰어가서 이윽고 공원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달리기를 멈추고 아주 가쁜숨을 
몰아쉬며 나무들이 모여있는쪽으로 몸을 숨겼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주위를
살펴봐도 그를 따라오거나 주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를 않았다. 이윽고 호흡을 진정시키자 비로소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과 의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선생님을
만나고나서 부터 지금까지는 너무나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선생님이 그냥 거기를 지나가는 길이었을까?... 아니야... 얼굴을 보니까 다 알고오신거 같던데... 왜 이렇게 일이 자꾸 꼬이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선생님이 어떻게 마담집을 찾았는지를 알수가 없었다. 너무나 두려움이 들어서 그냥 도망을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어차피 학교에서 그녀를 매일 만나기때문에
도망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남편에 대해서는 아시고 있으신걸까?... 어떡하지?... 선생님이 아셨으면 난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렇게되면 엄마에게도 이 사실이 알려질텐데..............]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선규는 울고만 싶었다. 심지어는 그냥 
목숨을 끊어버릴까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는데 마침내 천천히 걸어오는 선생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전히 굳어있는 얼굴로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그가 있는쪽으로 가까이오는 그녀는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았다. 나무뒤에 숨어있던 선규는 긴장을 하며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여기에요..........................................."
 

선생님이 그를 발견하고 다가오자 선규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아 그의 뒤로 끌어당기고는 다시 그녀를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나하여 얼굴을 아주 약간 내밀고 살폈다.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아파트 입구에서 보았던거처럼 
차가운 인상의 그녀는 그에게서 무슨 설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기색이었다.
 

"어떻게 된건지 말해봐........................."

"......................................................"


"학교에서... 네얘기를 듣고 이상하다는걸 느꼈었어... 마치 뭔가를 알고있다는거 말이야... 그래서 지난 며칠동안 네뒤를 밟았었지... 방금전에 나왔던... 여자집에 두번이나 찾아가고 또
 그 여자는 너희 약국까지 찾아갔더라... 거기다가 제일 놀라운것은 그여자집을 지켜보고 있는데... 애들 
아빠가 거기서 잠을 잔다는거야... 어떻게 된건지 어서 설명해봐............."
 

걱정했던게 사실로 드러나자 선규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제는 모든게 끝장이구나... 몇 사람이나 내 뒤를 밟았는데... 나는 어떻게 눈치를 
하나도 못 챌수가 있었지?..........]

선생님의 노려보는 눈길은 더이상 아무것도 숨기지 말라는 강요의 빛을 던지고 있었다. 모든것을 포기한 
선규는 힘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충격을 받을 엄마와 그녀의 남편과 제자가
한 여자와 그런 관계라는걸 선생님이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말을 할려고 고개를 약간 들어보니 조금 떨어진곳에 있는 벤치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보니까 나무들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사이에 
있어서 누가 지나가도 눈에 잘 띄지를 않을거 같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서서는 도저히 얘기를 못할것 같아서 벤치를 가리켰다.
 

"저기에 앉아서 다 얘기해드릴게요........"


벤치를 바라본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와 함께 벤치에 앉아서 싸늘한 얼굴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있던 선규는 그런 상태에서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마담을 만나서 강제로 
당한 일 술집에서 그녀를 안고있는 선생님 남편을 본 일 그가 마담의 집에서 산다는걸 들은 얘기 몇번 반발하다가 그녀의
손 아귀에 
잡힌 일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것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그동안 속에 있었던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설움같은것들이 복받혀 올라오는걸 감당못하고 그도모르게
얼굴을 감싸고있는 두 손안에서 조용히 흐느껴 울었다.
 

"그 여자가 혁재 아버지를 만나고 있다는걸 정말 몰랐었어요... 죄송해요... 선생님... 제딴에는 혼자서 어떻게 해볼려고 했었는데... 너무나 역부족이었어요..........."


말을 모두 끝 마친 선규는 앞으로 어떻게 될건가에 대해서 많은 근심과 두려움이 밀려왔으나 그래도 혼자 고민하던것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놔서 심정이 시원섭섭하기도 하였다. 그러는데
선생님이 그의 손을 잡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얼굴을 들어 말 없이 쳐다보았다. 화를 많이 낼줄로 
예상했던 그녀의 얼굴은 뜻밖에도 슬픔과 동정이 들어가 있었다.
 

"너에게 그런일들이 일어난줄도 모르고..... 진작 나에게 말해주지 그랬어?......................."


측은한듯이 말하는 그녀의 어조도 아까와는 정반대로 매우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네가 상심이 많았겠구나......................"


그리고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는 선규를 가슴 품안에 안고는 등을 다독거려주며 달래었다. 엄마같이 따듯한 느낌이 나는 선생님의 품안에 들어오자 선규는 오래간만에 평온이 찾아온 것
같았다. 마치 엄마에게 안겨있을때처럼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들어 그동안 그의 
가슴을 억누르고있던 괴로움과 고민이 사라지고 심신이 지쳐져서 언제까지나 그런 상태로 있고
싶었다. 한참이 지난후에 울음이 가라않자 
문득 며칠전에 선생님이 그의 가슴에 기대고 울었는데 지금 입장이 뒤바뀌어져 있어서 묘한 느낌도 들었다. 그가 진정된걸 알아 챈 선생님은
그의 얼굴을 들어 손수건으로 눈물자국을 닦아주며 따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네걱정 하기도 벅찼을텐데... 내생각도 그렇게 해줬다니 고마워... 선규야..............."

"화 안나셨어요?................................."

"내가 왜 화가 나?... 오히려 미안한데....."


그러더니 마담의 아파트쪽을 쳐다보며 분노가 가득 들어간 얼굴표정을 지었다.


"정말 나쁜 사람이구나........................."


그리고는 다시 선규를 보며 말했다.


"이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너는 마음놓고 있어....................."

"그러시지 마세요... 그러다가 선생님까지 다치실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녀는 단호히 머리를 내저었다.


"이건 내일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이제 그만 속을 앓지마............"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그사람이 어떤 사람인줄 몰라서 그러시는거에요... 지금도 제가... 선생님과 같이 있으면 안돼요... 제가 그냥 그사람을 만나면서 어떡하든
 혁재아버지를 단념하도록 해볼테니까... 선생님은 그냥 계세요..................."
 

"내남편이 연관되어 있고... 네가 그런 안 좋은일에 빠져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척 할수있니?... 걱정하지마...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협박을 한다고 하니 만일을 대비해서 네어머님께 전부 말씀드리자..............."


그말을 듣자 선규는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펄쩍 뛰었다.


"그건 안돼요!...................................."

"괜찮아... 처음에는 많이 놀라시겠지만 이해를 하실거야... 나도 잘 말씀드려줄게........................"

"그래도 안돼요!... 엄마에게 알려지면 절대 안돼요... 그러실거면 저는 가출할거나 죽을거에요......."

"뭐?................................................"


기겁을 한 선생님은 그녀에게서 떨어져 잔뜩 긴장하고 있는 선규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니 제발 엄마한테는 말씀하시지 말아주세요... 그거 들으면 엄마는 쓰러지세요... 저는 엄마가 그러는거 못봐요..........."

"그렇지않아... 네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인데... 당연히 용서해 주시겠지............................"

"부탁이에요... 선생님... 제가 가출하거나 자살하는걸 보고싶지를 않으시다면... 제발 그러지를 말아주세요......................."


간곡히 애원하는 선규를 한참동안 응시하던 선생님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는다면 말씀 안드릴게...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시는 어머님께 정말로 그여자가 찾아와서 말을 한다면 충격이 더 크실거야.........."

"그건 제가 알아서 할테니... 선생님은 그냥 모르는척 해주세요................."

"그래... 알았어................................."


설득을 단념한 그녀는 긴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서야 안도를 한 선규는 긴장을 풀고 벤치에 제대로 앉을수가 있었다.


"어머님 생각이 대단하구나................"

"..................................................."

"태수도 이 일을 알고있니?................"

"학교앞에 있던 그여자의 차를 몇번 본적은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여자가 줬다는 돈있지?.... 그거 수표니?....................."

"네................................................"

"그럼... 그거 쓰지말고 단단히 간직하고 있어라..............."

"그래도 소용없을거에요... 전화 한통이면 경찰도 가만히 있는다고 그러던데..........."


그러자 선생님은 코웃음을 쳤다.


"그거야 일단 해보면 알겠지... 이래봐도 이나라는 그런 여자가 마음대로 할수있을 정도로 부패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선규는 선생님의 말에 동의가 가지않아 불안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또한번 일이 잘못되었을때는 그때야말로 정말 끝장이었다.


"그여자하고 언제 또 만나기로 했니?......................"

"정확히는 몰라요... 연락이 오면 가야하거든요........."

"어린학생을 데리고 그런짓을 하다니... 양심도 없는 사람이구나... 더군다나 너는 싫다고 하는데도 협박이나 하고......."


선생님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선규의 마음은 착잡해졌다. 마담과 이렇게 된거는 순전히 그녀때문이만이 아니라 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도 마담과 똑같지... 처음에 안하겠다고 완강히 거부했었더라면...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엄마 하나만으로도 모잘라 
그런 나도 나쁜놈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선생님은 그를 보며 일러두었다.


"내가 방법을 강구해 볼테니까... 일단 너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해... 내가 곧 너에게 연락을 줄게.................."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선생님이 누구이신지를 알면... 또 사람을 붙힐지도 몰라요......."

"내 걱정은 하지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만 집에 가야지?............................"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는걸 보고 선규도 함께 일어났다.


"애들은 아직 외갓집에 있어요?................."

"응... 집안 분위기도 그래서 어린나이에 혼란스러워 할까봐 당분간 그쪽에 맡겨났어......"

"혁재아버지와는 어떻게 하실거에요?........"
 

그러자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있는 선생님 뒤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도 모르겠어... 나한테는 그사람보다 네일이 더 중요해............."


그말을 들으며 선생님에게 남편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식었다는것을 느꼈다. 어느새 어둑해진 공원을 나서며 선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저는 학교에서 어떻게 되는거에요?... 정학정도로 그칠수 있을까요?............"


그의 근심하는 얼굴을 보던 선생님은 조용한 웃음을 내지었다.


"네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처벌을 받어?... 이 일은 너와 나만이 알고있는걸로 하자... 그게 좋겠지?.........."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이 된 선규는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할게 뭐가 있니?... 어른들의 일로 상처를 받은 네가 안스러운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인사를 하는 그를 붙잡고 아주 따듯한 눈길로 쳐다보는 선생님을 선규도 말 없이 마주 바라보았다.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선규는 마담에게 연락이 오면 곧장 달려가서 그녀의 기분에
충족할려고 갖은 애를 썼다. 선생님도 학교에서 그를 
볼때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처럼 대했다. 하지만 선규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일단 선생님에게 모든걸 털어놓았으나
그런다고 
달라질게 없을것 같았고 또한 누가 그의 뒤를 따라다니나 해서 심한 망상에 걸릴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엄마를 쳐다볼때면 마담이 그와 
선생님의 일을 알고 찾아왔나해서 그녀의 눈치를 살펴보기에 바빴다. 그러나 태연하게 행동해서 그런지 엄마는 저번처럼 그를 보며 걱정하는
기색은 보이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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