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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들의 교향곡 - 13부

야설 0 208

엄마를 제외하고 다른 여자들한테는 이런 기분이 안 들었지만 이 여자에게만은 거리감이 안 느껴졌다.

"말씀 놓으세요... 제가 한참 어린데요......................................................"

여자는 잠시 미소를 지은 얼굴로 태수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럴까요?........................................................................................."
"네... 손님이 그러시니 제가 오히려 불편하네요........................................"
"그럼... 손님이라 하지말고... 누나... 동생하면 어떨까요?.........................."

태수는 눈이 동그래지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될까요?................................................................................"

"집에 누나가 없나보죠?......................................................................"
"네... 저와 어머니... 이렇게 단둘이 살거든요........................................."

여자는 표정을 부드럽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누나라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요..............................................."
"고맙습니다... 손님도 편하게 대해주세요............................................."
"호호... 아직도 손님이에요?.............................................................."

태수는 겸언쩍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막상 할려니까 어색하네요... 누나가 먼저 말을 놓으세요......................."

저도 모르게 입에서 누나란 말이 나오자 태수는 깜짝 놀랬다. 그러나 여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럴게... 참 이름도 안 물어봤네......................................................"

여자가 자연스럽게 대해줘서 태수는 마음이 놓였다.

"강태수라고 해요.........................................................................."
"좋은 이름이네... 나는 이유진이라고 해............................................"
"이름이 예쁘네요........................................................................."
"예쁘긴... 흔한이름이지................................................................"

태수는 같은 또래의 여자와 오래 대화를 나눠본적이 없어 어떡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저기... 바쁘시지 않으면 잠시 앉으시겠어요?... 쥬스도 있거든요........"

유진은 수줍게 말하는 태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바쁜일도 없는데... 새로 알게된 동생과 얘기를 나누는것도 좋지................"

그러자 태수는 기분이 좋아 입이 벌어지며 얼른 의자와 쥬스를 내 놓았다. 유진은 책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효자네... 일요일인데도 엄마 대신에 여기에 앉아있고......................"
"엄마도 쉬실 날이 있어야죠........................................................"
"엄마가 든든하시겠다................................................................"

"뭘요... 근데 누나는 뭐하세요?... 요즘 대학교도 방학일텐데............"
"평일에 아르바이트로 피아노학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쳐..............."
"그럼... 피아노 선생님이세요?..................................................."

"그런 셈이지.........................................................................."

태수는 쥬스를 한모금 마시는 유진을 살펴보니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었으나 아주 맑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게 엄마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유진은 손에 들고있던 테이프를 보더니 말했다.

"이중에서 어떤 노래들이 마음에 들었니?....................................."

"다 좋은데...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루이 암스트롱이면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 ?..............."
"네... 엄마가 라디오에서 들으시는걸 들은적이 있는데... What A Wonderful World 를 부른 가수가 맞죠?..................."

"응... 재즈음악을 하던 트럼펫 연주가였어... 우리나라에서는... What A Wonderful World 가 널리 알려졌는데... 나는...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 가 좋더라... 제임스 본드 영화
 알지?.................................................................................."
 

"007이요?............................................................................."
"응... 이 노래는 007시리즈의 여섯번째였던 On Her Majesty Secret Service의 주제곡이었어...................................."
"누나도... 007을 좋아하세요?..................................................."

"몇개를 보기는 했는데 황당무개하고...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이 마치 남성관객들의 눈 요기감으로 나오는것 같아서 별로야... 너는 좋아하니?............."

"친구집에서 두 편 정도를 본적이 있는데... 남자라서 그런지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그영화는 못본거 같아요..........."
"그럴거야... 69년에 나온 영화거든............................................"
"그렇게... 오래 되었어요?........................................................"
"응... 나도 우연한 기회에 보게됐어...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른 007영화와는 달라... 제임스 본드가 결혼하거든..........."
"그래요?... 다른 영화에서는 아내가 없던데................................"
"그 영화의 마지막에서 아내가 악당들에게 총에 맞아 죽어... 제임스 본드를 암살하려다가 아내가 대신 맞은거지..........."

"그랬어요?... 그런 영화가 있는줄은 몰랐어요... 다른 007영화와 차이가 나네요......................................................"

"맞어... 거기에 나왔던 여자가 마음에 들더라... 보통 본드걸은 남자들의 선입견으로 바보같고 자기주관이 뚜렷하지 않게 묘사되는데... 그여자는 상당히 독립적이었고 성격도 이해하기
 힘들게 복잡했어...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그여자에게 빠져들게 되더라구... 마지막에 신혼여행길에서 아내가 죽고 제임스 본드가 슬퍼하는데 거기서 주제곡의 음악이 나와............."

"그럼...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때문에 슬펐겠네요?......................"

"응... 더군다나 제임스 본드는 여자와의 로멘스에 대해서는 심각하지 않고 냉정한데... 그런 사람이... 여자때문에 슬퍼하니까... 왠지 기분이 묘하고 찡하더라... 그런거있잖아... 사람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다르게 보이는거..............................."

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어... 최근에 나에게 안기고 눈물도 보이는 엄마도 약하고 다르게 보이잖아.................................]

유진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래서... 루이 임스트롱의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어... 또 마음에 드는 노래는 없었어?.................."
"비틀즈의 Julia 가 좋더라고요... 노래가 조용하고 왠지 애절한 느낌이 들던데요..............................."
"그건... 존 레논이 쓰고 노래한거야..........................................."

"옛날에 암살 된 가수요?... 어디서 들은적이 있어요....................."
"맞아... 개인적으로 그사람의 노래를 참 좋아해... 존 레논은 가사를 쓸때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가장 잘 표현했던 사람이었어... 
쥴리아는 존 레논의 엄마야.................."

"그래요?... 엄마와 사이가 좋았던 모양이죠?.............................."

"그게 아니라... 엄마를 무척 그리워 했었대... 엄마가 16살때 교통사고로 죽었어... 그가 태어나고 얼마 후에... 레논의 아빠가 집을 나가서 엄마가 혼자 그를 키웠었대... 음악도 시작한
 계기가 엄마가 기타를 선물로 사주고 가르쳐줘서 한 거래... 그래서 엄마의 사랑을 못잊었나봐... 나중에 솔로가 되었을때도 엄마를 생각하며 Mother 이란 곡도 발표했었어.............."

얘기를 들으니 태수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마치 남의 일 같지가 않게 들렸다.

[16살이면 내 나이네... 나도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갑자기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밀려왔다.

"굉장히 불쌍했던 사람이었네요..............................................."

"응... 나중에 요꼬 오노란 일본여자와 결혼했는데... 그보다 6살 연상이었어... 아마 그여자에게 엄마같은 사랑을 받고 싶어했나봐... 지난번에 존 레논의 개인비서를 했던 사람이 쓴 책을
 읽었는데... 아내를 Mother이라고 불렀대................................."

"그 정도에요?... 정말로 엄마를 그리워했었나 보군요.................."
"엄마의 사랑은 소중한거야... 옆에 계실때는 잘 모르지... 너도 엄마한데 잘 해드려...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지말고.................."
"누나말이 옳아요................................................................."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니?........................................................"
"네... 어렸을때 돌아가셨어요..............................................."
"엄마와 단둘이 사느라고 힘들겠구나....................................."
"힘들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서 괜찮아요... 엄마가 힘들시겠지만요...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도... 효자인 아들을 두셔서 보람이 있으시겠다................"
"아직 그런 말을 듣기는 창피해요... 커서 호강시켜 드려야죠....."

유진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게 효자야............................................"
"자꾸 그렇게 말하니 부끄럽네요........................................."

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테이프를 내밀었다.

"이거 가져....................................................................."
"예?............................................................................."
"나는 집에 이 음악들이 있어............................................"
"그래도........................................................................"
"괜찮아... 누나가 주는 선물이니까... 부담갖지 말고 받아......"

태수는 얼떨결에 테이프를 받았다.

"고마워요... 누나.........................................................."
"고맙긴......................................................................."

유진은 시계를 보더니 일어섰다.

"가야겠다..................................................................."

"책은 안 사세요?........................................................."
"내일 와서 사지... 그럼 다음주에 보자............................"
"네... 안녕히 가세요...................................................."

태수는 유진이 눈에서 사라질때까지 바라보았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태수는 엄마를 찾을수가 없었다.

[오늘은 안 나오셨나?... 하긴 그동안 힘드셨을텐데... 집에서 쉬셔야지..........................................]

하지만 마음한구석에는 엄마가 안나와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들어가보니 안에는 불도 안켜져 있었고 어두웠다.

[어?... 엄마가 어디 나가셨나?................................................................................................]

마루에 불을 켜고 방에 코트를 벗은다음 엄마방으로 가보았다. 문을 두들겨도 아무런 소리가 안나자 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방 안도 불이 켜져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두운 방안에서 누가
끙끙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의문이 든 태수는 불을 켜보니 방바닥에서는 엄마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다.

[어디 아프신가?... 아침에 책방을 나갈때는 멀쩡하셨는데............................................................]

걱정이 되서 잠을 자는 엄마의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였다.

[이렇게나 많이 아프시잖아!... 어떡하지?..................................................................................]

기겁을 한 태수는 아무생각없이 선규의 집으로 달려가 벨을 누르며 문을 두들겼다.

"아줌마!... 아줌마!................................................"

문이 열리며 놀란 선규엄마가 나왔다.

"태수구나... 무슨일이니?......................................"

"엄마가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와 주세요.............."

"뭐?................................................................."

발을 동동 구르는 태수를 보면서 경악을 한 명숙은 급히 약상자를 들고 태수의 집으로 달려갔다. 밖에서 일어난 소란을 들은 선규도 놀라면서 뒤따라 달려왔다. 방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혜영을 살펴본 명숙은 얼굴이 하얗게 된 태수를 바라보았다.

"감기몸살이 드신거야... 괜찮아질거니 너무 걱정하지마................................"
"병원에 안 가셔도 돼요?........................................................................."
"응... 주사맞고 약을 먹으며 2~3일간 안정을 하면 나을실거야... 엄마가 밖에서 오래 계신적이 있었니?............................."
"일주일동안 집에 공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먼지가 나가게 거의 하루종일 마루창문을 열고 있었어요... 갑자기 무리를 하신데다 찬공기를 많이 맞으셨나봐요.............."

그러자 명숙은 혀를 찼다.

"쯧쯧... 그러면 우리집에 올것이지... 어찌 네엄마나 너는 생각이 꽉 막혔냐?....................."

태수는 대답도 못하고 머리만 긁었다.

"주사를 놓을테니... 선규와 마루에 나가있거라............................................................"
 

태수는 앓아누운 엄마를 다시한번 쳐다보고 선규와 나왔다. 선규도 태수를 나무랬다.

"우리 엄마 말이 맞아... 너라도 그 생각을 했었어야지... 아줌마가 큰병이 나시면 어떡할려고 그랬어?... 안 그래도 몸이 약하신 분인데.............."
"나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지?..............................................................................."
"어쨋든 그만하기에 천만다행이다... 이제 집은 다 고쳐졌어?........................................."

"응.............................................................................................."

"그동안 어디에서 잤니?.................................................................."

"공사를 안하는 방에서 엄마와 잤어.................................................."
"아줌마와 같이 잤어?...................................................................."

"응............................................................................................"

태수는 엄마가 너무나 걱정이 되어 선규의 말은 잘 들리지도 않고 닫혀진 방문만 쳐다보았다. 잠시 후 선규엄마가 나왔다.

"됐다... 이제 괜찮아지실거야... 내가 나중에 약과 미음을 써 올테니 그걸 잡숫게 하고 항상 집안을 따뜻하게 해야한다................................"

"네... 아줌마... 너무나 감사드려요... 지금 이시간에 약국문이 모두 닫혀있을텐데... 그나마 아줌마가 옆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명숙은 웃으면서 태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에 아무도 없는데... 우리가 서로 도우며 살아야지... 네가 많이 놀랬겠다... 당분간 네엄마 책방에 못나가시도록 해... 너도 시간이 없다면 아예 며칠간 책방문을 닫던가 그래... 사람이
 우선이지 그깟 돈이 중요하니?.............................................................."

"아줌마 말씀대로 할게요......................................................................."

태수는 나가는 선규엄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했다. 선규는 침대위에 누워서 어두운 방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도 태수엄마때문에 놀라서 오늘밤은 자위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잘해줬던 태수엄마가 그만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우리집에서 자라고 했을텐데... 아줌마는 엄마와 같이 자고 태수는 나와 함께 잤으면 됐잖아?... 바보같이 왜 말하지 않았냐?...................]

그러다가 태수가 그동안 태수엄마와 함께 잤다는 말이 기억났다.

[태수는 좋았겠다... 아줌마와 한 방에서 잘수있어서... 나도 그런 기회가 없나?... 그러면... 엄마가 자는모습도 보고... 몰래 엄마의 몸도 훔쳐볼수 있는데... 갑자기 같이 자자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그러자 선규는 혼자만의 방을 쓰고싶어서 그동안 가끔씩이라도 엄마와 같이 잠을 안 잔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한밤중에 태수는 어두운 방 안에서 엄마 옆에 앉아있었다. 걱정이 되고 또
언제 엄마가 깰지를 몰라서 부엌으로 가서 선규엄마가 가져온 미음을 여러번 뎁히고 있어서 잠이 오지를 않았다. 엄마는 아직 식은땀을 흘리면서 열이 있었으나 주사를 맞은 덕택인지
아까처럼 끙끙거리지는 않았다. 엄마가 아픈게 자신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괴로웠고 자신을 몹시나 자책했다.

[내가 나쁜놈이지... 엄마를 지켜드리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는데 불현듯 낮에 유진이 들려줬던 존 레논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도... 그 사람처럼 엄마가 잘못되시기라도 한다면.................................]

혼자남을 생각을 하자 겁이 벌컥 나며 엄마를 그리워할거 같아서 저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나를 키우시느라고 고생을 하셨는데... 그런일이 나면 절대로 안되지... 엄마는 꼭 오래 사셔야 돼.............................]

열이 있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한동안 앉아있다보니 어느새 우유배달을 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배달을 나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미음과 약을 드셔야 하는데... 내가 없을때 엄마가 일어나시면 어떡하지?...........................................................................]

하지만 배달은 빠질수가 없었다.

[빨리 돌아올게요... 엄마.....................................................................]

태수는 몇번이나 엄마를 쳐다 본 다음 내키지않는 발걸음을 움직여 밖을 나갔다. 
우유배달을 끝낸 태수는 허겁지겁 뛰어와보니 엄마는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 안깨셨나보지?...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쉰 태수는 엄마옆에서 한동안 책을 읽다가 엄마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어제보다는 식은땀도 줄어드렀고 열도 많이 내려져 있었다.

[주사를 맞아서 나아지시나 보지?........................................................]

엄마의 얼굴은 아주 헬쓱해졌지만 많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엄마가 평소에 보았던거보다 더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고운 엄마의 얼굴을 보니 아버지가
이해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따로 없네... 젊으셨을때는 이거보다 더 예쁘셨겠지?... 아버지가 쫓아다실만도 하셨겠어...........................]

그러는데 엄마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으... 응........................................................................................."
"일어나셨어요?..............................................................................."


혜영은 힘없게 눈을 뜨자 근심과 기쁨으로 가득찬 태수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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