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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 - 14부

관리자 0 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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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를 실험한 TV프로를 본적이 있다.

반복 학습에 따른 자연반응인지, 교육을 통해 사고기능을 기른건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쨋거나 같은 경험치를 되풀이 하면 학습효과가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것 같다,

또한 사람의 두뇌가 만물의 영장 답게 우수하다는 이야기는 어릴때부터 수도 없이 들은 이야기다.



확실히 사람의 기억은 좀더 분명하고 강렬하게 반응하는것 같다.

그날의 길에서 들린 노래, 그날의 하늘, 그날의 날씨, 그날의 따가운 호흡,,,

모든것이 내 기억속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는다.

맑고 구름 한 점 없던 그 하늘과...더불어



오늘의 이 노을빛하늘!



그녀의 업술에 내려 앉은 노을빛이 이미 내 가슴에 들어와 버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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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골목길, 그 사람의 공간을 허락하는 이 좁은 계단,

익숙한 열쇠음 같은 것들은 충분히 내 눈에 익어 버렷다.

습관처럼, 당연히 내 집을 들어서는것처럼

나는 그사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내가 여섯시간이나 고르고 골라 달아놓은 커튼을 열었다.

이미 봄은 오기 시작했다.

창밖에 보이는 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어 버렸고,

감나무의 가지에도 충분히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햇살도 충분히 더워져 집안에는 온기가 가득하다.

아~

5월의 햇살은 충분히 나를 즐겁게 한다.

이 햇살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공간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잠시 만족감에 젖어있던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펴고,

그 사람이 흐트려 놓은 흔적들을 정리 해 나가기 시작했다.

생활처럼 익숙하게.,.

... ...





이건 뭐야!

이건 뭐지?

도데체가.... 얼굴이 파르르 떨려온다...

심호흡을 해봤지만 손이 푸들푸들 떨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나는 머릿속으로 지난 몇달간의 일을 떠올려 봤다.



장인의 새로 개업한 서울의 병원일로,

쉴새없이 바빳다.

정말 정신없이 바빳다.

늘 새벽같이 일어나 병원에 갔고,

철야근무를 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못한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다, 문득 마누라가 이상해졌다는 느낌이 온게 언제 였을까.

지난 가을 문득 스쳐 지나가던 이상한 느낌이.,, 한결 더 강하게 다가온건,,,

서울에 와서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늦은 귀가와 집안을 감싸는 차가운 공기,

단절된 대화. 갑자기 거부되는 내 섹스의 요구...

점점 집안의 분위기는 침울하고 죽은 공간이 되어갔다.

뭔가 있다! 라는 확신을 가지는건 쉬운 일이었고

다만 그것을 확인하고 확인되었을때의 상황이 겁나는것이다.



겁,,, 그래 겁이났었다.



내 마누라 윤수인은 착한 여자였다.

성격이야 좀 강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건 뚜렷한 주관으로 오히려 매력을 더하는 일이었지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지성인 답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줄 알았고,

설사 합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태반이 마누라의 양보로

문제는 해결되고 나또한 의식적으로 마누라를 존중하고 엘리트 답게 처신해왔다.

그런면에서 크게 내 의견을 거스르지 않는 윤수인은

착한 내 마누라, 착한 여자였다.

더군다나, 집안의 든든한 배경,,

물질적 가치를 숭상하지는 않지만

물질이 주는 자유를 알고 누리는 나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되고

잘 관리해야만 하는 여자이자, 내 마누라이자, 내 든든한 백인것이다

이 여자는,.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묻어둬야만 할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 윤수인을 내 곁에 두어야만 하는것이

내 인생에 중요한 키로 작용하는것이라는 결론은 쉽게 도출되었고,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누르고, 조용한 해결방법을 찾았다.

이 시대, 이사회에 돈으로 되지 않는게 얼마나 될까?

얼마간의 돈으로 마누라의 뒤를 밟는건 어렵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어떤 결과라도 나는 내 이성으로 내 인생을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막상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사진들은 뭔가,,,

처음 보는 집과 장바구니를 옆에 든 마누라의 모습,,,

정원수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실루엣으로도 알 수 있는 저 영상은,

분명히 웃을 벗은 내 마누라다,

어느정도는 짐작하고 각오했던일이다.

충분히 감당하고 누를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있었다. 확실히!

그런데 왜 내 손이 이렇게 떨리는 거지?

왜 내 안면근육이 이렇게 경련을 일으키는 거냐고!

이런,,, 제길,,,

이런 감정의 흐름은 확실히 예상 밖이다.



상황은 너무 간결하다,,,



마누라가 바람이 났고,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애초에 예상했던일이고, 나는 다음 준비를 해야한다.

천천히,,, 잠긴 목을 풀려 헛기침을 하고는,,,

낮게,, 낮은 목소리로 눈앞의 남자에게 이야기 했다.,



이 남자에 대해 알아봐 주시오,



... ....



봄날 레몬처럼 상큼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우리 소풍가요,



말없이 낮선 단어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소풍?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군,,,



이렇게 좋은 날에는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요~



저 여자는 참 편안하게 말해준다.

몇 달을 내 주위를 맴돌면서도 나를 불편하게 한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원하면 그냥 그대로,

원하지 않으면 않는 그대로,

있는듯 없는듯 내 옆을 지킨다.

별반 말이 없는듯 하면서도, 말을 하기 시작하면

방금까지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던 상대에게 말하는 것처럼

부담없이 이야기를 하는 재주가 있다.

내가 별반 대답없이 혼자 말하는 편이 많지만,

혼자서도 분위기를 만들어 가며 편안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지금도 그렇다,

토요일,,, 점심이 훌쩍 지나버린 이 시간에 집에 오니

마누라처럼, 당연히 있어야 하는 여자처럼

내 집에서 있다가

몇일전부터 약속이나 해 놓은듯,

소풍을 가잔다...

식탁위를 힐껏 보니,, 어느새 김밥까지 싸 놓은듯 하다.

어느새,,,

나도 약속이나 한듯 이여자를 따라 나선다...



... ...



뭐 서울 근교에 갈곳이나 있나,,

싶지만 의외로 갈곳을 고민해야만 할듯 한데,,,

이 여자,,, 또 앞서간다,,, 혼자서 방향을 잡고는

늘쌍 가는곳인 마냥 시내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밉지 않다,,,

차가,,, 외제차다,,,

내 월급으로는 평생을 구경해보기 힘든,

갑자기 내 자신이 외소해진다.

내 자신이 작아 보인다?

이상하군,,,,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무슨 차를

몰고 다니는지 무슨 상관이지?...

가만 생각해보면 이여자는 뭘 하는 여자일까?

물어보지도 않았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몇 달을 같이 하면서도

대화라고는 저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게 태반이었으니,

궂이 저 여자도 묻지 않는걸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싶었나 보다.

더군다나 같이 보낸 시간이 적지 않지만 외출은 처음이다.

바람이 제법 더워진듯 하다,,,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열기가 실려있다...

묘한 열기가 내 몸을 휘감자 문득

알 수 없는 기분이 내 머리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뭘까?... 이 기분의 정체는?



늦은 개나리가 군데 군데 보인다.. 산이라 그런가,

가족단위의 인파들이,,, 올라가는 사람들 보다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입구를 지나,,, 천천히 걸어본다,,

내 팔을 가만히 잡길래,, 고개를 돌리니,,,

층지게 커트친 실루엣이 우아한 헤어스타일의 여인이

웃으면서 내 팔짱을 끼어온다,

하늘색 원피스 정장이 우아하다.

길게파인 가슴- 반짝이는 목걸이에

시선이 머물때는 묘하게 성감을 자극한다.

이미 내게 익숙한 저 여자의 몸이지만,

바깥에서 보는 저 여자는 왠지 달라 보인다.

,,, 처음,,

처음 만났을때는 그냥 긴 생머리였던것 같다,,,

언제 바뀌었나,,,

흔적없이 흐르는 세월 만큼이나,,

이여자도 흔적없이 모습을 바꿔간다,

흔히 만나는 헤픈여자에서,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 놀래키더니,

한동안은 한없이 조용한 정숙한 여자의 향기를 풍기질 않나,

,, 그러다 지금은?...

흠,,, 점점 이 여자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것 같다.

궂이 막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누군가를 내 마음에 담는것이 쉽지는 않은일이다. 아직은....

가볍게 내 팔을 흔드는 몸짓에 고개를 들어 돌아보니

익숙하면서도 낮선 얼굴이

장난기 섞인 웃음을 띠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뭔가 나에게 물은듯 하다.



뭐라고?



저기,,, 보여요?



고개를 돌릴필요도 없이,,눈에 보이는 건 애들이 동물을 만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어린이용 동물원이다.

그중에 뭐가 이 여자의 시선을 끌게 했을까?



저거 말이에요. 후후~



.... ...



저기 토끼 안 보이세요?



토끼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한마리는 자꾸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다른 한마리는 자꾸 그 뒤를 따른다.

교미를 하려는건가.... 장난 치는것은 아닌것 같은데...



알고 계세요?

동물들은 .. 음 ,,, 먹이 사슬의 아랫쪽에 있을수록 교미 시간이 짧데요.



그렇치,, 잡혀먹을가 조심을 하면서 종족번식을 해야 하니까. 당연한 일이다.

반면에 육식동물이나, 덩치가 큰 ,, 공격의 위험성이 없는 동물들은 느긋하다..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난다...

잠깐 사이지만,,, 허무하게,,,

뒤를 따르던 놈이 앞서가던넘을 덮치고는.

금방 떨어져 나온다,,,

저놈들은,,

사육당하면서도 생존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빨리 끝내버린다.

작은 눈으로 여기 저기 쉴새 없이 살피면서,,,

집에서 기르는 토끼랑 들토끼랑 다를까?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처음봐요. 동물들이 교미 하는 것은.,,,후훗,



... 사람들은 점점 내려 오고, 두 사람은 점점 올라간다.,.

자연히 인적이 드물어 지고, 소나무 그늘이 제법 시원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잔디위에 자리를 펴고 앉자 이내.

싸온 도시락을 꺼낸 펼치고 내 손에는 젓가락을 쥐어준다.

보온병에 담아온 차를 꺼내 나를 쳐다보고는 기다린다.

하나 집는둥 마는둥, 젓가락을 내리자

내 코밑에는 쟈스민차의 향기가 풍긴다,,,,

차에서 여자의 얼굴로 시선을 돌리자.

늘,,,

지난 몇 개월간 늘 그랫듯이 환하게 웃어주는 이 여자.

이 여자의 다른 모습은 별로 기억에 없다.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화도 낼법한데.. 내 무반응에,,,

... 문득 눈물이 나려고 한다.

억지로 눈물을 눈에 담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해가 지려고 한다,...

담배를 꺼내 물자,, 이 여자 어느새 성냥불을 붙여준다...

한모금 해를 향해 불어 버리려다,



숨이 턱 막힌다..



아~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어 간다,



이 서울의 하늘아래,



온세상을 물들여 버릴듯, 강렬하게,,,, 불타는 노을이 있었다니...



노을빛하늘이 아름답다...



노을의 빛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말대신 미소를 보내온다.



그녀의 머릿결을 따라, 노을이 내려앉아 어느새 여자의 입술을 물들여 버렸다.

,,,, ,,,



입술에...



그녀의 업술에....



내려 앉은 노을빛이 이미 내 가슴에 들어와 버린것 같다.



그리고 이 노을은 다른 몇 개의 기억과 함께,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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