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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의 초대 - 4부

야설 0 7472

은주 그녀도 자신의 남편이 일 밖에 모르는것에 대해 저리도 푸념이 많은걸 보면 내 아내도 참 어지간히 잘 버티고 참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 전... 지금 먹으러 왔는데... 어쩌나... 식사하셔야죠?............................. ]

[ 커피를 두잔 마셨더니 생각이 없어요... 제 걱정마시고 열심히 일하세요.............................................^^ ]
 

그때부터 난 아내를 호텔방에 두고 온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안절부절하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무실 창문을 통해서 현장을 내려다 보며 담배를 한대 피니까 박 이사님이
등 뒤에서 불렀다.
 

"자네... 안색이 안좋아 보이는군... 많이 피곤해보여..... 담배도 자주 안피면서... 일찍 들어가 쉬지 그러나............................"

"아닙니다... 이사님...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저 보다도 이사님이 무리하시면 안됩니다... 사장님도 안계신데............................"

"나?... 이사람보게... 자네보다 건강할걸세... 하하핫... 그나저나 아까도 사장님과 통화했는데... 하루빨리 자네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고 싶어하시는데....................."

"이사님..... 사장님은 며칠안에 반드시 훌훌털고 나오실겁니다..... 부탁이니 제발 그런 말씀은 말아주세요..............................."

"나도 그러길 바라네만... 나이가 들어서 힘들거야... 암튼 준비하게....................................."

"..................................................."

"피곤한 사람한테 괜한말을 했나보군... K호텔에 있을거지?... 일찍 들어가 좀 쉬게... 감리사도 막 들어갔어............................"

"이사님은...................................."

"난... 서울로 가야될걸세... 사장님이 또 찾으셔... 허허... 영감탱이가 심심하니까... 자꾸 나만 불러... 허허허........................................"
 

한바탕 호탕하게 웃으시곤 밖에있는 기사한테 서울로 가자고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이사님이 탄차가 미끄러지듯이 현장을 떠나고 나도 내차로 가서 시동을 켰다.
 

[ 지금 갑니다... 로비로 내려오실래요?... 회 사줄께요...................................... ]
 

악세레다를 밟으면서 은주에게 문자를 보냈다.
 

[ 정말요?... 얼른 나갈께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호텔 로비에 도착해 커피를 한잔 마시고 담배를 두대째 피우니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잉... 여자는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미리 전화하시지... 호호........................................."
 

파란색 블라우스와 흰색 반바지를 입고 파란색 샌들을 신고 갈색의 굵은 웨이브 머리는 뒤로 살짝묶어 더욱 산뜻해 보였다. 손으로 입을 살짝 가렸지만 예의 맑은 웃음과 환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아주 미안함을 표시했다.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웠다...내가 진짜 아침부터 저여자하고 사무실에서 얘기하고 두시간에 걸쳐 드라이브를 하고 호텔에서 마주하고
있는지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우와... 진짜 은주씨 맞아요?... 몰라봤어요... 멋지군요............................................."

"피이... 몰라요... 그렇담 아깐 별로였단 말이네요?... 흥................................................."
 

그녀는 새침떼기의 모습을 하며 토라진 듯 고개를 살짝 돌리곤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별로라뇨... 아깐... 정숙한 귀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지금은 생기발랄한 대학 초년생의 싱그러운 모습이라서요........................."

"둘다 좋았다는 얘기 맞죠?... 음..... 그렇담 봐드리죠... 헤헤....................................."
 

내 말에 기분이 나아졌는지 처음부터 토라진 척 한건지 그녀는 금방 원래의 환한 얼굴로 돌아갔다.
 

"결혼전에 와보고 처음이예요... 바닷가도 그렇고 포구도 그렇고... 어마!... 저 고기좀 봐요... 아직 살아있나봐......................"

"은주씬... 미국 어디서 사셨어요?...................................."

"미국 얘기 재미없어요... 어머머... 오빠 저것좀봐요... 머리를 잘랐는데도 뻐끔거려... 무서워....................................."
 

그녀는 마치 남의 얘기 하듯이 미국 얘기를 의도적으로 피해가는 듯 했다. 나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은주란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나에게 오빠라고 서슴없이 대했다. 우리는 시끌거리는
포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횟집에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2층으로 올라가세요..............................................."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흔히있는 남녀 데이트족으로 생각 했는지 2층에서도 제일 구석진방으로 안내했다.
 

"소주 먹을래요... 오빠도 술먹을 줄 알죠?.............................."
 

회가 들어오고 어느정도 상이 차려지자 그녀가 술을 찾았다.
 

"소주 독한데... 괜찮아요?..............................................."

"학교 다닐때 지혜랑 어지간히 먹고 다녔어요... 호호... 항상 지혜가 이기긴 했지만요..................................."

"그럼... 나보다 쎄겠네요..... 난 서너잔이면 취하는데... 푸훗........................................."
 

갑자기 술먹고 취해서 실수한 사건이 생각났다. 대학때 밤새 술먹고 친구네 집에서 둘다 발가벗고 잤는데 깨어보니 그녀석 엉덩이에 내 아랫도리를 바싹 붙히고 엉겨붙어 자고있었던
것이다. 
누가 봤으면 영락없이 동성애라고 생각했을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있는데 그녀가 놀란 눈으로 빼꼼히 내게 물었다.
 

"오빠... 왜 웃어요?... 혹시..... 응큼한 생각?........................................"

"허헛... 응큼이라뇨... 옛날 술먹고 실수한 생각이 나서요... 하하하...................................................."
 

그날 있었던 얘기를 해주니 박장대소 하며 자신도 지혜와 그런일이 있었다며 깔깔깔 웃는다.
 

"우리도 그날 얼마나 취했는지... 지혜집에서 엎어져 잤거든요... 물론... 깨보니 우리도 알몸이었구요... 그런데... 호호호... 그걸 사모님이 보신거 있죠?... 얼마나 웃겼겠어요... 사모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니들 사귀냐?... 호호호... 까르르르........................................."
 

우리는 한참을 박수치며 웃어 제꼈다. 아주 호탕하게 웃으면서도 항상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소리를 내서 웃지 않을때는 언제나 눈으로 웃어보였다. 그런 그녀가 점점 내게 가까워 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친구 어머니한테 자꾸 사모님이라고 하세요?........................................" 


갑작스런 내 질문에 당황 했는지 술을 한모금 들이키곤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벌리다 다 날리고 한때 사모님댁에서 일하셨어요..... 엄마는 주방일을 돕고 아버지는 사장님 운전기사일을 하셨구요..... 그..... 댁에서
 그렇게 3년을 살았어요..... 그때부터..... 전 사모님이라고 불렀어요..... 엄마도..... 아버지도..... 그래서 입에 베었나보죠.................................." 


"그랬구나..... 지혜씨는 언제 알게 됐구요?........................................"
 

"물론... 그때도 알고 지냈지만 거의 대화는 안했어요... 학교도 틀리고... 지혜가 더 아는체를 안하더라구요... 그러다가 같은 대학교를 가게 되었어요... 그러다 술을 한잔하게 되었고
 서로 호탕한 성격인지라 
금방 친하게 지낼수 있게 되었구요..... 2학년 올라갈때쯤 사장님이 아버지에게 작은 사업체 하나를 맡기셨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독립을 했고 그 바탕으로
 지금처럼 잘 살수있게 되었구요..... 
아버지가 항상 고마워 하시죠......................................"
 

"그랬군요..... 역시... 사장님 다워요.................................................."
 

"사장님 쓰러지신 후에 아버지는 날마다 새벽에 그댁에 가서 마당쓸고 풀 뽑고..... 연못 청소하고..... 평소... 사장님이 하시던 일을 하시죠... 사모님께서 극구 말리시지만... 아버지는
 이까짓꺼는 
사장님이 베풀어주신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다시... 사장님이 직접 이 일을 하실때 까지 계속 하실거라며 떼를 쓰신대요.... 이것도 전부... 어제 사모님께...
 들었어요... 호호..................................................
"


"사장님도 사장님이시지만 아버님도 아버님이십니다..... 그런 분이시기에 그런분을 만나셨겠죠..........................................."
 

진심이었다. 그렇게 평소 사장님은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싶으면 자식처럼 친구처럼 애인처럼 그렇게 거두신 분이셨다. 그러기에 박이사님도 평생을 같이 한
친구분이시지만 회사 내에 두 분이 친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 밖에 없을 정도로 공과사에 밝은 분이셨다. 부끄러웠다. 그동안 사장님의 빈자리를 핑계로 바쁘게만 움직였지
사장님의 사소한 빈마음을 채우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빈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 단숨에 들이켰더니 그녀가 다소 놀란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아버지도 실장님을 잘 아신대요..... 굉장히 칭찬하시던데요..............................."

"아버님처럼 훌륭하신 분께 칭찬 들을 만큼 잘한거 없습니다...... 은주씨 아버님을 한번 뵙고 싶군요............................"

"어머!... 인사드릴려고요?... 까르르르..... 딸 달라고 떼쓰실려고요?... 킥킥.................................."

"네에?........ 하하하하............................................."
 

사장님 사업체를 이어 받으셨다면 분명 나하고도 연관이 있는 업체일것이다. 혹시 여지껏 부딛히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건 아닐까 혹시 내가 그 어르신께 실수라도 하지 않은걸까.
가까이 보면서 칭찬을 할때는 잘못하는것도 한눈에 알아보셨을텐데 걱정이 밀려왔다.

"오빠!... 우리 노래방 가요....... 네?............................................." 


소주를 거의 한병 다 비울때 쯤 그녀가 분홍색으로 변한 자신의 볼을 토닥거리며 내게 말했다. 횟집을 나와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그녀도 약간 취해있었고 나도 기분 좋을 만큼
몽롱했는데 그녀가 맥주를 시키는 것이었다.
 

"크..... 난 그만 마셔야 되는데..... 괜찮겠어요?........................................."
 

그녀가 호기로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려보지만 찡긋 윙크를 보내며 문제 없다고 했다.
 

"괜찮아요... 오빠... 저 먼저 부를께요.............................................."
 

주인 아주머니가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놓고가자 그녀가 마이크를 잡으며 벽에 붙어있는 곡을 훑어보더니 먼저 선곡을 한다. 빠른 음악이 나오며 그녀가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노래를
시작했고 난 쇼파에 앉아 노래집을 뒤적거리며 
맥주를 조금씩 입속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도 선곡을 하고 예약을 누른후 쇼파에 기댄채 그녀의 노래를 보며 듣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뒷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굵게 웨이브져 뒤로 살짝 묶은 머리칼 사이로 가끔씩 보이는 가느다란 목선이 무척이나 이뻐보였고 파란색 블라우스 뒤는 브래지어 끈이 비추는데 셔츠
색깔보다 약간 더 짙어서인지 어둡게나마 
라인을 짐작할수 있었고 앙증맞게 작은 흰색 반바지 위로 봉긋 솟아오른 엉덩이는 그녀의 체형에 아주 잘 어울렸다.
 

이제껏 저렇게 이쁜 엉덩이를 본적이 없었다 라고 생각하며 갑자기 그 엉덩이를 쓰다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다. 그녀가 노래를 하는 중간중간에 뒤를 돌아보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면 살짝 눈 웃음으로 인사하곤 
다시 노래에 열중했다. 가볍게 흔드는 몸짓도 애교 넘치는 목소리도 날 위해 웃어주는 눈가의 미소도 너무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오빠..... 나 노래 못하죠... 치힝.................................................." 

"너무 잘하는데요... 뭘... 밤무대 출신인가?..... 후후............................................."

"호호호..... 밤무대..... 까르르르...................................................."
 

그녀는 이제 내가 무슨말만 하면 연신 고개를 젖히며 숨 넘어갈 듯 웃는다. 그만큼 마음을 열어서인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도시에서 방해 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행동할수
있어서인가..... 
몇곡을 더 부르고 있는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려 보니 아내였다. 그녀에게 집에서 온 전화라고 눈짓으로 말한 뒤 밖으로 나가 아내의 전화를 받곤 강원도 현장에서
자야할거 
같다고 얘기하고 다시 그녀가 있는 노래방으로 들어왔다. 그리 길지 않은 통화였지만 그녀는 혼자 부르기 쑥스러웠는지 조용히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약간은 불안해 보이는 듯 조심스레 물었다.

"집... 에서..... 뭐래요?... 들어오래요....?.................................." 

"들어오래긴요..... 외박을 밥먹듯이 하는데요... 후훗..........................................."
 

그녀는 내 말에 조금 안심이 되는 듯 입가엔 미소를 눈으론 친근감을 표시하며 쇼파 뒤로 기댄다.
 

"오빠!... 우리 부르스 출래요?... 히힛... 난 한번도 안춰봤어요........................................."
 

잠깐 뒤에 기대어 있던 그녀가 뭔가를 생각해 냈다는 듯이 앞으로 몸을 구부리며 내 얼굴에 다가와 말하고 한손엔 내 손을 잡고 한손엔 마이크를 잡고 중앙으로 나간다. 미리 예약했는지
감미로운 팝송이 흘러나오고 그녀가 나에게 기대왔다. 
오른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려하자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싫어..... 이렇게하고 출래요..........................................." 


그녀는 내 목에 두 손을 감고 나를 지긋한 눈빛으로 올려봤다. 상큼한 머리 냄새가 내 코앞에서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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