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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회원투고] 고추밭 이야기 21편

관리자 0 20157

집 앞 다리 옆에 아까 본 119구조차량과 구급차가 나란히 서 있었다."무슨 일이지?"난 집으로 뛰어 올라갔고... 동네아저씨들과 구급대원들이 우리 집 마당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헉... 뭐 야..."난, 무너져 내린 집을 보며 놀랐다.폭탄이 떨어진 듯 기와지붕이 폭삭 내려 앉아있었고... 내리는 비가 일어나는 흙먼지를 적시고 있었다.


동네아저씨 몇 분과 구조대원들이 불빛을 비추며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그 속에서 무너져 내린 기왓장을 이리저리 파헤치는 엄마를 발견했다."아이고... 광호야... 광호야... 빨리 우리 아들 좀 꺼내 주소.."엄마는 나를 찾으며 울부짖고 있었고.. 마을 아줌마들이 그런 엄마를 잡고 말리고 있었다."흑흑흑.. 광호야... 엄만 네 없으면 못 산 데 이.. 광호야.."나는 집이 무너져 내린 슬픔보다 지금 내 앞에 엄마가 있다는 것이 기뻤다.


"광호.... 광호 아닌 교?"동네 이장님이 정신없는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셨다."광호 어머님 요.~~ 광호 여기 있네.~~ 광호 살았어!!"아저씨들이 엄마에게 소리쳤고 울부짖으며 주저앉아 계시던 엄마가 나의 이름이 들리자 내 쪽을 바라보셨다.난 서서히 엄마에게 다가갔고.. 엄마는 나의 얼굴을 보더니 꼭 껴안았다.


아이고.. 이 눔아... 흑흑흑.."엄마는 내 얼굴을 부여잡고 다시 한 번 내가 자신의 아들이 맞는지 확인 하 고는 울부짖었다."흑 흑... 광호 맞지? 내 아들 광호 맞지?...""응..엄마.."날이 어두워졌고 마을 분들과 119대원들이 안심하고 돌아갔다.엄마와 난, 이장님의 권유로 마을회관으로 갔다.


동네아줌마들이 놀란 엄마를 진정시키며 있었고 나는 밖에서 이장님과 이야기 하고 있었다."참말로 다행이여... 에 휴.. 아 거 그러게 진 작에 집짓자니 께..


참나 원..." 이장님은 약간 화난 듯 말했다."더 엄마 많이 놀랐을 거여.. 잘 보살펴 드리고. 불편하더라고 한동안 여기서 지내고 있어..


여기 이불이랑 살림살이들 다 있으니 께.. .아 그리고 보일러 고쳐 놨으니 께 추우면 돌리고.." "네.."이장님과 아줌마들이 댁으로 돌아가고 나는 엄마와 함께 마을회관 거실에서 앉아 있었다.넓은 거실이 썰렁했다."엄마.."엄마 옆에 있는 여행가방을 보고 내가 말했다."미안해.. 엄마..."아무대답 없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긴... 엄마가 더 미안해..."엄마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고.. 엄마의 손을 보니 아까 기왓장을 파헤쳐 손톱이 깨져 있었고 손등이 긁혀서 피가 조금씩 나고 있었다.나는 상비구급함에서 소독약과 밴드로 엄마 손에 바르고 붙여주었다.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던 엄마... 소독약이 따가웠는지 몸을 떨고 계셨다.놀란 마음이 진정된 엄마가 말해주었다.얼마 전 작은누나한테 전화가 왔는데.. 애기 돌봐주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둬서 잠시만 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작은 누나 본지도 오래됐고... 그리고 광호 너 보기가...."엄마는 말을 잊지 않고 얼굴을 붉혔다.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그럼 터미널까지 갔다가 택시타고 다시 온 거야?""어?.. 응... 집에 왔는데 집이 그 지경이 됐더라고... 논물 보러 다리 건너 왔 던 영 숙 이 할아버지가 이장님한테 연락하고 이장님이119에 신고했다."긴박했던 그 상황이 떠올랐는지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근데 광호 넌 어디 다녀 온 거야?... 엄마가 얼마나 놀 랐 는 줄 알 어?"


"어?.. 어.. 용재형네 다녀왔었어.."거실에 앉아 엄마와 이야기를 하던 나는 으슬으슬 몸이 떨렸다.엄마도 나도 비에 홀딱 젖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나는 마을회관 보일러 난방을 돌렸고 엄마는 가방에서 갈아입을 옷을 꺼내셨다."이거 입어.."엄마는 펑퍼짐한 몸 빼 바지 하나와 목이 축 늘어진 반팔하나를 나에게 건 냈다.


마을회관은 넓은 거실하나와 화장실.. 그리고 방하나가 있었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젖은 옷들을 엄마가 화장실로 들어가 빨래했고 거실바닥에 널어놓았다.엄마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거실에 있던 커다란 거울을 보니 내 차림이 후줄근해서 웃음이 나왔다.엄마가 나오고 내가 씻으러 들어갔다.


뿌옇게 습기 찬 거울을 손으로 닦았다.씻고 나오자 반찬거리들을 가지고 온 용재형네 부모님과 용재 형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어이구.. 이만한 게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어.."용재형네 부모님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위로했다."집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지 뭐.." 엄마가 말했다.우리엄마와 용재형네 엄마는 동갑내기 마을 친구였다."그러게... 아니 난, 아까 낮에 광호 녀석이 비에 홀딱 젖어서 용재 차 빌려 타고 어디 급하게 가더라고... 난 뭔 일인가 했지..."


"광호가?" 엄마가 나를 올려다보았다."응... 넌 작은 년 보러 간다고 했고... 광호는 급하게 어디 가고...


하여간 둘이 집을 비워서 다친 사람 없으니 된 거여..


근데 넌, 작은 년 네 안가고 왜 다시 온 겨?


쫌만 일찍 집에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냐... 아이 고""근데 용재 옷들 좀 가져올걸 그랬나?"용재형네 아버지가 내 차림새를 보더니 말씀하셨다.


용재 형이 나를 보고 웃었고 밖으로 나가자고 눈치를 줬다.나는 용재 형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폈다."야.. 이참에 집 지으면 되겠네.. 우리 집 옆으로 이사와 임 마..""우사 옆으로 오라고? ㅎㅎ 됐네요.""아.. 새끼..그럼 거기에가 다시 지을 꺼가?""글쎄... 엄마랑 이야기 좀 해봐야지 뭐.."용재 형과 이야기하는 중에 용재형네 부모님이 엄마와 이야기하며 밖으로 나오셨다.


"내일 가서 멀쩡한 살림살이들 찾아봐야지 뭐.. 이장님이 사람들 데리고 도와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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