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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국life - 2부 6장

관리자 0 3548
진성의 부름에 회복이 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형벌의 고통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선이는 지하방에 내려왔다.





" ...오늘은 또...무얼 하실려고..여기에 부르신걸까............."





잠시후 진성이 왔다.

진성 뿐 아니라 현이와 연이도 함께였다.





" 헉....... "

" ........선.....이..언니..........? "



형벌로 망신창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제대로 씻는 것 조차 하지 못했는지 엉망인 채로 팬티만을

걸치고 있는 선이의 모습에 놀란 연이와 현이였다.



노예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허락없이

별관으로 갈 수도 없었고 또 선이가 본집으로 오지도

않았기에 함께 체벌을 받은 이후 처음 보는 것이였다.





" 누.가.선.이.야.?

난 노예 따위한테 이름을 만들어준 적이 없는데? "





" ,....죄송합니다. 진성님. "



" 죄송합니다. 진성님 "





오랫만에 만난 선이에 대한 반가움과 지금 처해진 선이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에 의한 연민으로 자신들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온 선이의 이름에... 진성은 차가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지적을 했다.





" 내가 누구지? "



" .....진성님......"



" 찰싹 ~ 정신 안차려? 내가 누구라고 ? "



" .........진..성님..이십니다.. "





무릎 꿇고 앉아있는 자신에게 느닷없이 누구냐고 묻는 진성에게

자신의 바뀐 처지에 대한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어 진성님이라고 호칭을 한것인데..

진성의 손바닥이 선이의 오른쪽 뺨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 찰싹~ 찰싹~ 아직도 니가 첩실인줄 아는 모양이군 "



" 흐..흡.. "



" 찰싹 ~ 호칭 제대로 못해?

찰싹~ 진성님?

찰싹~ 누가 너 따위 입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을 허락했지? "



" .........흡..죄송합니다.. 주인님.."





노비도 주인의 이름을 호칭할 수 없다.

노비도 주인의 눈을 함부로 쳐다볼 수 없다.

아란국의 노비에게 일반남성인 주인은 하늘보다 더한 존재였다.

하물며 노비도 그러한데 노예는 오죽할까...

선이의 신분은 하층민이 아닌 노예였다. 선이에게 진성은

그래도 더 이상 혼자는 가지지 못한 공유되긴 했으나 그래도 신랑이였건만

이제는 그저 주인님일 뿐이였다.

오로지 명령만을 내리고 또한 오로지 선이가 복종만을 행해야하는...............





선이의 잘못된 호칭에 사정없이 선이의 뺨을 몇차례 내리친 진성은

선이의 호칭이 수정되고서도 선이의 양 뺨이 빨갛게 달아오른 뒤에서야

따귀를 치는 것을 멈추었다.





그런 진성의 매서운 모습에,, 그리고 그 앞에서 바들바들 떨며

오롯이 그것을 받아내는 선이의 모습에 곁에서 보고 있던

연이와 현이는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 앞으로 네 이름은 선이가 아니라 31번이다. 잘기억해둬라.

네 이름이 뭐라고 ? "



" ...31번입니다...주인님.."





노비와 노예의 비슷한 신분 가운데 차별이 느껴지는 것 중 하나는

노비에겐 있는 이름이 노예에겐 그 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다는 것이였다.

주인이 부르는 것이 곧 노예의 이름이 된다.

대부분에 집에서는 많은 노예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번호를 지정해주었다.





31번.............

앞으로 선이란 이름 대신 불려질 이름이였다.





진성은 선이에게 번호를 하나 지정해주고서는 곁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긴장감에 사로잡힌 연이와 현이를 쳐다보았다.



진성은 각종 체벌/형벌 도구가 가득한 장식장의 서랍을 열어

회초리 두자루를 꺼내었다.



" 31번 일어서서 열중쉬엇 자세에서 손만 머리위로 올려! "



진성의 명령대로 곧 행하는 선이였다.

진성은 선이의 자세를 확인하고는 방금 꺼낸 회초리를 둘을 연이와 현이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자신은 손에 채찍을 하나 쥐었다.





" 그래도 명색이 이집에 첩실인데 노예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겠지.

앞으로 이 아이의 훈육은 너희 둘이 맡도록 한다. "



" ........................"





훈육이라니..

첩실이라 할지라도 단 한번도 집안노예의 체벌권을 준 적이 없는 진성이였다.

노예들의 훈육이나 조교는 전적으로 진성이 고용한 노예조련사들이 진행했다.

간혹 아영이 매를 드는 경우도 있긴 했으나 그 또한 일년에 몇번 되지 않는 일이였다.



느닷없는 진성의 말에 연이와 현이는 놀란 눈으로 진성을 쳐다보았다.

진성의 의중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노예가 되었긴 했으나 그래도 한때는 같은 첩실이였고

첩실들 가운데 가장 먼저 진성의 첩실이 되어서 자신들이 언니라고 호칭하던 선이가 아니였던가.

그런데 자신들더러 훈육을 하라니.....................





" 앞으로 이 아이가 노예로 제대로 된 처신을 하지 못한다면

너희들에게도 훈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꺼다. "



" .........진성님........"



" ..진성님................."



" 물론 훈육을 잘하면 상도 주도록 하지. "



" ................ "



" ............... "



" 노예 훈육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매질이지.

처음에 호되게 매질로 좀 다뤄놔야 그 뒤가 편한 법이거든..훗.. "





진성의 말에 선이는 바들바들 떨었고,

연이와 현이는 사색이 되었다.



" 연이! 현이! "



" ..네..진성님.."



" ......네..진성님.."



" 지금부터 너희에게 쥐어준 그 회초리로 이 아이에게 매질을 하도록. "



" .........진성님..제발..그것만은..."



"...........진성님...어떻게.........."



" 윗 사람이 노예훈육을 위해 매질하는 것은 당연한건데,

그걸 못한다고 하지는 않겠지? 시작해 "





아무리 진성의 명령이였지만

선이에게 매질이라니....선뜻 나서지지 않는 연이와 현이였다.



" 찰싹 ~ 찰싹 ~ "



" .......흡......"



" ........으..읍.."



머뭇거리는 연이와 현이의 허벅지로 진성의 채찍이 날아들었다.



" 시작들 안해?

노예훈육도 못하는 첩실들 따위를 어따 쓰겠어?

니들도 오늘 혼나고 싶어? "



진성의 매서운 일갈에 연이와 현이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회초리를 꾸욱 붙잡고 눈을 질끈 감고서 회초리로 선이의 허벅지와 엉덩이

등짝, 가슴 등을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 찰싹~ "



" 흐..흡 "



" 찰싹~ 찰싹~ "



" 흐..흡...으......."



연이와 현이의 회초리가 선이의 몸에 내리쳐지자 선이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찰싹~찰싹~ 더욱 세게 못 내리쳐?

그 회초리가 오늘 밤 안에 안 부러지거나

저 아이가 그 회초리가 부러진 후에도 지금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

니들은 둘다 오늘 밤 여기서 보내야할 줄 알아 ! "



" 흐..흡..흡.."



" 으......읍..."



진성은 회초리질이 약하다며 더욱 세게 내리치라고 호통을 치며

다시금 채찍을 연이와 현이에게 휘둘렀다.

진성의 호통과 채찍질에 연이와 현이의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고

그에 선이를 향한 회초리 또한 더욱 거세졌다.



" 찰싹~ 찰싹~ 찰싹~ "



" ...으..읍........"



" 찰싹~찰싹~ "



" ..흡..잘못..했..습..니..다..주인..님.."



" 찰싹~찰싹~ "



" ....아....헙...으..윽..."





매서운 회초리가 날아들자 선이의 몸은 휘청거렸고

이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으며 입에서는 쉴새없이 신음이 터져나왔다.

선이는 진성을 향해 빌어도 보았지만 진성은 오히려 틈틈히 연이와 현이에게

틈틈히 채찍질을 하며 닥달할 뿐이였다.





" 투..욱..- "



" 툭 - "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연이와 현이의 손에 들린 회초리가 분질러 졌고

그에 맞춰 선이는 무너져내렸다.



" 촤악 ~ "



진성은 노비를 시켜 얼음물을 선이의 몸에 뿌렸다.



얼음물의 차가움에 정신을 차린 선이는 간신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 앞으로 널 훈육할 아가씨들이니 잘 따르도록 해.

니가 행실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쟤들이 책임을 져야할테니까.

물론 그런 일이 생기면 아가씨들 훈육에 제대로 따르지 못한

너 역시 그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할꺼야. 알겠어? "



" ...네..주인님..명심하겠습니다. "



" 연이,선이..

니들도 훈육 제대로 하도록 하고. 알겠어.? "



" .......네..진성님"



" ...네..진성님.. "



" 찰싹 ~ 가서 아가씨들 발 핥아 ! "



선이의 등짝으로 채찍을 후려치며 연이와 현이의 발을 핥으라 명하는 진성이였다.

선이는 연이와 현이의 발을 한참을 핥았다. 연이와 현이는 선이의 혀가

느껴질 때마다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 됐다..그만하고 연이랑 현이는 올라가도 좋다. "



연이와 현이는 진성이 올라가도 좋다란 이야기에 고개숙여 인사를 하곤

잽싸게 자신들의 방으로 올라갔다.



진성은 아무말 없이 선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곤 노비를 시켜 노예밥을 갖고 오게했다.



노비는 찬밥과 김칫국이 섞은 것을 개밥그릇에 담아와

선이 앞에 놓아주었다.





노비들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두끼정도

찬밥에 된장국이나 김칫국 같은 것들이 주어졌지만

아란국의 대부분의 노예들의 주식은 잔반이였다.

주인네 식구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먹는 것이다.



그마저도 하루에 한끼 정도가 전부인게 일반적이였지만

그래도 진성은 노비들에게도 반찬 한두가지를 해서 먹게하며 하루 3끼를 다 챙겨주었고

노예들에게도 특별한 잘못을 하거나 훈육중이 아닌 한 노비들처럼 반찬에 하루 3끼는 아닐지라도

하루에 한두끼정도 찬밥에 된장국이나 김칫국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 먹.어. "





진성의 체벌과 형벌소의 형벌 등이 이뤄지면서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식사는 커녕 물 조차도 함부로 쉬이 마실 수 없었던 선이였기에

멀건 된장국에 찬밥을 만것이 전부였지만 입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선이는 진성의 명령에 그릇에 손을 대었다.



" 찰싹 ~ 어디다 손을 대 !

찰싹 ~ 아직 정신 못차렸어?

찰싹 ~ 어디 노예년이 손으로 밥을 먹어?

찰싹 ~ 손 뒤로 하고 입으로 해서 제대로 안 먹어? "



" 흐..흡..흡........읍.."



손에 그릇을 대는 순간 선이의 손짝에 사정없이 채찍이 날아들었다.





아란국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였지만 가정에서 밥을 먹는 것 조차도

계급에 따라 다른 것이 관례였다.



식사시간이 되면 일반식당에서 일반남성이 식사를 한다.

일반여성은 일반남성의 허락이 있으면 함께 식사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반남성의 식사가 끝나고 식사허락이 떨어지면 일반여성이 밥과 국만 새로이 뜨고

반찬은 일반남성이 남긴 것을 중심으로 해서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하층민은

식탁이 아니라 땅에 꿇어앉아 식사를 하는 편이고 노비들은 땅에 꿇어앉아 먹을 뿐

아니라 젓가락 없이 숟가락만 사용하게 했고 노예들은 짐승처럼 입만을 이용해서 먹게 했다.





그렇지만 선이는 특별히 체벌을 받거나 한 날이 아니면

무릎을 꿇고 식사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늘 첩실들에게 엄한 진성이였지만

그래도 아영와 세 첩실들에게 자상한 신랑이기도 했다. 아영은 언제나 진성과

함께 식사를 했고 진성은 아영의 식사에 많은 신경을 써주었다. 맛있는 찬이 나오면

아영의 밥에 얹혀주기도 하고 아영이 좋아하는 찬들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도록

식사담당 노비들에게 이르기도 했다. 그리고 첩실들은 진성과 아영의 식사가 끝나면

새로운 밥과 국을 퍼서 진성과 아영이 남긴 반찬을 중심으로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첩실들을 생각해서 늘 넉넉하게 반찬을 준비하도록 진성이 해놓은터라 약간 식긴 했어도

양이 부족하거나 불편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숟가락 조차 쓸 수 없는 선이였다.





선이는 머리를 개밥그릇에 박고 혀와 입을 이용해서

열심히 핥아서 먹기 시작했다.



" ..후룹..후루룹..쩝..쩝..."





" 찰싹 ~ 찰싹~ 소리 내지말고 조용히 빨리 먹어! "





또 다시 매서운 일갈과 함께 채찍이 날아들었다.

선이는 눈물을 흘리며 더욱 속도를 내며 정신없이 핥아먹었다.





식사가 다 끝나자 진성은 노비를 시켜 선이를

다시 별채 노예들 방으로 보내게 하고 자신도 방으로 올라왔다.



아영이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았지만,

진성은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그렇게 또 하루의 밤이 가고 있었다.



.

.

.

.



늦은 저녁 모두가 잠들 무렵..

진성은 조용히 일어나 별채의 노예들 룸으로 향했다.

하루의 고되고 지친 일과를 끝낸 노예들이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교대로 날당번을 서고 있는 노예들이 진성을 보고 놀래서 모두를 깨우려했으나

진성은 그냥 두게 했다. 그리곤 선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선이 또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노예들에게 허락된 수면시간은 정말 많아야 5시간 정도.

실제는 3-4시간이 고작이였고 그 마저도 없이 날을 새며 일을 해야하는 일이 많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데다가 오늘 밤 또 매질을 당한터여서인지

선이는 잠을 자면서도 가끔 몸을 떨었다. 선이는 꿈 속에서도 체벌과 형벌에

시달리는지 신음소리를 간혹 내었다. 진성은 그런 선이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자신이 얼마나 혹독하게 선이를 다루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진성이였다.



.

.

.

.

.

.







평범한 가정에서 아들이 귀한 집안에 아들을 낳지 못하는 정부인으로 인해

첩실을 통해서라도 아들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 선이의 부친이였다.

그랬기에 선이의 부친에게는 첩실도 늘 많았고 정부인도 몇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아들은 선뜻 얻어지지 못했고 늘 딸들로 가득한 집안이였다.

그런 집에서 첩실의 딸로 태어난 선이였으니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저 집안의 다른 첩실들의 딸들 처럼 집안의 하층민 여성으로의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 집안의 모든 하층민 여성들이 그러했듯 선이 역시 밤낮으로

모친을 도와 집안일을 거들었다. 그래도 딸일지언정 자신의 핏줄에게

그다지 매정하지는 못했던 덕에 부친은 첩실들을 딸을 일반여성으로

신분상승 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학대를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기본을 지키고 집안일만 열심히 하면 가끔은 외출도 허락했고

용돈도 주곤 했던 부친이였다. 그리고 딸들이 결혼해야할 나이가 되면

주변에 밥 굶기질 않을만한 집안을 찾아서 첩실로 보내곤 했었다.

그러한 집안절차에 따라 선이도 12살에 첩실이 되었다.





아영이 둘째아들인 진혁을 가졌을 때 진성은 선이를 첩실로 맞아들였다.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단 그렇잖아도 대부분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아영인데 임신까지 했으니 더욱이 외출이 힘들터이고 자신도 일 때문에

야근과 외박이 많으니 누구라도 하나 말동무가 되어줄만한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있었고 첫째아들인 진호의 양육도 노비나 노예가

아영의 곁에서 함께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하층민이 낳겠다란 생각도 있었다.

물론 아영이 임신중이니 밤일을 할 수 없을테고 그럴 때도 첩실은 요긴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쓸만한 아이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해두었고

지인의 소개를 통해 선이를 맞이했고 그렇게 선이는 진성의 첫 첩실이였다.





선이 이후에 들어온 연이와 현이는 첫날의 어마어마한 신고식을

치루었지만 선이는 첩실이였으나 진성의 집안에서 환대를 받았다.



아영과의 첫 날밤에 대한 기억이 있는 진성은 선이에게는 그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앞으로 정부인을 곁에서 잘 보필하고 잘 지내란

당부만 건넬 뿐이였다.





자매도 없었고 늘 혼자였던 아영은 신분은 비록 낮을지언정

자신의 말동무가 생겼다는 기쁨에 노비와 노예들을 시켜서

먹을 것들을 잔뜩 준비해둔 채로 선이를 맞이했다.





14살에 진성에게 시집을 와서 15살에 첫 아들인 진호를 낳았고

17살에 둘째를 임신한 아영이였다.

17살과 12살...5살이나 나이 차이가 났고 신분차도 있었지만

아영은 첩실들을 함부로 대하는 여느 정부인과 달리 아영은

선이를 마치 친여동생 대하듯이 대하며 아껴주었고 선이도

아영을 잘 따랐다.



그런 모습에 흡족했던 진성은 아영을 생각해서라도 선이에게

잘 해주었다. 기본적인 선만 넘지 않으면 얼마든지 선이에게

하층민 여성의 첩실들이 받는 대우 가운데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고 그런 대우를 받은 선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곧 문제가 되었다.

아영이 너무 편해진 선이였다. 그런 나머지 시간이 갈수록

선이는 편안함 때문에 아영을 윗전으로 모시는데 소홀해져갔고

그런 것이 진성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영이 별말 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영은 진성이 뭐라

하려하면 늘 선이를 감싸주었다. 진성은 그런 아영을 생각해서

조금 눈에 거슬려도 웬만한 것은 그냥 넘어가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노예와 노비들을 전부 외부에 일로 인해서 내보낸 상황에서

아영과 선이가 단 둘이 남았는데 아영이 감기몸살로 인해서 심하게 아팠다.

그래서 선이가 아영의 병간호를 하고 있었는데, 잠깐 무엇을 사러

아영의 허락을 받고 슈퍼에 갔다가 길거리 광대들의 공연에 흠뻑

빠진 것이다. 공연을 보느라 아영을 잊은 선이였다.



그덕에 아영은 아픈 몸으로 점심도 먹지 못했고 약도 먹지 못한 채

끙끙 앓으며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던 아영을 걱정한 진성이 집 근처에 볼일을 보러 나왔다가

집에 잠시 들렸던 것이다. 혼자 앓고 있는 아영을 보고 놀란 진성이였다.

그러나 집엔 아무도 없었다. 진성은 급히 전화를 걸어 간병인을 하나 불렀고

아영의 곁에 있었다. 첨에는 잠시 잠깐 슈퍼에 뭘 사러 나갔다고 아영이 했기에

진성은 선이가 올때까지만 기다릴려 했던 것인데 선이는 저녁이 되고

공연이 끝나서야 아영을 떠올리곤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진성은 분노했다.

아영을 위해서 얻은 첩실이였고 아영을 생각해서 단 한번도

험하게 굴려본 적 없는 첩실이였고 아영 또한 얼마나 잘했던가..



그럼에도 선이는 윗전이 아픈 상황도 있고

길거리 광대놀음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니..............





진성은 그날 처음으로 선이에게 매를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진성은 첩실의 작은 실수도 결코 용납치 않았다.

특히 아영과 관계된 일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 이후로 연이,현이..두명의 첩실을 더 맞이했지만

그들에겐 지난 날 선이가 그러했던 것 실수를 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첫 신고식부터 혹독하게 치르게 했고 아무리 예쁠지라도..

윗전을 어렵게 여기게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선을 그었던 진성이였다.





선이가 자신에게 올 때 아영의 뱃속에 있던 둘째 진혁이 27살이 되었으니

선이가 진성의 곁에 머문지도 어느새 27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10대 초반의 어린 선이는 30대 후반의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





아영에 대한 사랑 때문에 늘 첩실들에게 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첩실들이 사랑스럽지 않았던 것은 아니였다.



세명의 첩실들 중에 선이는 활발한 성격인 덕에 애교도 늘 많았다.

사실 그 때문에 늘상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중심이였고

그래서 가장 많이 진성에게 혼이 나곤 하는 선이였지만

정숙한 정부인인 아영과는 또 다른 맛이였다.

게다가 첩실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탓인지 정도 많이 생겼다.

그래서 아영 또한 첩실들 가운데 선이를 가장 좋아라했다.





.

.

.

.

.

.

.

.

.



진성은 한참을 잠이든 채 신음하는 선이를 쳐다보았다.

신음을 내뱉던 선이의 입에서는 잠꼬대도 나왔다.



" ...잘못했..어요..진성님..잘못..했어요..주인님..

...진성님...주..인..님.."







진성은 선이의 잠꼬대에 선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토닥거려주었다.





자주 규율을 어긴 선이여서 그렇잖아도 한번은 크게 혼내줄 생각이였는데

거짓말이라니.....게다가 아영에게.........

그래서 용서해줄 수가 없었다.





형벌소에서 온갖 형벌로 고초를 겪는 선이의 모습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였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혹독한 형벌에 바들바들 떨며

오열하는 선이의 모습을 보며 진성의 가슴도 미어졌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멈추어 주고 싶었다.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아니였다.

자신이 원하면 얼마든지 멈출 수 있는 형벌이였다.

형벌소에 형벌을 신청하고 취소한 댓가로 물어야하는 과태료 따위는

진성에겐 신경쓸 꺼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선이는 알지 못하겠지만 진성은 형벌시작 전 형벌집행관에게 일종의 돈봉투를 건네며

혹독하게 하되...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생활에 지장이 있을정도로 되지는 않도록 신경써달라며

부탁을 하기만 했을 뿐 ...형벌을 멈추어주지 않았다.





진성은 독하게 마음 먹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제대로 잡지 못하면 다음번엔 더한 일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그때는 정말 자신이 용서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그땐 노예가 아니라 선이 자체를 잃을지도 모른다란 생각이 들었다.





진성의 쓰다듬을 느낀 것인지..

선이의 신음소리와 잠꼬대가 조금은 줄어들었다.



진성은 손길을 멈추고

근처에 널부러진 노예들이 이불로 덥는 천조각을 들어다가

선이의 목까지 올려 덮어주고는 조용히 돌아나왔다.





.

.

.

.

.





이제 선이는 정말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제 더이상 선이는 첩실이 아닌 진성의 노예이다.

이제 더이상 선이를 선이라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이의 이름은 이제 31번이다.



진성은 앞으로 더욱 혹독하게 선이를 가르칠 것이고,

31번이란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진성은 선이를 영원히 자신의 울타리 안에 두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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