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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호 여자 - 상편

관리자 0 3870
2407호 여자



누굴 닮았을까?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인데....

분명 내가 아는 사람같은데..기억이 나질 않네....

이제 나이가 좀 들어서 허리에 힘 들어간 모습은 뭐 평범한 모습이지만

살이 올라서 제법 복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선

언젠가...혹시 어렸을 적이라도 그때에..

알고 지냈던 사람이 아닐까?

하기야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지난 모습들을 고스란히 갖고 있지는 않을테고....

그치만..

분명...

자꾸 마음이 끌리는 걸 보아

뭔가 인연이 있었긴 있었나 부다...

과거에서건 혹 전생에서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면서

함께 탔던 여자를 힐끔 다시 한번 바라 보았다.

공교롭게 그 여자도 고개를 돌려 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여자는 아주 당황해 하면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게...어디서 본 모습이라니까....

저 여자도 날 알아본 것 처럼 느껴 졌는데...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날 힐끔 힐끔 쳐다 본 것으로 봐서

저여자도 나 처럼 혹시 아는 사람 아닐까..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아무튼....

참나..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으니 말이다....

이거..무슨 탕이라도 지어 먹어야지 참나..

나도 이거 정신이 가물 가물 하네 그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그런데 마침 시장을 보다가 거기서 또 그여자를 만났다.

목록을 손에 펴 들고 하나 하나 줄을 그어가며 쇼핑을 하는 걸 보니

이젠 제법 케나다 스타일에 젖은 폼으로 보인다.

쇼핑 카트에 물건이 가득 차 넘칠 정도로 쇼핑을 한 모양이다.

나야 뭐 시장을 본다고 해야 뭐 따로 뭘 많이 살게 있나...

맨 안쪽에서부터 우유 한봉지 사고

그 옆 델리샾에서 치즈좀 사고..

가끔은.... 맛잇어 보이는 햄도 좀 썰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건너편에서 폴리쉬 부처집에서 두툼한 소세지 몇 파운드 사고

나오는 길에 빵집에서 길쭉한 프렌치 두개 집어 들고

그리고 뭐 대충 둘러보면 장보는것 끝.

마침 그렇게 나오는데

계산대 앞에서 막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조금 당황해 하는 눈빛이었다.

뭐..당황해 할것 까지나..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손도 잡아보지 않은 사인인것 같은데...뭘 그리 얼굴을 붉히시나...?

그냥 자연 스럽게.."안녕하세요? 시장 많이 보셨네요..."

뭐 이렇게 말을 건내보지 뭐...

그 여자는 그냥 고개를 까닥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식구가 많으신가 봐요....?"

그래도 그냥 말수 있나? 계속 말을 걸어 봐야지...ㅎㅎ

"네..."

가까스로 대답을 겨우 뱉어 낸다.

참나...뭐 사춘기 소녀야? 뭐야?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것 같은데..."

"네...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뵜죠...."

대뜸 그녀는 얼굴을 들어 맞장구를 쳐 준다.

내가 자기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마치 기억이라도 하듯이.

"최근에 이사를 오신것 같은데..."

"예.... 한달 쯤 됬어요."

"한국에서 바로 오신건가요?"

"아뇨... 밴쿠버에서 살다가 왔어요."

"아... 밴쿠버? 거기도 살기 좋다고 하던데..날씨가 좋아서..."

"따듯하긴 한데..겨울에는 비가 많이 와서...."

"그래요?"

"겨울에 비가 많이 와서 늘 우중충 하거든요..."

그녀는 계산을 마치고 앞서 나갔다.

나이가 겨우 스물 안되어 보이는 듯안 캐쉬어가

껌을 질겅 질겅 씹으며 비닐 백에 물건을 담는다.

코에 두군데, 귀에도 서너개씩.

그렇게 피어싱을 한것 같다.

얼핏 보니까 눈섶 바로 끝부분 눈가에도 피어싱을 한것 같다.

저여자 분명히 배꼽에도 피어싱을 했을거다..

계산을 마치고 나서는데

그녀가 머뭇거리고 서 있었다.

마치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막상 지나가자 아주 어색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제가 밀어 드릴까요?"

쇼핑카트는 짐으로 가득차서 제법 무게가 나갔다.

한쪽 바퀴는 베어링이 나갔는지 크르륵 거리는 금속 마찰음이 들렸다.

"아뇨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뭐 무거워서 제법 힘이 들텐데요..."

(이런... 타고 난 친절..여자에게는 몸에 벤 습관....ㅎㅎ)

"그런데요... 어디서 뵌 분 같은데....."

"네? 절 어디서 본것 같다구요?"

"네... 어디서 봤을까... 한참 생각해 봤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호호호.. 그러세요? 어디서 봤을까요?"

이 여자는 오히려 뭘 알고 있다는 듯 내숭을 떤다.

"혹시 지하철에서 마주친건 아니구요?"

(이 여자는 넉살도 제법이네 그려... 여기서 기가 죽을수 있나?"

"아마도 영등포 시장 뒷골목 금마차 캬바레서 본것 같기도 하고..."

"어머..어머.. 그쪽 출신이세요?"

그녀는 아주 까르륵 웃는다.

"인천 자갈치 시장, 좌판에서 본것 같기도 하고.."

"어머머... 인천에 무슨 자갈치 시장이 있어요? 부산이지~~"

"그런가? 그럼 인천에 연안부두 회센타에서 봤나?"

(이럴땐 어차피 의미가 없는 대화일 뿐인데..그냥 부담없는 농담으로...)

"혹시..말예요... 새해 첫날... 거기..거기 어디야.."

(하필 거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거기가 어디드라.. 모래 시계 찍었던데...)

"아~~ 동해안... 정동진요?"

"아! 예 정동진.... 거기서 혹시 만났나요?"

"하하하... 농담도 잘하시네..."

"아닌가? 그럼 어디지? 분명 어디서 본것 같은데...."

"잘 생각해 보세요.."

그녀는 후후..거리면서 웃는다.

"아!"

내가 이마를 탁! 쳤다.

그녀가 무얼 훔쳐먹다 들킨 아이의 표정으로 날 쳐다 보았다.

"그렇지..거기서 만났지...."

"어딘데요?"

"모르시겠어요?"

"뭘요?"

"우리가 전생에 남매로 살았던것..."

"피이..잘 둘러대시네요..호호호..."

"아님 부부였나?"

"어머머?"

"아~~ 부녀지간이었나보다...."

"뭐라구요?"

"아닌가? 아하~ 그럼 모자지간이었던가?"

그녀는 아주 유쾌하다는듯 깔깔대고 크게 웃어댔다.

(뭐야..이거..이 여자는 무얼 알고 있다는 건가?)

그여자는 대뜸 정색을 하고 물었다.

"혹시 K 고등학교 나오신거 아녜요?"

"그걸 어떻게?"

"제가 K여고 출신 이라는거 아닙니까?"

"아 그러세요?"

"그때 좀 유명하지 않으셨나요?"

"유명할것 까지야....."

"제법 유명인사였죠..."

"허허.... 참!"

(아하~~ 일이 참 재미나게 엮여가네?"

"그럼 학번이?"

"댁이랑 같을걸요?"

"아~ 그렇습니까?"

"박문수 선생님 기억나시죠?"

"예! 박문수어사님"

"그분이 남고에 계시다가 여고로 오셨잖아요."

"그러셨지... 어사님 제자시로군요?"

"예! 수제자였죠..."

"하하..수제자라...그럼 먹 께나 갈았겠군요."

"방과후 하는 늘상 일이 그거 였으니까요...호호.."

"친구 녀석들 그래도 족자 만들만한 싯귀는 몇개씩 다 하사 받았죠...."

"그래도 그거 값이 꽤 나갔어요..."

"그쵸..지방에서는 그래도 꽤 잘 글 쓰시는 분이셨는데..."

"국전 특선을 두번이나 하셨잖아요.."

"그러셨죠...

"어사님 지금 돌아가셨죠?"

"한 몇년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당뇨로...."

"그것 때문에 옛날부터 고생 많이 하셨는데...."

"박문수 선생님이 내 사위! 내 사위! 그러셨다믄서요?"

"참 별걸 다 기억하시네요!"

"수업시작 할때 끝날때 그렇게 늘 두번씩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 하셔서..."

"참나... 고거..국민학교 1학년 딸내미를 두고 날 사위 삼으신다고..허허..."

"그래도 대단한 영광 아니었나요?"

"그거야..뭐 다들 재미로 하는 소리죠 뭐...."

"아뇨.. 박문수 선생님은 진짜로 그러셨던것 같은데..."

"아무렴.. 그러셨을라고..허허.."

"근데 얼굴이 별로 안변하신것 같네요."

"네? 그래요? "

"근데 나는 잘 기억이... 얼굴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만....드는데...."

"여자들은 단발머리때하고 머리 파마 하고 나면 많이 다르죠"

"하기야.... 많이 변하지...."

"그쪽은 얼굴이 별로 안변해서 제가 쉽게 알아 봤어요."

"그러셨군요?"

"첨엔 긴가 민가 했다가... 나중에 옛날 앨범 들춰보고 기억해 냈죠.."

"앨범요?"

"네... 사진첩.... 고2때 여름에 서클에서 수련회 갔을때..."

"써클요?"

"네... "

"아.... 그러구 보니... 조금씩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하고.."

"이거 한번 봐 보세요."

그녀는 빽에서 책을 꺼내더니 그 속에 끼워 놓은 사진 몇장을 꺼내 보인다.

"어? 이게 누구야...."

"기억 나시나?"

"너~~ 종숙이!"

"허어... 이사람! 인제 날 기억하나?"

"진짜 너 종숙이 맞어?"

"맞어! 땡숙이... 그렇게 불렀잖어?"

"그랬지.. 딸 그만 낳으라고 아버지께서 지으신 이름이라며?"

"호호호.. 그랬었대... 딸 다섯에 그나마 내가 여섯번째였으니..."

그녀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래도 내가 터 팔았잖아.. 내 동생이 남동생이야!"

"맞어 그런 이야기 기억난다...."

나는 건네준 사진들을 바라 보았다.

사진에는 써클 같은 조원끼리 찍은 사진이며

식사당번하면서 그릇 닦으며 모여서 찍은 사진이며

그리고 탱자나무 담 앞에서 살짝 팔짱끼고 둘이 찍은 사진.

또 무슨 극기훈련 하다가 놀래서 서로 부등켜 안고 찍은 사진.

빛 바랜 흑백 사진 여러장을

나는 한동안 아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이제 보니까... 여기 눈매며... 눈섶 부분이며.. 어째..어디서 본듯했다!"

"인제 기억이 조금 나셔? 난 바로 알아 차렸는데!"

"전혀 몰라보겠던데..."

"난 많이 변했지... 파마도 하고.. 주름도 늘고...."

"지금 보니까... 옛날 얼굴 모습이 조금 기억도 나는것 같네...."

"뭐~ 많이 늙었지..."

"아! 이럴게 아니라 어디 좀 가서 앉지!"

"아니.. 이거 시장본거 빨리 냉장고에 넣어야되! 우리 집에 가자!"

그녀는 내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러지 뭐~"

"난 2407호에 살어~"

"어? 바로 내 위에 사네? 허허..."

"그래? 내가 너무 쿵쿵거리지 않나?"

"아냐.. 아주 조용해..허허.."

"아무튼 이따 저녁이나 먹자..."

"그래~~ 저녁때 놀러 갈께...."



참... 여기서 만나네...

글쎄!

얼마나 오랜 세월이 지났나?

이렇게도 만나게 되네 그래....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와이너리에 들렀다.

쇼핑몰 플라자 한켠에 제법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그냥..빈손에 가기도 그렇고...

마침 괜찮은 와인이 눈에 들어 두병을 사 들었다.

점원이 선물할거냐고 묻는다.

그냥 리본만 하나씩 매 달라고 했다.



"왜 애 엄마랑 같이 오지 그랬어?"

"아니.. 그냥... 혼자...."

"왜? 말 안하고 혼자 왔어?"

"아니.. 없어...."

"어? 어..... 그렇구나...괜히 내가..."

"아냐.... 혼자 산지 오래됬어...."

"그래? 아무튼...여기 앉아!"

그녀는 오랜 친구를 만난듯 스스럼 없이 자리를 권했다.

"이쪽 코너는 조금 평수가 나가지? 전망도 좋고..."

"응..... 그래서 좀 값이 더 나가던데..."

"저쪽에 댄이 있어서..거기 전망도 좋아..도시 야경이 참 멋있거든..."

"그래.. 거긴 차 마시는 공간으로 꾸밀까해..."

"근데 애들은?"

"으..응!"

"어디 갔나?"

"으응! 여기 없어...."

"그래?"

"응~ 그렇게 됬어..."

"그렇구나..."

(사실 이제 그런 한두마디의 말이나 표정이나 어투에 대한 느낌으로 쉽게 알아 채린다.)

"힘들지 않니?"

(그런 말이 먼저 튀어 나오는게 상황을 알아차린 거다.)

"이젠 괜찮아... 첨엔 힘들었는데..."

금새 그녀의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와인을 좀 사왔는데... 입에 맞을려나 모르겠다....."

"그래? 어디 좀 보자.."

그녀는 리본을 풀어냈다.

"제이 티?"

"와인 맛을 잘 몰라서... 그냥 무난 할거야..."

"이런... 김치찌게를 만들었는데...."

"허허.. 김치찌게에 와인이라... 좀 어색하다...ㅎㅎ"

"그치? 아무래도..김치찌게엔 안어울리지?"

"팩소주가 몇개 있는데... 마실래?"

"그래? 그게 더 좋지..."



오랜만에 김치찌게에 밥을 두그릇이나 비웠다.

팩소주도 이미 여러개 쭈그러진 채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그래서 밴쿠버에서 떠나왔구나."

"응...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이리 오게 됬어."

"아이들은 연락 자주 해?"

"밴쿠버에서 떨어져 좀 살았을때는 전화도 하고 컴으로 화상채팅도 하고 그랬는데.."

"뭐 그렇지.."

"애들이 바뻐지니까... 커가면서.. 지들 하는 일도 많지 뭐...."

"토론토에 온지는 몰라."

"왜?"

"한국에 돌아 간다고 그랬거든"

"그랬구나....."



토론토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24층에서 내려다본 토론토 도심의 야경은 아주 멋있었다.

바로 아래 살면서도 사실 별로 느껴보지 못한 야경을

새삼 참으로 가는 인연으로 만난 어릴적 친구네 집에서

이렇게 바라보는 경우란.....참!



그녀의 이야기는 조금씩 가물 가물 해 지기 시작했다.

주량을 넘게 마신 팩소주 탓도 있지만

그게 다 떨어지고 와인까지 추가로 마시다 보니

입 속에선 씁쓸한 냄새마저 올라왔다.

그녀는 내게 기대서 흐느끼다가

이내 코를 크게 풀어댔다.

(허어... 이제 옛날 친구 앞이라고 아주 부끄러워 할 게 없구나....)

"근데 넌 왜 이나이에 혼자 사니?"

"어... 그렇게 됬어... 혼자 지낸지 오래됬어."

"사별한거니?"

"아니.. .."

"그럼?"

"그냥 혼자 살았어....."

"그래? 호호.. 그럼 총각이야?"

"무슨~~"

"법적으로는 총각이란 말야... 그럼?"

"그런 셈이지..허허.."

"그래? 정말로?"

갑자기 와락 그녀가 나를 끌어 않았다.

"너 왜이래 갑자기?"

"가만 있어봐! 안잡아 먹어~~"

그녀는 그냥 한참이나 날 껴안고 있더니 이내 손을 놓았다.

"이런.. 법적으로 총각이라고 해서 뭐 다른가 했더니..별거 없네..호호호.."

그녀는 아주 능글맞게 웃었다.

"뭐라고?"

"히히히... 그래서 맨날 굶고 살았어?"

"흠흠... 참나 못하는 말이 없네... 굶기는 왜 굶어?"

"그래? 걸프렌드는 있고?"

"그거야. 니가 알바 아니고...클클...."

"그래! 오늘 너무 진도가 많이 나간다...여기까지만 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두걸음 걸어가더니 그냥 패그르르.. 그 자리에 자빠진다.

"아이고.. 내가 너무...많이 마셨나보다...."

그자리에 주저 앉는다.

"내가 부축해 줄께...."

"나좀 잡아 줘..."

그녀는 내게 몸을 의지했다.

"물침대로 모실까요~ 싸모니임!"

"히히히.. 안어울린다야~~"

그녀는 거의 눈을 감고 술에 취해 골아 떨어진 상태에서도 손사래를 친다.

"아줌마 술 취하니까 볼만 하네~"

"그래.. 볼만한 걸이 아니라 못봐주는 아줌마다! 왜?"

그녀는 취해서도 말은 꼬박 꼬박 받아 쳤다.

그녀는 침대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나 술 안취했다!"

"오냐.. 알았다! 양말이나 벗어라!"

나는 그녀의 양말을 벗겨 주었다.

(그래... 힘들거다.... 나도 많이 힘든 때가 있었어....너만큼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씻지도 않고 자냐?"

"니가 좀 씻어줄래?"

"허허... 이 아줌마가 아주 유혹을 해라 아예 유혹을 해!"

"지금 내가 유혹하는 것으로 보이냐?"

"훌라 춤은 안추냐?"

"아니.. 못할것도 없지!"

그녀는 일어 나려다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다시 쓰러진다.

"그래도 겉옷은 벗고 자라!"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꼼짝을 안했다.

"자냐?"

"........"

아주 늘어진 그녀를 침대에 바르게 눕혔다.

그리고 겉 옷을 천천히 벗겨 주었다.

스웨터를 걷어 올리고 손을 넣어 팔을 하나씩 빼 내었다.

베이지색 런닝이 그녀 몸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이 나이 되도록 이정도 몸매면 잘 관리했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야! 취한척 하지 말고 궁둥이좀 들어봐!"

몸에 짝 달라 붙은 청바지는 벗겨 내리기가 힘이 들었다.

청바지 지퍼를 내리고

그리고 발 아래께로 가서 바지를 확 잡아 당겼다.

순간...

속에 입은 팬티까지 절반이 확! 따라 내려왔다.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런... 어린애 기저기 갈아주는 폼 일세....)

일단 청바지는 끝까지 잡아 당겨 내리고

반쯤 말려 내려진 팬티는 밀어 올리고..

"궁둥이좀 들어라! 팬티좀 올리게~"

"......"

정말 잠이 들어 버린 모양이었다.

(참나.. 난감한 일이로세.... 이거 벗긴 팬티 입히기가 더 어렵네...)

"야! 엉덩이좀 들어!"

난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찰싹 내리 쳤다.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팬티를 입는 것은 지 소관이지...이거야 원 참!)

겨우 허리께에 손을 밀어 넣고 그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말려 내려간 팬티를 끌어 올렸다.

살짝.... 그녀의 체모가 손 끝에 닿았다.

순간.... 그녀가 움찔했다.

(아.... 잠들지 않았나?.... 그치만.... 그냥 모르는 척 하자....)

벗겨낸 스웨터와 청바지를 침대 한켠에 가지런히 접어 놓았다.

"잘 자라......"

나는 이불을 끄집어 당겨 덮어 주었다.

그리고 가볍게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그때 그녀는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그리고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누워있는 그녀를 가만 안아주었다.

(그래... 힘들지....알어.... 근데..... 이렇게 술 취했을때는 푹 자는게 좋아....)

"나좀 꼭 안아줘...."

(아냐... 이럴땐 섹스를 나눌 남자보다 이불을 추스려 주는 친구가 더 좋은거야....)

"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서 반가웠어...."

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아파트 열쇠는 어디있어?"

"응... 식탁 옆 벽에 걸려있어..."

"내가 잠그고 갈께...낼 아침에 들를께....."

그녀는 내게 입술을 씰룩 거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옛날

그 까만 교복에 하얀 카라.

단발머리 그 여학생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아픈 사람끼리 만나기도 하는 구나... 오래전 친구의 기억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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