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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 11부

관리자 0 3447
수요일부터 시작한 기말고사. 찬승은 별다른 어려움, 그렇다고 유달리 쉽지도 않았지만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금요일 영어 시험은 영어 학원을 다니며 단어를 외운 것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됐는지 전처럼 망치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아영도 나름대로 공부했는지 머리를 싸매고 컨닝 없이 시험을 치렀다.

토요일에는 저녁에 카페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오전과 오후에 공부를 해야 하는 찬승이었다. 물론 피아노만 치고 앉아 있는 지루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도 월요일과 화요일에 있는 시험에 대비해 공부를 해야 했지만 일단은 쉬고 싶은 찬승이었다.

찬승이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도중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서희였다.



“다녀왔습니다아-!”



신나거나 기뻐서 하는 인사가 아닌 무언가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 하는 인사. 서희는 그 대로 방안으로 들어가며 방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부셔져라 닫는다. 딸이자 여동생의 행동에 놀란 부모님과 찬승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잠시간 무언의, 하지만 그 뜻을 명확히 알아차릴 수 있는 눈빛이 서로 간에 교환되었다.



‘너가 들어가 봐라.’



‘아버지가 들어가세요.’



‘어머? 젊은 애들의 상담은 젊은 애가 해주는 거야. 그리고 동생의 고민은 항상 네 몫이었잖니.’



‘으윽. 어머니까지?’



‘어헛! 빨리 들어가지 못해?’



‘예에….’



결국 세 사람의 치열한 눈싸움은 찬승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힘없이 동생의 방문까지 걸어간 뒤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세요!”



“응? 아. 오빠. 잠깐 얘기 좀…. 하하….”



“열렸어! 들어와!”



여전히 날카로운 동생의 말에 찬승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다. 동생은 의자에 걸터앉아서 씩씩 거리고 있었다. 찬승은 밖에 부모님께 들리도록 살짝 문을 열어 놓은 채 들어가려 했지만 닫고 들어오라는 동생의 목소리에 찔끔해서 문을 닫는다.



“뭐야. 무슨 얘기를 하려고?”



아직 외출할 때의 짧은 치마 그대로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서희가 하얀 허벅지를 드러낸 채 찬승을 빤히 올려다봤다.



“응. 아…. 왜 화가 났나 해서. 밖에서 무슨 일 있었니?”



그래도 어릴 적부터 여동생의 상담을 가장 잘해주는 것은 찬승이었다. 흔히 남매인 가정은 오빠와 동생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곳이 많았지만 찬승과 서희는 어릴 적부터 잘 어울려 놀았다. 그것은 역시 오빠인 찬승이 여동생인 서희를 아끼고 잘 보살펴준 결과였다. 덕분에 서희는 고민거리 같은 것이 있을 때에는 항상 상담 대상자로 찬승을 찾곤 했다. 물론 그 고민거리는 거의 학업에 관련된 건전한 것이었지만….

찬승의 말에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하는 여동생. 찬승은 그런 여동생의 행동에서 전과 같은 종류의 상담은 아닐 거라고 직감했다.

잠시간을 망설이던 서희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래?”



여동생의 말에 덜컥 겁이 나는 찬승.



“뭐, 뭐? 왜? 뭔데 그래? 자세하게 말해봐.”



“후우…. 아니…. 으으음…. 오빠.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랑 키스 해봤지?”



“으, 응…. 무, 물론이지.”



“으음…. 아까 조금 전에 남자친구가 집까지 바래다줬거든…. 항상 그때마다 키…스했다? 근데 오늘은….”



아까의 겁이 점점 고조되는 찬승. 슬슬 목소리까지 떨려나오기 시작한다.



“오, 오늘은 뭐…?”



“…오늘은 가, 가슴도 만지고….”



서희는 말을 하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치, 치마 안에다가도….”



“뭐어-!”



서희의 말에 찬승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당황한 서희가 재빨리 일어나며 찬승의 입을 막는다.



“조, 조용해! 밖에 들리잖아!”



그러나 흥분한 찬승은 재빨리 서희의 손을 떼어냈다.



“야! 너 그 녀석 누구야! 그런 남자 놈은 만나면 안 돼!”



찬승의 말에 서희는 갑자기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소리를 지른다.



“오빠도 전에 여자친구랑 사귀면서 그랬을 거 아냐! 근데 왜 얘한테만 뭐라 그래!”



동생의 반격에 찬승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이니까. 찬승의 표정에서 반격할 말 없음을 읽은 서희는 오빠를 방에서 밀어내려 했다.



“으휴! 오빠는 정작 중요할 때는 도움이 안 돼!”



여동생에게 떠밀리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버티던 찬승은 힘겹게 입을 열어 그녀에게 물었다.



“야! 그럼 어차피 그 놈 편들을 거면 왜 나한테 남자들은 다 그래?라느니 이런 말 한 거야?”



그러자 찬승을 밀어내던 서희의 힘이 조금 약해진다. 그리고는 갑자기 찬승에게서 돌아서며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야…. 난 이런 경우가 처음이고 긴장 되니까.”



여동생의 말에 찬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슬슬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 자기 딸처럼 아끼고 보살피던 여동생이 여자가 되려는 날이….



“후우…. 그럼 너도 남자친구 행동이 싫진 않은 거네.”



“으, 응….”



대답을 하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서희. 찬승은 여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일을 떠올렸다.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붙어 다니며 섹스를 즐겼고 지금은 두 살이나 어린 후배와 섹스를 즐기고 있다. 이런 자신이 아끼는 여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혼전순결을 지키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동생도 남자친구의 행동이 싫지 않다고 하니 남은 것은 그녀 자신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찬승은 비장한 각오로 입을 열었다.



“너도 좋고 남자친구도 좋으면 그걸로 되는 거야. 단지 중요한 건 너가 그걸 나중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이지. 나중에 너가 후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되는 거야. 그리고 또….”



임신 같은 거 안 하도록 조심하라고 말을 하려다 말을 바꾼다. 아직 그 정도의 말을 하는 것은 이를 테니….



“…그, 그냥 여러 가지로 조심 하면 돼.”



찬승이 말을 마치자 갑작스레 서희가 와락 안겨든다.



“오빠! 고마워! 한결 부담이 덜어졌어.”



“으, 응….”



부모님께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여동생의 방을 나오는 찬승의 마음이 착잡했다. 그 때가 언제든 여동생이 여자가 되는 날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그렇게 여동생을 아끼던 자신이 괜찮다고 조언까지 해줬다. 그러나 여동생에게 무조건적으로 안 된다고 강요할 자신이 없었다. 분명 자신은 두 살이나 어린 후배와 섹스를 즐기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길게 한숨을 내쉰 찬승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안 된다고 강요해봤자 원하는 남자친구와 거부하지 않는 여자친구의 성관계는 언제, 어디서든 비밀리에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 여동생의 그러한 행위는 가족들에게 완전히 감춰진 채 음지에서 행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오빠인 자신이 조언을 해주면 그러한 행위에 어느 정도의 자각은 가지게 된다.



‘그럼 아예 모르고 있는 것보단 낫겠지…. 후우 그래도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군.’



찬승이 서희의 방에서 나오자 부모님의 시선이 동시에 쏟아진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눈빛.



“하하하. 남자친구가 돈을 빌려 달래네요. 그래서 제가 뭐야라고 소리치고는 그런 놈 만나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 액수를 들어보니 3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잘 말하고 나왔습니다. 하하하. 그럼 전 이만 방으로….”



찬승은 혹시나 거실에 들렸을지도 모를 자신의 대화까지 한꺼번에 설명을 하고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



다음 주 화요일 기말고사가 끝났다. 그리고 시작되는 여름방학. 그러나 찬승은 너무나도 허무했다. 시험 끝 방학시작이라고 친구들과 즐기는 분위기도 없고 그저 혼자 터벅거리며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1학년 때는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여자친구와 모텔로 달려가 뜨거운 섹스를 즐겼었다. 그러나 이젠 그럴 사람도 없었다.



‘…아영이한테 가볼까. 안 돼! 후우. 정신 차리자. 내가 스스로 자제하기로 했잖아. 학원이나 가자….’



결국 그렇게 마음먹고 학교를 빠져나가는 도중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를 보니 지현이었다.



“여보세요.”



[아. 서, 선배. 안녕하세요.]



“응. 시험 잘 봤어?”



[예, 예. 그냥 봤어요. 근데 혹시 2학년 과대한테 문자 받으셨어요?]



지현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2학년 과대는커녕 오늘 받은 문자도 없었다.



“아니. 안 받았어. 왜?”



[아. 선배한텐 안 보냈나보네요. 오늘 여기 소주천국에서 2학년끼리 모여서 1학기 종강파티하기로 했거든요.]



그러나 찬승은 자신에겐 연락이 오지 않아 소리를 버럭 지른다.



“뭐어-! 왜 나한텐 연락 안했어!”



[그, 그래서 제가 특별히 전화로 연락했잖아요. 아하하…. 여기로 오세요.]



“그래. 알았어.”



찬승은 전화를 끊고 놀 일이 생겼다며 신나했다. 그러다가 문득 영어 학원 생각이 난다. 미경과 그녀가 했던 말도 떠오른다. 영어 학원은 많이 빠지면 좋지 않다고….



‘으으…. 안 돼! 오늘은 일단 좀 놀아야겠어. 시험 끝나고는 역시 노는 게 최고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한 찬승은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 주머니 속에 든 핸드폰이 가벼운 진동을 울리며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어라. 아영이네.”



[선배!!!! 오늘 종강파티 가세요?]



찬승은 간다고 답문하고는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넣기 무섭게 다시 가볍게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



“뭐야. 뭘 또 보내…. 어라?”



의외의 인물인 미경이었다. 비록 서로 번호를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혹시 오늘 종강파티 가시나요?]



‘뭐야. 다들 뭐 이리 자꾸 물어봐.’



찬승은 아영과 똑같은 내용인 미경의 문자에 역시 간다고 답문하고는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찬승이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을 길게 붙여서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다수의 시선에 민망해진 찬승은 허겁지겁 유일하게 아는 얼굴인 지현을 찾았다. 그러자 사람들 틈에서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지현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왔으면 좀 쳐다보지.’



그런 찬승의 생각을 읽었는지 지현은 슬그머니 찬승을 돌아보며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의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이 찬승에게 쏟아진다.



‘뭐, 뭐야. 이것들은….’



2학년 종강파티라고 해봐야 04학번들, 그것도 평소 같이 잘 놀던 아이들끼리만 온 것 같았다. 2학년에 다니는 고학번 선배들에게도 예의상 연락을 보냈겠지만 그런 선배들이 이런 후배들이 노는 자리에 낄 리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자리에는 04학번 여자애들 몇 명과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04학번의 몇몇 남자애들만이 있는 것이었다.

찬승은 어서 빨리 앉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지현에게 어디 앉아야 되냐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지현은 저쪽에 빈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보낸다. 찬승이 돌아보니 당연히 알 리가 없는 후배들의 옆…. 그나마 아는 후배인 지현의 근처에 앉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의 주위 자리는 꽉 차 있었다.

찬승이 비어있는 자리에 앉자 그 근처에 앉아 있는 후배들이 움찔한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챈 찬승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밥이나 빨리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현은 찬승이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쳐다봤지만 순간적으로 다시 고개를 원위치 시켰다. 왠지 선배가 들어온 모습만 봐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선배의 근처에 앉아서 같이 놀고 싶었지만 너무 떨려서 다가갈 수 없었고, 주위에서 하나, 둘 시작하는 동기들의 선배 험담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야. 저 선배 뭐야? 왜 왔어?”



“지현아 너랑 같이 다니던 선배 아냐? 너가 불렀어?”



한 동기의 말에 지현은 슬그머니 고개를 흔들어 부정한다. 차마 밝힐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와 친한 두 명의 친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현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찬승에 대한 험담은 더욱 강도가 높았다. 가뜩이나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지현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질투심에 험담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었다.

왠지 12:1의 이상한 구도가 성립되어 있는 술자리. 물론 1은 찬승이었다. 그런 이상한 술자리가 시작되려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술집의 문이 열린다. 일반손님일 수도 있었지만 인간의 본능 상 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 대다수 사람들의 시선이 술집 문으로 쏠린다.



“어…?”



그리고 이것이 술집 문을 돌아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된 반응이었다. 올 리가 없는 사람이 왔다는 반응.



“선배애-!”



술집으로 들어온 사람은 요란한 인사를 하며 찬승의 옆에 털썩 앉는다. 그러자 그녀의 짧은 플레어스커트가 살짝 펄럭이며 하얀 허벅지가 잠깐 노출된다.



“아, 아영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또 다시 일제히 중얼거리는 찬승에게 쏠린다. 그리고 놀라는 지현의 시선도….



“너 웬일이야?”



찬승은 자신의 옆에 앉은 아영에게 조용히 물었다.



“뭐가요?”



“너 이런데 안 오잖아.”



“에에이. 저도 2학년인데 오면 어때서요?”



“아니 어떻다는 게 아니라….”



아영은 손을 들어 그만 됐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는 찬승에게 소주를 따른다. 그리고 찬승의 귀에 대고 조용히 귓속말을 한다.



“선배. 그리고 이따가 끝나고 우리 집에 가요….”



아영의 귓속말에 찬승은 움찔하며 그녀를 바라본다. 찬승 스스로가 안 간다고 겨우 결심했는데 이젠 아영 스스로가 유혹하고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아영은 찬승에게 한 번 눈을 찡긋하고는 혼자 열심히 안주를 집어 먹는다.

그러나 그때 또 다시 술집의 문이 열리며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쪽을 바라본 사람들은 또 다시 올 리가 없는 사람의 등장에 의문 섞인 감탄사를 내뱉어야 했다.

길고 검은 생머리에 차갑고 도도한 표정, 그리고 세련된 옷차림의 그녀 미경이었다. 스윽 술집을 둘러본 미경은 찬승과 아영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영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는 찬승에게 미소가 가득 담긴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선배. 안녕하세요.”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과 불신의 빛이 떠오른다. 물론 아영과 지현도 포함해서. 모두가 놀란 것은 당연히 미경의 표정 때문이었다. 동기들은 물론 같이 다니는 아영조차도 미경의 웃는 얼굴은 한 번도 보질 못했다. 그런 그녀가 가식적인 미소가 아니라 정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니 놀라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 누군가에게 다시 일제히 쏠렸다. 남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지현과 같이 다니는 복학생이자 1학년 때 많은 사람들이 말을 붙이며 친해지려 노력했지만 그 누구도 친해지지 못했다는 아영과 미경의 인사를 받는 복학생. 바로 찬승이었다.

또 다시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머쓱해진 찬승은 자신의 앞에 앉는 미경에게 목소리를 죽여 물었다.



“야. 넌 또 웬일이야.”



그러자 미경은 또 다시 미소를 지으며 찬승에게 대답했다.



“웬일은요. 2학년인데 당연히 와야죠.”



그녀의 미소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지현의 환하고 맑은 청순한 미소나 아영의 섹시하고 도발적인 미소를 조금씩 섞은 듯한 느낌의 미소였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우아하고 기품이 흐른다고 하면 어울릴 것이다.

아영은 찬승의 앞쪽에 앉는 미경에게 살짝 놀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야 근데 너 정말 웬일이야. 이런 데를 다 오고?”



그러자 미경은 자신의 수저를 정리하며 아영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미경의 대답에 아영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공통된 생각이 떠올라 있었다.



‘뭐야. 얘도 선배 때문에 온 거야?’



그러나 이 둘보다 더 속이 타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찬승과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지현이었다. 그녀는 처음에 적당히 기회를 봐서 찬승의 옆에 앉으려고 했다. 그리고 같이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해서 두근거림이나 떨림을 없애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영과 미경에 의해 상황이 바뀐 것이다. 찬승에게서 아영과 미경의 얘기는 한두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기로 유명한 아영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옆에 앉을 줄은 몰랐고, 저 무표정한 미경이 우아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결국 둘 다 찬승 때문에 여기 오게 된 것이다.

지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자 옆에 앉아 있는 친구인 혜미가 슬쩍 옆구리를 찌르며 조용히 말한다.



“너도 빨리 저쪽 테이블로 가봐.”



“왜, 왜…?”



“어휴…. 바보야. 척 보면 모르겠니? 아마 저 두 사람도 저 선배 좋아하고 있을 걸?”



“뭐, 뭐?”



혜미의 말에 슬쩍 돌아보자 과연 찬승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다. 그러나 여전히 지현이 우물쭈물하고 있자 혜미는 힘을 주어 그녀를 밀어낸다. 그러자 얼떨결에 일어나게 된 지현에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쏟아진다. 당황한 지현은 혜미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단지 빨리 가라고 재촉할 뿐이었다.

결국 지현은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천천히 걸어가 아영의 앞이자 미경의 옆에 살짝 앉았다.



“어 지현아!”



그러자 너무나도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하는 찬승.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아영과 미경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공통된 생각을 떠올렸다.



‘뭐야. 내가 왔을 땐 웬일이야고, 지현이가 오니까 저렇게 반가워하다니….’



그러면서 찬승이 항상 누누이 말해왔던 가장 친한 후배인 지현을 슬쩍 경계한다.

결국 찬승은 법학과 04학번 중 가장 예쁜 3명의 여학생과 같이 술을 마시게 된 것이다. 많은 남학생들의 질투어린 시선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술자리는 찬승의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3명의 여자가 서로를 경계하는 탓에 제대로 된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현은 그저 찬승의 앞이라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아영이 찬승에게 무언가 말을 걸라치면 미경이 슬쩍 방해했다. 거꾸로 미경이 무언가 말을 하려하면 아영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둘의 대화에 껴들었다. 그런 분위기에 적응 못하는 찬승이 가만히 있는 지현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어느새 사이가 좋아진 아영과 미경이 찬승에게 말을 건다.



‘…선배한테 말 걸고 싶은데 떨려서 제대로 말도 못하겠다. 후우….’



지현의 생각.



‘빨리 끝나고 집에 가서 선배랑 해야 되는데…. 히힛!’



아영의 생각.



‘다시 한 번 다짐하지만 난 저 선배 좋아하는 거 아냐. 단지 조금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미경의 생각.



‘근데 저 둘은 진짜 이 선배 좋아하는 건가?’



그리고 셋의 공통된 생각.



‘분위기가 뭐 이러냐….’



마지막 찬승의 생각이었다.



*



술자리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재미없게 끝났다. 물론 04학번 남학생들도 찬승 덕분에 재미없는 술자리를 가졌지만 말이다.

그러나 술집을 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한 사람은 찬승, 아영, 미경의 세 사람 뿐이었다. 찬승이란 02학번 선배 때문에 술자리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04학번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선동해 2차를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찬승은 그런 분위기를 알고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찬승이 안가니 자연스레 아영과 미경도 가지 않게 되었다. 지현도 찬승이 집에 간다고 하니 그냥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안절부절 거리는 그녀를 남학생들이 그냥 둘 리 없었다. 결국 그녀는 2차를 가야만 했다.

결국 2차를 가게 된 지현은 찬승에게 다가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서, 선배. 안녕히 가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응…. 그래. 조심해서 놀다 가.”



찬승은 요즘 지현의 말투가 부쩍 여성스러워졌다고 생각했다.



찬승, 아영, 미경은 지하철을 타는 곳에 와서 헤어지게 되었다. 미경은 동대문 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 했고, 아영은 노원 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 했기에 찬승은 자연스레 아영과 함께 지하철을 타려고 했다. 그러면서 미경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왜 그래…?”



찬승이 이상스레 묻자 미경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선배는 혜화에 산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저랑 같은 방향이신데요.”



미경의 말에 찬승과 아영은 움찔 놀란다. 그러나 찬승은 허둥거리지 않고 자연스레 미경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하하하…. 아 맞다. 저쪽이 우리 집으로 가는 방향이었지. 아 취기가 올라오나….”



결국 미경과 찬승이 먼저 지하철을 타고 출발하게 되었다. 아영은 그런 둘을 보내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어휴 저게 정말….”



아영의 그런 마음도 모른 채 미경은 지하철에 찬승과 나란히 서서 가게 되었다. 그러나 혜화까지는 겨우 역 하나. 찬승은 곧 내리게 될 거 같아 미경에게 인사를 했다.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



찬승의 인사에 2, 3초 정도 가만히 있던 미경이 이내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예. 선배도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리고….”



말을 하던 미경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오늘 즐거웠어요.”



미경의 우아한 미소에 넋을 잃은 찬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어, 어…. 잘 가.”



미경과 헤어지고 개찰구를 통과하려던 찬승에게 전화가 왔다. 당연히 아영이었다. 전화를 받자 다짜고짜 아영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배-!]



“응, 응?”



[어디세요? 빨리 오세요.]



아영의 말을 들은 찬승은 고민을 했다. 이제 개찰구를 통과해 조금만 걸어가면 집이다. 그런데 굳이 몸을 돌려서 가기가 뭐했다. 게다가 자신은 아영과 몸을 섞는 일을 스스로 절제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나? 솔직히 가고 싶기도 했지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저기…. 오늘은 그냥….”



[그냥. 뭐요! 뭐! 빨리 오세요! 선배! 선배…. 저….]



잠시간의 간격을 두고 아영이 말을 이었다.



[…아까 술집에서부터 몸이 달아올라 죽을 거 같단 말예요.]



너무나도 예쁘고 섹시한 여자 후배의 이런 말을 듣고 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곧 몸을 돌려 아영의 집으로 향하는 찬승이었다.



아영의 방문 앞에 도착한 찬승은 잠시 멈춰 서서 고민했다. 과연 들어가도 될까….

하고 싶었다. 분명히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관계를 가지게 되면 언젠가 나중에 그녀에게 도의적 책임을 느낄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것으로도 그녀에게 보상을 해 줄 수 없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을 즐기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찬승 스스로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과 관계를 가지고 있긴 해도 엄연히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같은 과의 아끼는 후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밝게 인사하고 잘 따르는 그녀를 단순한 섹스파트너로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때 찬승의 머릿속에 천사가 생각났다. 왜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그저 갑작스레 고백하려던 날과 다른 남자의 차에서 내리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났다. 잊어버리고 싶다…. 이제 방학이라 마주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생각도 하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 잊어버리고 싶다.



‘그래…. 천사도 잊어버릴 겸 들어가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합리화를 시킨 찬승은 아영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영은 찬승이 도착하자 문을 열어 바로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선배애!”



갑작스레 자신을 껴안는 아영을 찬승은 그저 얼떨결에 살짝 안을 수밖에 없었다. 아영은 찬승의 목에 매달린 채 그의 귀에 뜨거운 숨결을 동반한 끈적거리는 말을 내뱉었다.



“하아…. 선배. 저 기다리느라 죽을 뻔했어요. 어서 오세요….”



귀를 간질이는 아영의 뜨거운 숨결과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하게 느껴지는 가슴이 찬승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었다.

아영은 문을 닫고는 찬승의 손을 잡아 방으로 이끌었다.



“선배….”



방 한가운데 선 아영은 조용한 목소리로 찬승을 부르더니 살짝 눈을 내리깔며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저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말을 마친 아영의 양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검정색 플레어스커트의 끝자락을 잡더니 위로 올린다. 가뜩이나 짧은 치마는 살짝만 올려도 허벅지 깊숙한 곳까지 드러났고 곧 강렬한 붉은색의 팬티가 드러나게 되었다.

찬승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섹시한 장면…. 그러나 곧 이어진 아영의 말은 그 자극에 자극을 더해주었다.



“…선배 생각만으로 젖어 버렸어요. 여기 가까이 와서 봐 주세요….”



아영의 말은 마법 그 자체였다. 남자를 홀리는 유혹의 마법. 찬승은 그 마법에 이끌리듯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드러낸 채 서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찬승의 손이 아영의 하얗고 부드러운 허벅지를 살짝 잡았다. 그리고 양쪽으로 벌리자 아영이 기다렸다는 듯 발을 옮기며 자신의 가랑이가 드러나도록 다리를 벌린다.

아영의 말은 사실이었다. 찬승은 강렬한 붉은색의 팬티로 덮여있는 아영의 가랑이 사이를 보면서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영의 보지부근인 가랑이는 벌써 축축하게 젖은 흔적이 있어서 그 부근의 팬티만 이미 진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찬승이 자신의 가랑이 부근을 바라보고 있자 아영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선배 제 말이 맞죠?”



“응, 응….”



찬승은 그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윽고 찬승은 손을 들어 올려 아영의 골반 부근에 걸쳐진 팬티를 잡았다. 그리고 조금씩 부드럽게 끌어내리자 그녀의 시커멓게 자란 음모가 드러난다. 이어서 팬티가 가랑이부분과 일직선이 된 이후 조금씩 더 내려가자 젖은 보지에 붙어 있던 팬티가 끈적거리며 떨어진다. 그러자 아영의 보지물이 팬티에 붙어서 길게 드러난다.

그런 자극적인 광경에 찬승은 당장이라도 아영의 보지를 빨고 싶었다. 그러나 우선 팬티를 모두 내려야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색다르게 그녀의 보지를 핥고 싶다….

이윽고 아영은 한쪽 발을 살짝 들어 자신의 팬티가 벗겨지는 것을 도와준다. 이제 아영의 모습은 팬티도 걸치지 않고 검정색 치마를 들어 올린 채 남자 앞에 새하얀 하반신과 시커먼 보지털, 그리고 젖을 대로 젖어서 반짝이는 보지를 드러낸 여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런 아영을 찬승이 갑자기 번쩍 들어올린다.



“아앗…!”



놀란 아영이 작은 비명소리를 질렀지만 찬승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목표로 걸어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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