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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 17부

관리자 0 2933
[선배애! 내일 시간 있으세요?]



학원을 다녀온 화요일 밤. 방에서 쉬고 있는 찬승에게 뜬금없이 아영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대뜸 내일 시간이 있냐고 묻는 그녀.



“왜?”



[왜라뇨! 시간 있냐고 물은 건 저잖아요!]



“그, 그래. 있어.”



[그럼 저랑 내일 영화 보실래요?]



찬승은 갑자기 웬 영화인가 싶었다. 평소 이런 평범한 연락은 잘 주고받지 않는 사이였다. 근데 지금 갑작스레 연락해 영화까지 보자고 하는 것이다.

문득 찬승은 아영을 놀리고 싶어졌다.



“오호라…. 너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거구나?”



[앗! 어떻게 아셨지? 예. 맞아요 데이트. 데이트!]



“….”



찬승은 괜히 그녀를 놀렸다 싶었다.



*



다음 날 찬승이 약속장소에 나가자 먼저 와 있는 아영의 모습이 보였다. 예쁜 노란색의 티셔츠에 검정색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그녀.



“선배애!”



찬승을 본 아영이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응. 안녕….”



“인사가 그게 뭐예요. 밝게 해야지! 칫. 어쨌든 가요.”



아영은 찬승을 데리고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다.



“뭐 볼까요?”



“응? 흠…. 날도 더우니까 시원한 액션 영화나….”



“그래요? 그럼 저거 봐요.”



아영은 영화를 고르고는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찬승이 황급히 돈을 꺼내려 했으나 아영이 이미 계산한 뒤였다.



“야. 왜 너가 계산해….”



“왜긴요. 제가 보자고 했으니까 제가 계산하죠. 선밴 그냥 불려 나온 거잖아요.”



“뭐 그렇지….”



찬승은 아영의 눈치를 살피며 다행이라 생각했다. 엠티도 다녀오고 해서 한창 돈을 아끼려고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배인지라 억지로라도 돈을 내려 했는데 아영이 저렇게 나오며 계산해 버린 것이다.



‘뭐 나야 좋지. 후후.’



슬그머니 미소 짓는 찬승이었다.



영화가 시작하는 시간까지는 꽤 많이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밖의 날씨는 너무나 더워 쉽게 돌아다니기는 힘든 날씨였다. 영화관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하고 천천히 걷던 중 아영이 어딘가로 불쑥 들어간다.



“응?”



찬승이 보니 영화관 근처에 있는 조그만 서점이었다. 갑자기 웬 서점인가 싶어 따라 들어갔더니 아영은 세계/여행 코너에서 이 책 저 책 뒤지기 시작한다.

찬승도 그런 아영의 옆에 서서 이 책 저 책 보며 말을 걸었다.



“갑자기 웬 서점이야?”



“그냥 들려 봤어요. 날도 더운데 밖에서 뭐해요. 아 찾았다!”



아영의 말에 찬승이 돌아보니 영국 여행에 관한 책자였다. 올 컬러에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아름다운 영국의 경치를 마음껏 보여주는 책이었다.



“와 예쁘죠!”



아영이 한 사진을 가리키며 감탄했다.



“뭐가?”



뭘 보기에 그리 감탄하나 싶어 슬쩍 본 찬승은 아름다운 사진 속 풍경에 넋을 잃어야 했다.



“예, 예쁘다.”



찬승도 인정하자 아영이 뿌듯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죠? 그죠? 영국의 호수국립공원이에요. 정말 짱짱 예쁘죠?”



“응. 정말 장난 아니다….”



찬승이 보기에도 장난 아니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기도 하고, 양들이 뛰어노는 광활한 녹지가 펼쳐져 있기도 하다. 게다가 중세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은 정말 예술 그 자체였다.



“근데 갑자기 이걸 왜 찾은 거야?”



“히힛. 전 나중에 영국으로 유학 가는 게 꿈이거든요. 유학 가서 공부는 물론이고 영국 각지에 여행도 다녀보고 싶어요. 영국은 정말 멋진 나라라고 생각하거든요.”



멋진 꿈이었다. 하지만 아영의 말을 들은 찬승은 왠지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얼굴에 여실히 드러났다.



“왜, 왜 웃죠?”



비웃음을 당했다고 생각한 아영이 입술을 삐죽였다. 찬승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영아.”



“예?”



“영국가서 영어는 해야 되지 않겠니. 푸훗…!”



“으…. 영어 못하니까 가는 거죠!”



자신을 놀리는 찬승에게 오랜만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아영이었다.



찬승은 아영 몰래 새로 나온 맥심을 읽는데, 아영은 지현과 다르게 옆에 서서 같이 킥킥 거리며 본다. 왠지 그런 아영이 두려워 얼른 잡지를 덮고 이 책 저 책 펼쳐보다가 서점을 나왔다. 서점에서 구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꽤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아영은 또 갈 곳이 남아 있는지 어딘가로 걸어간다. 찬승은 뭐라 말 할 수 없기에 그저 뒤만 졸졸 쫓아갈 뿐이었다.

이번에 아영이 도착한 곳은 꽤 비싸 보이는 액세서리 가게였다. 찬승이 따라 들어가 보니 여자들, 아니면 남녀커플들만 우글우글했다.



‘으윽…. 뭐야 여길 왜 들어와.’



찬승은 은설과 사귈 때조차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곳이라 이러한 낯선 세상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하긴 이런 고가의 액세서리를 사거나 할 형편이 안 되니….

그러나 부담스러워하는 찬승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아영은 이것저것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한 목걸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아영.



“우와! 예쁘다!”



감탄하는 아영이 대체 뭘 보고 그러는지 궁금해진 찬승은 슬며시 옆으로 가 그녀가 보는 목걸이를 봤다.



‘뭐야 이게….’



찬승이 보기에는 그저 은색의 조그만 막대기에 마찬가지로 조그만 큐빅이 하나 박혀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자들에게 있어 이런 모양이 너무나도 심플하고 우아한 매력을 풍긴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목걸이를 보던 아영이 찬승에게 호들갑스럽게 말한다.



“예쁘죠? 예쁘죠?”



“으응…. 괘, 괜찮은 거 같다.”



찬승이 얼버무리자 아영이 입술을 삐죽거린다. 그때 근처에서 지켜보던 매장 여직원이 다가오며 영업용 미소를 듬뿍 지으며 말했다.



“심플한 게 무척 예쁘죠? 요즘 20대 여성분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목걸이예요. 한 번 착용해 보세요. 착용해 보면 느낌이 다르실 거예요.”



여직원은 목걸이를 꺼내 아영의 목에 착용시켜준다. 그러자 아영이 거울을 보며 감탄사를 터트린다.



“우와아. 너무 예쁘다.”



그러자 여직원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찬승에게 말한다.



“남자친구분이 보시기에는 어떠세요?”



“음…. 응? 예, 예? 뭐라고요?”



여직원의 말에 찬승은 당황하며 황급히 부정하려 했다. 그러나 아영이 한 발 빨랐다.



“오빠. 오빠. 어때?”



갑작스런 아영의 장난에 찬승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아영은 재미있다는 듯 혀를 쏙 내밀고는 휙하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냥 구차하게 해명하기도 귀찮아진 찬승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예, 예쁘네요….”



찬승의 말에 여직원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남자친구분이 보시기에도 그렇죠? 지금 구입하시면 가만 보자….”



여직원이 계산기를 꺼내 두드리기 시작했다.



“12만원까지 드릴 수 있는데.”



여직원의 말에 찬승은 경악했다.



‘뭐, 뭐가 그리 비싸…!’



큰 도매상이니 만큼 일반 소매상에 비해 싼 가격이긴 했지만, 그런 걸 전혀 알 리 없는 찬승은 그저 십만 단위가 넘는 가격에 입을 벌릴 뿐이었다. 하지만 더욱 웃긴 것은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꺼내 계산하는 아영이었다.



“예. 감사합니다.”



여직원이 생긋 미소를 지으며 계산을 하기 시작했고, 의아하다는 듯 찬승을 슬쩍 쳐다본다. 찬승은 그런 여직원의 태도에 다시 한 번 얼굴을 일그러뜨려야 했다.



‘제길…. 왜 남자친구가 계산안하고 여자친구가 계산 하냐는 식의 눈빛이군! 으. 빨리 나가고 싶어!’



잠시 후 밖으로 나온 찬승은 아영에게 따지듯 물었다.



“야! 아까 왜 그런 장난쳤냐.”



“에이…. 뭐 어때서요. 히히. 근데 그렇게 싫으세요?”



“아, 아냐. 됐어. 앞으론 그런 장난 치지마.”



장난 한 번 가지고 화를 내기엔 너무 속 좁아 보여 그만두기로 했다. 그때 아영이 상자에서 목걸이를 꺼내 뒤로 팔을 둘러 착용하려 했다. 그러나 잘 안되는지 찬승에게 부탁한다.



“선배. 이것 좀 해주세요.”



아영의 말에 찬승은 마지못해 팔을 두르려 했다. 그러나 순간 움찔 놀라 떨어지고는 아영의 뒤로 돌아갔다. 앞에서 채워주려니 끌어안는 듯한 자세가 되어 왠지 민망했기 때문이다. 뭐 서로 알몸으로 안고 뒹구는 사이였긴 하지만 이런 것은 역시 경우가 달랐다.

찬승은 뒤에서 그녀에게 목걸이를 채워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쳇…. 이러고 있으니 정말 연인사이 같구만….’



그러나 찬승의 속마음과 달리 아영은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즐거워 연신 미소 짓는 중이었다.



*



잠시 후 영화가 시작할 시간이 돼서 영화관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은 둘. 액션 영화가 시작되고 아영은 스크린에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은 채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본다. 영화의 내용은 뉴욕의 한 형사가 범인을 쫓는 단순한 헐리웃 액션 영화. 그러나 꽤 볼거리가 많기에 찬승도 눈을 떼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끔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팝콘 하나와 콜라를 두고 같이 먹는데 가끔 손이 닿거나 하면, 아영은 전혀 아무렇지 않게 찬승의 손을 밀어내고 먼저 먹기 때문이었다.



‘쳇.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이런 상황에 여자가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는데 말야.’



그러나 아영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찬승의 손을 밀어내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스크린에서는 전혀 눈을 떼지 않는다. 게다가 콜라 하나에 빨대 하나란 것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 것에 신경 쓸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승이 상상하던 영화나 드라마 속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기에 문제다.



‘하긴…. 아영이랑 그런 것을 꿈꾼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몸도 여러 번 섞지 않았나. 서로 부끄러워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아영도 그냥 나를 즐기는 상대로 생각하고 있을텐데 뭘.’



그런 생각이 든 찬승도 그녀에게서 신경을 끄고 맘 편하게 영화를 보기로 했다.



*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내내 아영은 계속해서 큰소리로 영화 내용에 대해 떠들었다.



“아우-! 마지막에 왜 범인을 놔주었는지 모르겠어요.”



“뭐 그 형사도 범인의 범행 동기를 알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놔줬겠지….”



찬승이 중얼거리듯 어려운 말을 내뱉자 아영이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흥…. 이런 헐리웃 액션영화에 말도 안 되는 어려운 의미 갖다 붙이지 말라고요. 영화평론가도 아니고 칫. 이런 영화는 그냥 보면 되는 거예요.”



“그, 그래. 내가 보기엔 후속작 만들려고 그러는 거 같다.”



“후속작요? 히히. 재밌겠다.”



찬승이 다시 간단하게 말하자 아영은 생글생글 웃으며 좋아한다.



*



이제 슬슬 배가 고파지려는 시간이기에 둘은 영화관 근처에 있는 롤집으로 가 저녁을 먹었다. 이번엔 아영이 계산하기 전에 먼저 계산한 찬승이었다. 그러자 아영이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사겠다하여 근처 베스킨라빈스로 갔다.



‘그러고 보니 베스킨라빈스에 꽤 오랜만에 오는군….’



찬승은 1학년 때는 은설과 자주 베스킨라빈스에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군대 들어가고 지금까지는 한 번도 와보질 않았다.

매장에 들어간 아영이 찬승에게 물었다.



“전 엄마는 외계인 먹을래요. 선배는요?”



아영의 말에 찬승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 뭘 먹는다고?”



“엄마는 외계인이요. 왜요?”



“아. 그, 그래….”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충 눈치를 보니 아이스크림 이름 같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과연 아이스크림들을 보니 전에는 보지 못하던 이상한 이름들이 잔뜩 생겨나 있었다.



‘쳇…. 옛날에는 체리쥬빌레 하나면 다 통했는데….’



또 다시 복학생으로서의 문화충격을 경험한 찬승은 아무거나 골라서 시키고는 아영과 함께 매장을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영과 함께 걷던 찬승은 슬슬 집에 가야 할 거 같아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마침 찬승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모텔 갈까요?”



*



예쁘고 섹시한 여자 후배의 유혹을 못 이기고 흥분해 그녀를 따라온 찬승. 모텔들이 즐비한 거리를 보자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러나 그때 자신의 지갑 사정에 생각이 미쳤다.



‘쉬고 가는 거면 2만 원 정도 할 텐데…. 으. 어쩌지. 만원 밖에 안 남았는데.’



그러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난다. 아영과 처음 나이트에서 만나 부킹을 했던 때…. 그때도 돈이 모자랐지. 찬승이 말없이 가만히 있자 아영이 빙긋 웃는다.



“선배. 돈 없죠?”



“뭐, 뭐?”



“돈 없는 거 알아요. 아까 식당에서 계산할 때 지갑에 보니까 돈도 없더구만….”



“으….”



아영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히히. 그때랑 똑같네요. 기억나요?”



“응…. 기억나.”



“그럼 뭘 망설여요. 들어가요.”



결국 또 다시 아영이 계산하고 모텔로 들어간다.



모텔의 한 방에 들어가자 모텔 특유의 냄새가 확하고 달려든다. 깔끔하게 정돈된 새하얀 침대 시트. 옛날과 다르게 언제든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마련되어 있는 컴퓨터. 조그맣지만 유리로 되어 있어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샤워실.

찬승은 언제나 모텔에 오면 묘하게 흥분이 된다. 뭐 여자랑 오는데 흥분이 안 될 수가 없지만 모텔의 모습이나, 특히 그 특유의 냄새가 사람을 묘하게 자극시키는 힘이 있다.



“뭐해요?”



아영이 침대에 앉으며 멍하니 있는 찬승을 불렀다. 찬승도 아영의 옆에 조심스레 앉는다. 그녀의 집에서 여러 번의 관계를 가졌지만 모텔에 오는 것은 무척 오랜만이라 색다른 흥분이 느껴진다.

찬승이 옆에 앉자 아영이 물었다.



“그때랑 상황이 되게 비슷하죠? 선배 돈이 없고, 제가 내주고.”



“응, 응….”



찬승은 쪽팔렸다. 그러나 아영은 아랑곳 않고 묻는다.



“그때 제가 대신 안 내주고 그냥 갔으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요?”



“음. 뭐…. 아무 일도 안 일어났고 그냥 학교에서 만나서 놀랐겠지. 그냥 그걸로 끝?”



“그죠. 우리가 이런 사이는 안 되었을 거예요….”



잠시 말을 멈춘 아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후회 하세요?”



그러자 황급히 손을 젓는 찬승.



“아, 아냐. 후회하긴…. 좋, 좋아….”



찬승의 반응에 아영이 빙긋 미소지었다.



“전 너무 잘됐다고 생각해요. 선배랑 이렇게 된 게….”



아영의 말이 어딘가 묘하게 이상하게 들리기에 찬승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꽤나 당황하는 그녀….



“아, 아녜요. 선배가 그…거 너무 잘하니까. 히힛. 어쨌든 빨리 우리 그…거 해요.”



아영은 찬승에게 키스를 해간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가득하다.



‘저 어쩌면 좋죠…. 선배가 자꾸 이성으로 더 좋아지려고 해요. 선배는 저 그냥 같이 즐기는 여자로 생각할 게 뻔한데…. …후우. 우울하긴 하지만 이렇게 선배랑 있을 수 있는 것만도 나쁘진 않으니까요…. 오늘 만나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꼭 선배랑 이렇게 데이트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아영의 생각을 모르는 찬승도 그녀를 안으며 키스를 한다. 둘의 혀가 허공에서 뜨겁게 뒤엉킨다. 아영은 찬승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있고, 찬승은 양손으로 아영의 얼굴을 살짝 잡고 있었다.

입 주위가 서로의 침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격렬한 키스를 나누던 둘의 무게 중심이 서서히 기울어졌다. 이윽고 아영이 침대에 눕게 되고 자연스레 찬승이 올라탔다.



“하아, 하아….”



입술을 뗀 아영이 어깨를 살짝 들썩거리며 몽롱한 눈길로 찬승을 올려다봤다. 찬승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목에 입술을 갔다댔다.



“앗, 응…!”



아영의 목이 간지러운 듯 살짝 뒤틀린다. 그러나 찬승은 그런 그녀의 움직임을 무시 하듯 거칠게 목을 핥고 빨았다. 가늘고 하얀 목에서 타고 내려와 섹시하게 드러난 쇄골까지…. 찬승은 아영의 깜찍한 노란색 티셔츠의 목 부근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어떻게든 그녀의 가슴까지 혀를 도달시키려 했다. 그러자 아영이 눈을 살짝 뜨며 우는 소리를 한다.



“히잉…. 선배. 티셔츠 늘어나요….”



아영은 그렇게 말하며 직접 자기가 손을 내려 거추장스런 티셔츠를 벗어버린다. 그러자 하얀 브래지어에 감싸인 아영의 뽀얀 가슴이 드러난다.



“언제나 봐도 예쁘다….”



찬승은 아영의 가슴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영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히힛. 그렇죠. 제가 가슴이 좀 예쁘긴 하죠.”



아영은 찬승의 머리를 자신이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윽….”



아영의 탱글탱글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힌 찬승은 잠시 숨이 막혀왔다. 그러나 곧 깊게 숨을 들이쉬니 아영 특유의 체취가 난다. 부드러운 향기가 아닌 왠지 모를 자극적이고 섹시한 향기…. 실제로 그런 향기가 어디 있겠냐마는 아영의 체취는 정말 사람을 흥분케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아영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찬승은 이윽고 얼굴을 들며 그녀의 브래지어를 벗겼다. 그러자 뽀얀 가슴에 달려 있는 조그만 적갈색의 젖꼭지가 눈에 들어온다. 거침없이 그녀의 젖꼭지를 입에 머금는 찬승. 그리고 다른 한 쪽의 젖꼭지는 엄지로 장난을 치듯 살살 굴렸다. 그러자 아영의 젖꼭지가 찬승의 엄지 밑에서 조금씩 딱딱해지며 커져간다.



“응…응.”



아영이 연신 붉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살짝 살짝 허리를 비틀어 찬승의 몸에 골반을 꽉 붙여간다. 가랑이 부분을 찬승에게 비비는 행위였다.

아영의 젖꼭지를 살살 굴리던 찬승의 혀가 천천히 그녀의 몸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녀의 뽀얀 가슴을 지나, 군살 하나 없는 복부와 세로로 갈라진 예쁜 배꼽을 지나, 너무나도 깨끗한 아랫배를 지나 이윽고 검정 플레어 스커트가 경계를 나누고 있는 부분에 도착한다.



“아…응…응….”



찬승의 혀가 그녀의 순백색 몸 위에 침으로 길게 길을 만든다. 그 길이 길어질 수 록 아영은 달뜬 신음소리를 흘리며 연신 허리를 비틀어댔다.

찬승은 아영의 아랫배에서 혀를 떼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치마와 팬티를 함께 내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같이 내려가는 찬승의 혀.



“하악, 하악….”



눈을 꼭 감은 아영이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물고는, 천천히 내려가는 찬승의 혀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신 뜨거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이윽고 천천히 내려가던 찬승의 혀가 그녀의 까슬까슬한 털에 도달했다.



“하아윽…!”



찬승의 혀가 아영의 털을 부드럽게 헤집자 더욱더 심하게 허리를 비트는 그녀.

치마와 팬티가 내려가자 아영이 허리를 들어 올려 벗겨지는 것을 도와준다. 이제 아영의 몸은 완전한 알몸이 되었다.

찬승은 그녀의 탄력 있는 허벅지를 붙잡아 양쪽으로 벌렸다. 그녀의 허벅지가 활짝 벌어지며 이미 흠뻑 젖어 있는 보지가 드러난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자기 혼자 젖어 있는 그녀의 보지…. 찬승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보지에 혀를 갖다 대었다.



“아으응…!”



보지의 갈라진 틈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연신 핥는다. 찬승의 혀에 의해 보지가 벌어질 때마다 많은 양의 물이 울컥 울컥하고 쏟아진다. 아영 특유의 맛과 향기가 나는 보지물. 찬승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보지물을 다 받아 마셨다.

아영은 흥분이 돼서 미치겠는지 허벅지에 힘을 주어 찬승의 머리를 꽉 붙잡았다. 그러면서 엉덩이에도 힘을 주어 연신 들썩거린다.



“하악, 하아으으…. 선배 넣어 주세요….”



아영이 못 참겠다는 듯 고개를 들어 찬승을 바라봤다.



“응….”



찬승은 몸을 일으켜 옷을 벗고는 아영의 허벅지를 벌려 그 사이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굵은 자지를 잡아 그녀의 보지 입구에 맞추고 허리에 힘을 주자 쑤욱하고 빨려 들어간다.



“하아아윽…!”



아영이 입술을 꽉 깨물며 얼굴을 찡그린다.

아영의 보지에 자지를 넣은 찬승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보지에 깊숙이 박을 때마다 위 아래로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이 보는 이의 흥분을 부채질 한다. 어느 정도 박기 시작했을 때 아영의 다리가 찬승의 허리를 꽉 감았다.



“헉, 헉…. 아영아 오늘 너 더 흥분하는 거 같은데….”



“하윽, 하윽…. 모, 몰라요. 오늘 왜 그러지…. 하윽. 하윽…!”



아영은 눈을 꼭 감고 양손으로 하얀 침대 시트를 움켜쥔 채 연신 신음소리를 흘린다. 이윽고 아영의 허리가 찬승의 움직임에 맞춰 들썩이기 시작했다. 찬승의 자지가 더욱더 깊숙이 삽입될 수 있도록…. 그리고 보지가 조였다 풀었다하며 찬승의 자지를 감싸는데, 찬승은 이 엄청난 쾌감에 정신이 어질어질 할 정도였다.

찬승은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더욱더 강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침대 때문에 그런가? 침대 때문에 더 탄력이 붙는 거 같아.”



“하악, 하아윽…! 그, 그런 거 같아요. 오늘 주, 죽을 거 같아요. 아흐흑!”



아영의 온 몸이 쾌감을 못 이기며 이리저리 비틀린다. 그러나 찬승의 허리를 꽉 감은 다리만은 절대 풀리지 않는다. 아영의 엉덩이가 침대 시트에서 약간 뜬 채 내려갈 생각을 안했다.

실지로 찬승의 허리 움직임은 침대의 스프링에 탄력을 받아 더욱더 강해졌다. 아영도 그걸 느끼고는 보지에 강렬하게 느껴지는 쾌감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으윽, 하악…. 서, 선배 제 집에다가 에어 매트리스 같은 거라도 깔까요? 침대에서 하니까 정말 주, 죽을 거 같아요. 하윽 하윽!”



침대 시트를 움켜잡던 아영의 손이 이제 찬승의 팔과 허벅지를 연신 매만진다.



“헉, 헉…. 그거 사면 만날 그거만 하게?”



“예. 저 매일 선배랑 섹스만 해도 좋아요. 하윽! 주, 죽을 거 같아요. 저…. 흐윽!”



아영이 슬슬 절정을 느끼는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크게 숨을 몰아쉰다. 찬승은 그녀의 격렬하고 자극적인 움직임에 자신도 이제 한계에 달한 것을 깨달았다.



“나… 이제 싼다.”



찬승이 말하자 아영이 갑자기 눈을 뜨며 다급하게 말한다.



“…서, 선배. 오늘 위험한 날이니까 밖에다 싸주세요.”



아영의 말에 찬승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바, 밖에?”



“예…. 저, 저기…. 선배. …제 얼굴에다 싸주세요….”



“뭐, 뭐?”



찬승은 아영의 그 말과 함께 바로 사정할 거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재빨리 자지를 뺐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아영의 자극적인 말에 바로 절정을 느껴버린 것이다. 찬승은 아영의 말대로 침대 위쪽으로 올라가 그녀의 얼굴에다가 자지를 대고 울컥거리며 몇 번에 걸쳐 사정을 했다.

아영은 자신의 얼굴에 하얗고 뜨거운 정액이 떨어질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깜빡거린다. 찬승은 야한 동영상에서나 보던 행위를 실제로 행하는 것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며 자신의 자지를 쥐어 짜 마지막 정액까지 그녀의 얼굴에다 뿌렸다.



“헉, 헉….”



찬승은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섹시하고 예쁘게 화장을 했던 그녀의 새하얀 얼굴이 찬승의 하얗고 걸쭉한 정액으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어깨를 살짝 들썩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아영이 눈을 뜨며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얼굴로 가져갔다. 그리고 찬승의 하얗고 걸쭉한 정액을 스윽 문지르더니 붉은 입술로 가져갔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붉은 혀가 살짝 나오며 찬승의 하얀 정액을 핥는다.



“하아, 하아…. 선배 많이도 쌌네요. 그리고 되게 뜨거워요….”



“으…. 너, 너…. 오늘 정말 섹시하다….”



찬승의 칭찬에 알 듯 모르게 빙긋 웃기만 하는 아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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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장면을 쓰고 난 다음에는 수정을 하기 위해 다시 훑어보지를 못합니다. 웃긴 이야기지만 제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읽으면 흥분이 되서;;;;



16부에 작가의 괜한 투정에 많은 응원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투덜거려도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___________^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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