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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 20부

관리자 0 3113
다음 날. 월요일인 하늘은 유난히도 우중충했다.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하늘은 금세라도 굵은 빗줄기를 쏟을 듯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



“….”



찬승은 버스 타는 곳에서 그녀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할 수 없이 혼자 느지막이 버스를 타고 강의실에 들어가자 동기들과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찬승은 슬며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지현아….”



찬승의 부름에 지현과 그녀의 동기들이 돌아본다.



“아! 선배! 안녕하세요.”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의 표정은 그 어디에서도 슬픔이나 우울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적이 마음이 놓이는 찬승.



“저기 잠깐 이야기 좀….”



찬승이 이야기하자 지현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앉아 있는 남학생에게 무어라 한 마디 한다.



“나 잠깐 나갔다 올 게.”



그 모습을 본 찬승은 순간 놀랐다. 왜 저 남학생에게 그런 얘기까지 하는 것이지…. 얼핏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있는 남학생이다. 04학번에 최형철.

어쨌든 지현과 강의실 밖으로 나온 찬승은 무언가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 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너 나 좋아하니? 라고 물을 수 있는가? 어떻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할까….



“왜 그래요? 선배?”



유독 웃는 모습이 예쁜 지현이 여전히 생글거리는 얼굴로 찬승을 올려다본다. 어떻게든 물어봐야 한다….

잠시간을 망설이던 찬승은 겨우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나 어제 그… 너 싸이에 일기 봤는데. 그거 혹시….”



잠시 호흡을 조절하고 다시 말을 잇는 찬승.



“…내 이야기니?”



결국 영영 묻어 버리고 싶었던 질문을 용기 내 입 밖으로 꺼낸 찬승.

찬승의 말에 지현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무언가 서글픈 표정으로 변한다. 그러나 곧 고개를 푹 숙이더니 쿡쿡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그녀의 반응에 찬승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쿡쿡거리며 웃기 시작하던 그녀는 이윽고 고개까지 크게 뒤로 젖히고 크게 웃기 시작한다.



“푸하핫. 선배 뭐예요….”



눈물까지 흘리며 한참을 웃고 난 지현은 이윽고 눈가를 닦으며 입을 열었다.



“후아…. 에이. 그거 선배 이야기 아닌데…. 착각하셨구나?”



“뭐, 뭐? 아, 아냐! 착각한 거 아냐….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 본 거야.”



“쿡쿡…. 걱정 마세요. 선배 이야기 쓴 거 아니니까. 그리고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



“응…?”



찬승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까 제 옆에 앉아 있던 형철이 알죠? 걔랑 사귀기로 했어요.”



지현은 그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힌다.



“어, 어…?”



그녀의 말에 찬승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축하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 분명히 맞는 말인데 무언가가 이상하다. 축하한다는 말이 지금 이 상황에서 쓰이기엔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그러나 지현은 활짝 웃으며 찬승의 축하를 요구한다.



“축하 안 해주세요?”



“응, 응…. 추, 축하해.”



찬승의 말에 또 다시 활짝 웃는 그녀. 그러면서 다시 입을 연다.



“그리고 저 선배랑 앞으로 같이 못 다니고 밥도 못 먹을 거 같아요. 남자친구랑 다녀야 할 거 같아서…. 히힛…! 죄송해요. 선배.”



“아, 아냐. 죄송하긴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현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강의실로 들어간다. 복도에 혼자 남겨진 찬승은 잠시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었다. 자기 이야기가 아니란다. 분명히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자친구도 사귄단다. 축하해야 할 일이다. 예쁘고 청순한 외모로 태어나 남자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 천연기념물 정지현이 드디어 남자친구를 사귀었으니까….

…근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다.



*



다음 날. 이제 학교에 혼자가고 혼자 밥을 먹게 된 찬승. 가끔 강의실에서 남자친구와 나란히 앉아 떠드는 지현을 보면 왠지 씁쓸하게 미소가 떠오른다.

그러나 지현은 찬승을 볼 때마다 전과 다름없이 큰 목소리로 ‘선배!’라고 외쳐 부르며 꾸벅 인사를 한다. 찬승은 여전히 변함없는 그녀가 흐뭇하기만 해 역시 밝은 미소로 답례해준다.

수업이 끝나고 영어 학원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힘이 없는 찬승. 미리 와있던 미경은 그런 찬승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냐 그냥….”



찬승은 그렇게 말하며 힘없이 책을 핀다.



강의가 끝난 뒤 집에 가려고 가방을 챙기는 찬승에게 미경이 말을 걸었다.



“저녁 먹고 갈래요?”



찬승은 놀라 그녀를 바라봤다. 미경이 먼저 뭘 하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싫다 할 이유가 없어 같이 식당에 왔는데 왠지 그녀의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



“선배. 무슨 일 있으세요?”



태도뿐만 아니라 말투도 다르다. 평소보다 한 템포 높은 목소리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말수도 부쩍 많아졌다. 찬승은 그런 미경의 변화된 행동에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니. 무슨 일은….”



“무슨 일 있으신 거 같은데….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죠? 말해 봐요.”



미경의 질문에 찬승은 잠시간 고민했다. 지현이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말할까…. 고민하던 찬승은 결국 말하기로 했다. 비밀 같지도 않았고, 04학번 동기이니 곧 알게 되겠지….



“지현이 남자친구 생겼데.”



그러자 미경의 매력적인 눈이 동그래진다.



“저, 정말이에요?”



“응.”



미경은 깜짝 놀랐다. 지현은 분명 찬승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남자친구라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선배가 저번에 말한 그 예쁘다는 여자…. 그 여자 이야기를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지현에게도 자랑스럽게 늘어놨음이 분명했다.

미경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찬승의 눈치를 살폈다. 근데 이 선배가 왜 우울해 하고 있는 거지?



“근데 왜 우울하세요? 혹시…?”



“혹시 뭐?”



“선배 지현이 좋아하세요?”



“아, 아냐…!”



찬승은 그렇게 바로 부정했다. 자신의 마음은 분명 지현이를 좋아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현이 보다도 오히려 민조에 가까웠다.

찬승이 그렇게 바로 부정하자 미경이 재미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에이. 재미없다. 어쨌든 밥이나 먹어요.”



왠지 찬승이 지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훨씬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변해버린 미경.

찬승은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미경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밝은 행동 덕분에 우울했던 기분이 한층 나아짐을 느끼고 고마워했다.



*



혜화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 찬승은 아까 미경의 말을 떠올렸다.



[근데 왜 우울하세요?]



‘내가 정말 왜 우울하지….’



지현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면 축하해줘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우울하다.

…한 학기 동안 같이 학교가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웃으며 지내던 사이였다. 공부도 같이 하고, 술도 같이 마시고, 엠티도 같이 갔던 친구 같은 사이…. 그런데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이제 같이 다니는 일도, 같이 밥 먹는 일도, 같이 웃고 떠드는 일도 없어졌다.

학교에서, 강의실에서, 식당에서 마주치면 변함없는 얼굴로 여전히 웃으면서 인사해주는 그녀였지만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다.



‘쳇…. 나도 모르겠다. 며칠 지나면 적응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의자에 편히 기대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왠지 전화 받기도 귀찮아 느릿느릿 핸드폰을 꺼내던 찬승은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황급하게 핸드폰을 열었다.



“여, 여보세요?”



[아. 받았네. 안녕?]



천사…. 한민조 그녀였다.



“응, 응. 늦게 받아서 미안….”



[아냐. 내가 너무 밤늦게 전화한 거 아냐?]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학원 끝나고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인데 뭘….”



[아 학원 다니는 구나. 그… 내일 시간 있니? 내일 밥 먹자.]



내일. 드디어 내일이다…. 찬승은 지금까지의 우울한 기분조차 모두 날아가 버림을 느끼며 목소리가 떨려 나오기 시작했다.



“응, 응. 내일 시간 있어….”



[그래? 그럼 나 내일 수업 일찍 끝나니까 대학로에서 친구랑 있을게. 수업 끝나고 대학로로 와.]



“응, 응. 그래 알았어. 그래. 내일 보자.”



전화를 끊고 난 찬승은 한동안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봤다. 방금까지 민조 그녀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내일 드디어 밥을 같이 먹기로 했다. 잘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다.



“나이스!”



찬승은 주먹을 꽉 쥐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버스의 승객들이 뭐야 하면서 뒤돌아본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혼자서 계속 좋아하는 찬승이었다.



*



다음 날 혼자 학교에 가고, 혼자 강의실에 들어가고…. 그러나 그럼에도 변함없이 지현은 밝게 웃으며 찬승에게 인사한다.



“선배. 일찍 오셨네요!”



“응…. 안녕.”



그렇게 인사를 하고 강의를 듣고, 혼자 밥을 먹고…. 근데 이상하게 묘하게 외롭지 않다. 이따 민조와의 약속 때문일까? 너무나도 설레 되고 너무나도 기대 된다. 혼자 수업을 들으며 몇 번이나 핸드폰을 꺼내 통화목록을 살폈는지 모른다. 3분 27초의 통화시간을 나타내고 있는 한민조라는 이름의 수신목록.



‘아… 설렌다.’



구름에 붕 뜬 기분으로 수업을 끝내고 5시쯤에 대학로로 갔다. 대학로에 도착해 떨리는 마음으로 민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에게는 처음 걸어보는 전화….

가벼운 느낌의 댄스곡이 신호음으로 울리다 끊어진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보세요?]



“응…. 저기…. 나 왔는데….”



찬승의 떨리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활기차기만 하다.



[아 도착했구나. 4번 출구 앞에 있어 지금 친구랑 그쪽으로 갈게.]



“응….”



전화를 끊은 찬승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했다.



“후우…!”



9월의 하늘은 맑고 시원하다. 대학로의 역 주변이라 주위에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단지 가슴이 조금씩 쿵쾅거리며 빨리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아 저기….”



두근거리며 서있던 찬승은 자신을 부르는 달콤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민조와 그녀의 친구가 서 있었다. 그녀의 친구는 보이지도 않는다. 단지 눈앞에 서 있는 천사, 민조만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귀여운 캐릭터가 프린트되어 있는 분홍색의 얇은 후드티를 입고 회색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연분홍빛 입술을 움직여 찬승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오래 기다렸니?”



“아, 아냐. 일찍 나왔네.”



“응. 그래? 아 인사해. 얘는 법학과 김찬승이고 이쪽은 우리 과 조예슬.”



민조의 소개에 찬승은 그녀의 친구와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의 모습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아니다. 얼핏 보니 어디선가 낯이 익은 것이 그 옛날 식당에서 민조와 함께 앉아 있던 그 여학생이었다. 그때의 일이 워낙에 생생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찬승이었다.

잠시 후 그녀의 친구가 가고 찬승과 민조만 남게 되었다. 민조는 밝은 얼굴로 찬승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아, 아니 저기 저…. 너는 뭐 먹고 싶은데?”



그러자 그녀가 살짝 눈썹을 찡그린다. 화나서 찡그리는 것이 아니라 살짝 찡그리는 것이 너무나도 귀여운 모습이다.



“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럼 내가 먹고 싶은 거 먹는다?”



“응, 응….”



그렇게 해서 둘은 근처의 초밥집으로 갔다. 초밥세트를 시켜놓고 먹던 도중 민조가 물었다.



“군대는 다녀 온 거야??”



“응…. 당연하지. 1학년 마치고 바로 갔다 왔어.”



“그래? 그럼 이제 2학년이겠네?”



“응. 넌 4학년이지…? 아…!”



찬승은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예전에 식당에서 엿들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고만 것이다. 역시나…. 민조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떻게 알았냐는 듯 쳐다본다.

그녀의 눈빛을 받은 찬승은 어색하게 웃으며 뒷수습을 했다.



“아니 02학번 여자애들은 보통 4학년이잖아. 휴학 안했으면…. 하하.”



“응. 그렇지 뭐….”



그리고 잠시 얘기가 끊긴다. 무언가 어색함이 흐르며 조용히 젓가락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찬승은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 죽을 지경이었다.



‘으…. 왜 평소에는 여자애들한테 말 잘하면서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선 이렇게 주눅이 들지. 미치겠네!’



찬승은 무언가 화젯거리를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잠시간을 그렇게 끙끙거리던 찬승은 아무 얘기나 늘어놓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



“아. 그때 개강파티 한 거야?”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초밥을 먹던 민조는 찬승의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응? 그때? 아…. 아니. 그냥 과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셨어. 아. 너넨 개강파티 했나 보구나?”



“응….”



찬승의 대답을 끝으로 또다시 어색하게 사그라지는 분위기. 찬승은 화제가 그날로 넘어간 것을 이용해 그때의 일을 연관 지어 이야기해 나가기로 했다.



“그때…. 그때 일은 이제 괜찮니?”



찬승의 질문에 민조가 무슨 얘기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나 이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깨닫고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아…. 꽤 지난 일이라니까. 그때 솔직히 쪼오금 술에 취해서 그랬어. 이제 그 얘기는 하지 말자….”



“아 미안….”



찬승은 괜한 이야기를 했다 싶어 재빨리 사과하고 또 다른 이야기로 말을 이었다.



“술 좋아하나봐?”



“술? 음…. 과일소주만 좋아해. 다른 건 별로…. 왜? 술 마시고 싶어?”



“아, 아니…. 그냥.”



찬승이 당황하자 민조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연다.



“그럼 밥 먹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찬승은 자신의 앞에서 환하게 웃음 짓고 있는 민조를 보며 정신이 어질해졌다. 그녀와 술을 마시러 가다니….



*



찬승은 선명한 루비 빛의 체리소주를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아니 그 강렬한 유혹의 색을 지닌 체리소주를 연분홍빛 입술로 머금는 민조에게 넋을 잃었다고 하는 표현이 옳으리라.



“뭐해?”



민조는 자신을 멀뚱하니 쳐다보는 찬승이 이상해 그렇게 물었다. 당황한 찬승은 자신도 얼른 술을 마시고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씨익 웃었다.



술자리는 그렇게 별로 말이 없는 가운데 어색하게 진행되었다. 민조는 달짝지근한 체리소주가 맛있는지 연신 홀짝거리며 혼자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잠시간을 어색함속에 있던 도중 민조가 갑자기 쿡쿡거리며 웃음을 터트린다. 역시 혼자 체리소주를 홀짝이던 찬승은 그런 민조의 웃음에 당황했다.



“…갑자기 왜 웃어?”



“아. 미안. 그냥 웃겨서….”



“뭐가?”



“그냥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술 마시고 있는 것도 웃긴데…. 그런 술자리에서 이렇게 어색하다니….”



“아….”



민조는 그렇게 말하고는 또 혼자 쿡쿡거린다. 찬승은 별로 웃기지도 않았지만 감히 그녀 앞에서 내색할 수 없어 어색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던 도중 찬승은 그녀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그 생각은 용기라는 마음의 지원군을 얻어 생각의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근데 사실 나는… 너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뭐? 진짜야?”



민조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찬승을 바라봤다. 그러자 찬승은 못할 말을 한다는 듯 곤란하게 미소를 지으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응…. 예전이라 긴 뭐하지만 지난 학기 때 버스타고 가다가 자주 봤었어. 수요일이랑 금요일에….”



그러자 민조가 놀랍다는 듯 박수를 친다.



“맞아! 나 그 날에만 학교 갔는데.”



찬승은 그런 그녀의 밝은 반응에 힘입어 가슴 속에 담아둔 말을 꺼낸다.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사실 그때부터 너무 예뻐서 천사라고 생각 했었어….”



“….”



…말이 없다. 그녀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짓누르는 가운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찬승은 자신을 질책했다.



‘괜히 얘기했다! 얘기하지 말 걸!’



“에이…. 뭐야 그럼 설마 스토커?”



그녀의 말에 찬승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스토커라고 생각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스런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그녀….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그녀의 노력이었다.

그런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찬승이었지만 괜한 오해 사고 싶지 않아 황급히 두 손을 저어 부정했다.



“아냐, 아냐! 스토커 아냐…. 그때 골목에서 만난 날은 진짜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난 거야…. 거기서 울고 있는 사람이 너인지도 몰랐고….”



“히힛. 장난이야.”



찬승은 환하게 웃는 민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꽤나 사라진 것이다.

환하게 웃던 민조는 또 다시 장난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근데 정말 나를 천사라고 생각했어?”



민조의 곤란한 질문에 찬승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회피했지만 속으론 열 번, 백 번 대답할 수 있었다.



‘응.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생각 했어….’



그러나 이런 찬승의 생각을 알아차릴 리 없는 민조는 연신 웃으며 계속해서 찬승을 놀렸다. 결국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민조에게서 천사 이야기를 수십 번은 들어야 했던 찬승이었다. 게다가 민조가 천사 이야기를 들은 후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이다.



*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났을까…? 찬승은 당고개역에 산다는 그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바래다준다는 말을 하였다. 왜 그런지 몰랐다. 분명 오늘을 그냥 보내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에 얼떨결에 나온 말이었다.



“그래. 고마워.”



그리고 그런 찬승의 용기는 민조의 환한 웃음을 머금은 대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둘은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말없이 당고개역까지 갔다. 당고개역에서 내려 개찰구를 통과하고 계단을 내려오기까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는 두 사람. 그리고 어두컴컴한 골목 어귀에 다다를 무렵 민조가 빙글 돌며 찬승을 바라본다.



“바래다줘서 고마워. 여기서 부터는 혼자 갈게. 여기 길 어려워서 들어가면 못나올지도 몰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장난스럽게 웃는다. 찬승도 그런 그녀를 따라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왠지 인사가 나오질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을 꺼내기가 너무나도 어렵고 두려워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왜 그래…?”



찬승이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을 본 민조가 이상스레 물었다. 그러나 찬승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을 할 여유가 없었다. 혼자서 지난날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천사에게 고백하려고 전날부터 맘 졸이며 연습했던 날. 두근거리며 기다렸으나 끝내 남자친구와 함께 올라온 천사를 보고 좌절하여 돌아섰던 날. 그 날들이 머릿속에서 느린 필름처럼 흘러간다. 그리고 지금 천금과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원하고, 꿈꾸던 천사…. 민조 그녀가 지금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강렬한 갈망에 힘입어 결국 일을 저질러 버리고야 말았다.



“저, 저기….”



“응?”



“나, 나랑 사귀지 않을래?”



“뭐…?”



둘 사이에 잠시간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찬승은 1초, 2초 흐르는 짧은 시간이 몇 년이나 되는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잠시 굳어져있던 민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노, 농담이지? 우리 오늘 두 번째 만났잖아….”



반 정도는 거절의 의사표시. 평소의 찬승이었다면 이쯤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섰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 나는 두 번째 만난 거 아니야.”



잠시간 심호흡을 한 찬승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진실 된 마음이 담긴 이야기를….



“3월 달에 처음으로 널 버스에서 보고 정말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어….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무슨 과인지 궁금해 몰래 뒤쫓아 가서 너 학과도 확인했었어. 게다가 어느 날 학교 식당에서 내 옆자리에 너랑 친구랑 앉았던 날이 있었어. 그때 나는 처음으로 너의 목소리를 듣고 하루 종일 정신이 멍했었어….”



또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는 찬승.



“…그리고 이 말은 정말 죽어도 하기 싫었는데…. 사실 나 너한테 전에도 고백하려 했었어. 다음 학기 되면 너란 사람 영영 못 볼 거 같아 방학 전에 용기 내 고백하려 했는데…. 그날 마침 너가 남자친구 차에 타고 학교에 올라오더라….”



민조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확실히 학교에 갈 때 전 남자친구 차를 자주 타고 갔었으니까….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찬승은 그녀의 그런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나, 나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이러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정말 오랫동안 진심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가 지금 힘들게 꺼내는 거니까….”



찬승의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이제 민조의 대답을 기다릴 차례였다. 어두컴컴한 골목 어귀. 그 어디에도 시계는 없었지만 왠지 어디서 째깍째깍 흘러가는 초침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지금 찬승은 이 순간의 무거운 침묵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잠시간을 기다렸지만 그녀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찬승은 절망감에 휩싸여 입을 열었다.



“…여, 역시. 말 하지 말 걸…. 미안해.”



“…나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거 알지…? 그리고 저번에 그 일 때문에 펑펑 울었던 나인데 괜찮아…?”



그녀의 마음이 움직였다. 찬승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응, 응! 괜찮아. 내, 내가…. 그 아픔 잊게 해주면 안 될까? 그, 그냥… 내가 너 곁에 있어주고 싶어.”



“나만 좋아해줄 수 있어? 나 이제 누군가로 인해 아프기 싫으니까….”



“너, 너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찬승은 어디서 이런 닭살스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진심이었고 꼭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냉랭하기만 했던 민조의 표정이 점차 밝아진다. 그리고 이내 환한 웃음을 짓는 그녀. 한발자국을 살짝 내딛더니 찬승을 살포시 안는다.



“…나 한민조는 이제 김찬승의 여자가 되었습니다.”



지금 그 순간 찬승의 눈에 비친 어두컴컴한 세상은 핑크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탄 찬승은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혼자 몸서리를 쳤다. 자신을 살포시 안으며 그녀가 한 말.



[…나 한민조는 이제 김찬승의 여자가 되었습니다.]



‘우어억!’



찬승은 크게 입을 벌려 포효하고 싶었지만 차마 지하철이라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부끄러운 듯 찬승에게서 떨어졌고, 찬승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우리 진짜 사귀는 거냐고 물었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던 그녀…. 찬승은 그녀의 그런 행동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리고 집 앞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지만 정말 길 찾기 어렵다고 끝끝내 거부하던 그녀를 보내고 기쁜 발걸음으로 지하철을 탔다.



‘정말 내가 그녀와 사귀게 되다니….’



3월 달부터 버스에서 몰래몰래 훔쳐보던 천사를 정말 자신의 여자친구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그때 가벼운 진동과 함께 민조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조심해서 잘 들어가 찬승아 ^^♡]



…현실이었다.



*



“응. 응. 그래 알았어. 아. 나 지금 학원에 들어가려고. 그래 그럼 내일 잠깐 보자. 안녕.”



다음날 학원을 가던 찬승은 전화를 끊으며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지었다. 정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천사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니….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내일은 금요일. 그녀는 오전에만 잠깐 수업을 하고 집에 간다고 한다. 찬승은 쉬는 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그녀의 얼굴을 보기로 했을 뿐인데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학원에 들어간 찬승은 미리 와 앉아 있는 미경에게 밝게 인사를 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선배.”



미경도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밝은 분위기의 찬승을 보며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엄두를 못 내었다. 만약 물어보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것만 같은 예감….

하지만 그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너무나도 신난 찬승이 먼저 이야기해 버린 것이다.



“저기저기 미경아. 나 말야….”



‘말하지 마세요. 선배!’



미경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그런 마음속의 외침을 찬승이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 말야 여자친구 생겼다. 히힛.”



밝게 웃는 찬승.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미경의 얼굴. 당황, 놀람…. 그러나 한 순간이었다. 곧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누, 누구요?”



“그때 내가 말한 여자애 있잖아.”



“아…. 그렇구나.”



복잡한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얼굴. 평소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미경의 얼굴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예의 그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찬승을 축하해줬다.



“축하해요. 선배. 드디어 여자친구 생기셨네요.”



“응…. 뭘. 하하.”



찬승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사랑에 빠져 세상 모든 것이 행복해 보이는 찬승의 두 눈이 미경의 표정에서 일어나는 평소와 다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미경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떡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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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아직 어느 정도 양이 남았습니다. 결말까지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새로운 여자가 나왔다 하시는 분들. 어디 새로운 여자가 나왔나요^^? 전 아무리 찾아봐도 새로운 여자가 보이지 않는군요.



저희 집에선 고등학교 운동장이 보입니다. 가깝게 보이진 않지만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정도는 보입니다. 아까 여고생들이 발야구를 하더군요. 왠지 흐뭇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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