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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 37부

관리자 0 3662
-바람소리-



제 37 부 : 이반의 연인



민기의 장모를 구출하기 위하여 이슈와 탱크가 일슈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도중에, 두 사람은 때마침 도는 허기라도 면하려고, 컵라면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후루룩..후루룩…이슈형은 오째 그리 말이 없슴네까?’



‘후루룩…후룩…후룩….뭐 머글 때 얘기 하믄 음식 튀어 나가자느?’



‘이 일이래 마치믄, 성님도 뜰 거입네까?’



‘거럼, 일슈랑, 삼슈 셩이랑 떠야지, 여기서 어뜨케 사라?’



‘정 부치믄 다 고향 아이갔슴네까? 기럼….. 먼 타향 에서락두….. 가서 잘 사시라요.’



그때, 차내의 전화가 울렸다.



‘탱크냐?’



‘말씀 하시라요.’



‘지금부터 허는 말 잘 들어라. 지금부터 얘기허는 요양소의 내부에 우리가 찾는 강선생의 장모가 있다는 정보다. 지금 차 안의 네비게이터에 요양소의 지리와 주변 전경, 그리고, 건물 내부 지적도가 나갈거다….보이지?’



‘잘 오고 있슴네다.’



‘아직까지, 우리의 접선자로 되어 있는 수지라는 여자가 확실히 우리 편인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수지를 앞세워서 요양소 안으로 치고 들어가서는 곤란할 게야. 내가 무슨 말 허는지, 잘 알지? 만일에 지금 전송되고 있는 핸폰으로 몇 마디 떠 봐서 수틀리면, 아예 아작을 내야 헌다. 구출보다 우리의 안전이 더 중요하니깐, 알았지? 구출이 성공하면, 우리에게도 알리지 말고 바로 복귀하고…... 만일에 상록수 아그들이 그 사실을 알면, 요양소 반경 몇 킬로까지 더듬이를 번뜩대면서 통신상황을 뒤져갈 테니, 알았지?’



‘근데, 그 요양**는 거이 불법쩍인 뎁니까?’



‘아마, 내가 알기로 입원중인 환자의 반 이상이 불법으로 감금 내지는 억류되어 있는 걸로 안다. 그건 왜?’



‘아닙네다. 나대로 작전이래 이써야 안카씀네까?’



‘그래, 너에게 맡기마. 그럼, 수고하고….이슈야, 같이 듣고 있니?’



‘…….네….네……..’



‘왜 또 말을 더듬어? 그래서 그런 거야?’



‘그건 아닌뎅….쫌 그래서…..’



‘탱크가 알아서 할거다. 해치기야 하겠냐? 탱크? 되도록 이면 인명 살상허지 말고…..’



‘거 무신 말씀 입네까? 수 틀리믄 조져야디….내 참….’



이슈와 탱크는 먹던 컵라면도 그만두고, 삼슈가 보낸 지리정보를 참고 삼아, 네비게이터를 작동시키면서, 차를 몰아갔다. 그러던 중,



‘이슈셩, 전화 쫌 때리자우요.’



‘전화능 왜?’



‘거 수진지, 수족인디 하는 에미나이래 암만해두 께름직 해서 말이디요.’



‘알아쓰…..땔꺽……딜딜딜딜딜……’



이슈는 능숙한 솜씨로 운전중 임에도 불구하고, 네비게이터에 장착된 우회 장비를 이용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몇 가지 추가로 버튼을 더 눌렀는데, 그것은 현재 전화를 받고 있는 수지의 소재파악 기능을 겸한 것이었다.



‘아, 여보세여…..안녕하십네까? 저 일슈셩이랑 잘 아는 아즈바입네다. 수지씹네까? 네….네….부탁한 사람이래 차즐까 해서 전화 드려뜨랬는데, 지금 가도 괜찮겠나 해서리…..’



그러나, 네비게이터의 화면에 나타난 수지의 위치는 점차 목적한 요양소와 멀어지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아, 그러습네까? 거럼 어드메로 가야 덩화카게 차즐 수 이깠는지요? 네…네….거럼 거기서 뵙자우요. 내레 한달음에 가가씁네다.’



‘딸깍!’



‘요 에미나이래 완죤 나이롱 뽕 이구만, 어데서 육백 치고 안자있네?’



이슈나 탱크나 간에 요양소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고 있으면서도, 요양소의 후문 입구에서 보자는 걸 보면, 반드시 함정을 파놓고, 붙들려는 심산인 것이 드러나고 있었다. 삼슈가 네비게이터로 전송한 건물 지적도에 의하면, 건물의 후면은 산을 깎아 만든 곳이라, 퇴로도 마땅히 없을뿐더러, 차량으로 진입했다고 할지라도, 꼼짝없이 걸려들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저 에미나이래 먼저 조져야 게시요. 성님, 요양소 말고 저 에미나이래 주변에 쫌 세워 주시라요.’



요양소로 가기 전, 탱크는 그 요양소 산길로 접어드는 대로변 초입에 차를 세우고, 번개 같이 차에서 뛰어 내렸다.



‘어디 이쓰까?’



‘얼마 안 걸립네다. 저 산 너머쯤 계시라요!’



‘산 너머라닝?’



‘기거이 얘기 하기 복잡하디요. 어서 날래 가시라요. 한 두,어 시간 이믄 갈 꺼입네다. 산너머 대로변에서 보자니끼니….’



탱크는 차에서 내려 숲 속으로 몸을 날려 숨었다. 주변에는 한적한 시외버스 정류장뿐이었고,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그리고 드문드문 농가의 모습이 보이는 평범한 시골 풍경 이었다. 숲 속에서 눈알을 번뜩이고 있던 탱크는 저 멀리에서 총총 걸음으로 대로변을 향해 걸어 내려오고 있는, 윗도리에는 쌀쌀한 날씨 탓인지, 가디건을 걸친 간호사 복장의 여자를 발견했다.



‘저 에미나이래 수지?’



그 여자는 늘씬한 팔등신에 몸에 쪽 붙는 간호사 복장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신 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고운 얼굴이었다. 길을 내려 오면서도 그녀는 계속해서 어디론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거리가 거리이니만큼, 탱크처럼 일찍 도착하지는 못하고 있는데다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보아, 면상에서 상록수 파들과 일슈가 보낸 일행이 맞딱뜨려 벌어질 싸움을 목도하기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왠간히 통화가 끝났는지, 그녀는 전화기를 손에 들고,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고, 큰 길을 향해 어서 누구라도 와 주었으면 하는 표정으로 두리번대고 있었다.



‘스스슥….’



‘헉, 누구세여?’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그 즈음에, 어디에선가 그림자처럼 자신의 앞을 가로 막아선 날카로운 눈빛의 남자, 바로 탱크였다.



‘겁대가리가 없구만기레…어데 할 지시 업써서리, 상록수에 빌붙네, 빌붙기는? 이리 오라우. 파팍!’



탱크가 내지른 수도는 정확하게 그녀의 요혈을 파고 들었다. 단 일격에 그녀는 탱크의 앞에서 고꾸라 졌다. 탱크는 그녀를 난짝 들어서는 길 주변의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숲 사이에 그녀와 같이 엎드려, 주변을 다시 살폈으나, 다행히 차 소리나, 사람의 인적은 없었다. 탱크는 빙글빙글 웃으며, 눈을 멀뚱멀뚱 뜬 채로 온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이 누워 있는 그녀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얘기를 해 나갔다.



‘와, 에미나이래 젖가리개에 왠 뻥이 이리도 크네? 이거이 뭔지 아네? 정신은 말똥하고 몸은 움직일 수 없디? 내가 이제부터 묻가서….예쑤면 한번, 노면 두번 깜빡 이라우…..오늘 들어온 그 환자래 일반병동은 아니디?’



그녀의 눈이 한번 껌뻑였다.



‘특수병동 이란 야근데, 몇층이니? 층수대로 눈을 깜빡이라우.’



그녀는 두번 깜빡였다.



‘조용히 말할 때 바른대로 대라우. 내래 일 마치고서리 너 데불고 갈끼야. 남조선 아즈바이들이래 잘들 돌려댄다 하드만, 나도 만만찮아야, 듁고십디 안으면, 바른대로 불라우.’



그제서야, 그녀는 눈을 다시 세번 깜빡인다. 2층이 아니라 3층이라는 말이었다.



‘한가지만 더 무까서. 계단 쪽 방 아이니?...... 이래서야 하세월 이가꾸만….’



그녀는 두번 깜빡였다. 구석진 방이라는 말이었다.



‘알가서….내 디금부터 아가리를 쫌 풀어 주가서, 소리티면 그걸로 끝짱인기야, 거럼…..’



탱크는 목을 타고 흐르는 경동맥의 주위 몇 곳을 눌렀다.



‘말해 보라우.’



‘휴……말할께여. 제발 목숨만…..3층을 올라가셔서, 왼쪽으로 돌아가시면, 철문이 하나 나와여, ……….제 목에 걸려있는 이 카드로 여시고 2848을 누르시면…….. 열려여, 거기서 세 번째 되는 방에 나체로 묶여 있는 분이 찾으시는 분일 거에여. 거기도 동일하게 이 카드로 여세여…..번호는 역시 2848…..윽!’



탱크는 들을 것을 다 들었다는 듯이, 그녀의 목 동맥을 다시 연타로 찔러 버렸다. 다시금 기절을 하는 그녀,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맥을 놓아버리고, 기절해 버리는 것이었다.



‘넌, 내가 접수 하가서. 일 끝나고서리 찾아 갈끼야. 여기서 잠이나 푹 자 두라우.’



숲 속에 혼절해 있는 그녀는 밖에서 보기에 전혀 티가 나질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탱크는 날듯이 그곳을 빠져 나갔다. 그는 길을 따라 가기는 가되, 그 옆의 숲길을 헤치면서 표범처럼 내닫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요양소의 담장을 넘는 것은 몇 번의 도움닫기로 가능했다. 마치 벽 주변에 디딤돌이라도 있는 것처럼 날듯이 기어오르는 탱크의 실력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한 것이었다. 건물의 지적도를 머릿속으로 그려 가면서, 한달음에 그는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 층으로 연결되어 뻗어있는 개스관에 시선을 박아 넣었다. 맨 손으로 아무런 장비도 없이, 탱크는 그 개스관을 붙들고 원숭이처럼 쑥쑥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3층으로 다다르자, 탱크는 두 손으로 개스관을 붙들고, 두 발의 긴장을 풀고 아래로 내려 뜨린다. 그리고 나서 내려뜨린 두 발을 모듬어 풍차처럼 돌려 차는 것과 동시에 개스관 옆의 대형 유리창을 한방에 부수면서, 실내로 튀어 들어갔다. 마침, 그 곳은 3층의 계단이 접해 있는 복도 쪽 대형 창문 이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니, 철문 앞에 버티고 있던 수 간호사가 주먹을 쥐고 달겨 들었지만 탱크의 상대는 아니었다. 이미 그의 곁을 지나치는 것과 동시에 헉 하는 비명도 없이 자빠지는 수 간호사…..탱크는 건네 받은 카드로 철문을 열고, 앞으로 달려가 문여사가 있는 방으로 다시 카드로 열면서 뛰어 들어갔다.



‘이거이…뭔 일?’



방안에는 징 하는 딜도의 소음 만이 들리고 있었고, 민여사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로, 입혀진 팬티 사이로 씹물을 줄줄 흘리면서, 온 몸은 결박되어 있었다. 항상 그래 왔지만, 탱크는 순간적인 판단이 빨랐다. 민여사를 결박에서 푸는 것과 동시에, 침대시트 채로 온 몸에 기력을 상실하고 있는 민여사를 보쌈 하듯이, 등에 걸머지고 업어 버렸다. 그리고나서, 자신의 가슴 앞으로 침대 시트를 보자기 처럼 단단히 결박해 버리는 탱크…..민여사는 신음을 흘리는 채로 침대 시트에 싸여 탱크의 등 뒤에 매달려 있는 형상 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계단 밑에서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시간은 너무도 촉박했다. 이미 깨어진 창문으로 다시 다가가 올라서서 가늠해 보니, 방금 전 타고 올라온 개스관이 제법 멀어 보였다. 그러나, 기다릴 사이도 없이, 탱크는 민여사를 등에 큰 이불 채처럼 결박한 채로 몸을 날렸다.



‘아쟈! 이거이 둑기 아이믄 살기 아이가서?’



온 손바닥과 팔꿈치까지 다 까지고, 가까스로 붙든 개스관은 자신의 무게뿐만이 아니라, 민여사의 몸무게까지 더해져, 개스관을 튼튼하게 붙들 사이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찌지지지직……휙’



아래로 거침없이 떨어지면서도, 관을 붙들고 있는 탱크의 두 손은 굳건했다. 중간에 손가락 몇 개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어도, 바닥에 안착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땅에 착지가 되는 순간, 이미 지적도에서 외운 대로 탱크는 바로 추적자들의 시선을 벗어나 역으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산 너머에서 이슈더러 기다리라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들의 대가리로 볼 때, 이렇게 도망치려면 어디엔가에 대로상에 차를 대놓고 기둘릴 것이 뻔하다고 판단한 나머지, 길쪽으로 포위망을 좁혀갈 것을 미리 내다본 탱크만의 전략 이었던 것이다. 저 멀리서 자동차의 소음과 더불어,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면서 깨진 유리창으로 내다 보기 시작했지만, 벌써 탱크는 퇴로가 없다던 산자락을 타면서 그들과 빠이빠이를 외치고 있었다.



‘총알이 빗발티는데, 주글 새가 어딘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세상사는 자연스럽게 전쟁과 맞물려 돌아가는 듯 했다. 먹고 살자고 허는 짓거리와 전쟁처럼 생존만을 목전에 둔 자와의 현격한 차이였다. 이미 부러진 손가락 뼈는 퉁퉁 붓고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탱크……그는 실전에서 유용하려면 산 하나를 넘는 작전을 위해서 산을 열 개는 넘어야 한다고 가르치던 일이 생각나고 있었다. 산을 타면서 무작정 달려 가는 듯해 보여도, 그의 시선 속에는 나뭇가지의 뻗친 방향, 중간 중간에 잘려나간 나무 밑둥의 나이테 등이 속속 눈에 들어 오면서, 본능적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설사 한밤중의 무월야라 할지라도 탱크에게는 장애가 될 수 없었다. 등에 민여사를 업고 있다고는 하지만, 평소, 무지막지한 돌을 지고 산을 타던 훈련에 비한다면, 그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산을 넘는 데에는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 듯싶었다. 개스관을 타고 민여사를 꺼내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2분을 넘질 않았으니, 그들이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손 쳐도 탱크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노릇이었다. 산 너머에는 당연히 이슈가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차에 다가가 가슴 앞으로 단단히 결박한 침대 시트를 풀어 헤치자, 팬티 바람인 채로 시트에 널부러지는 민여사…..



‘이게 뭔 소리?’



이슈가 돌아다 보며, 물었다.



‘나도 잘 모르갔시요. 어드메서 징징대긴 하는데, 어캐 해야 되는지도 모르갔꾸, 기냥 데불고 와시요. 셩님이래 알아서 하시구래.’



그러나, 나이가 있다손 쳐도 맨 몸인 여인네를 이슈도 건드리기는 영 내키질 않고 있었다.



‘거져, 아까 내려 줬던 곳으로 가자우요.’



‘거긴 왜?’



‘에미나이래, 아직 해롱대고 있을 거이끼니, 잡아들여야 하디 안카슴네까?’



‘아니, 그럼, 거기다 수지를?’



이슈는 급하게 차를 돌려 대로변의 그 입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그곳은 차량이 겁나게 드나들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상록수를 통해 민여사가 구출된 소식을 듣고 떨거지들이 출동한 모양 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차처럼 그곳을 지나치는데,



‘전화 쫌 줘 보시라요.’



‘왜?’



‘가까운 파출소래 어드멥네까?’



‘그건 왜?’



‘저런 간나들이래 젤루 기겁을 하는 거이, 경찰 싸이렌 소리 아이가씁네까? 기냥 불러대는 거이디요.’



탱크는 이슈에게서 건네받은 전화기에다 대고 불법적으로 사람을 감금하고 고문하는 요양소가 있다면서, 자기는 신문사 기자인데, 지금 신고를 받고 가는 중이니, 경찰도 출동해 달라는 구라를 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되지도 않아, 경찰이 싸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입구로 치고 들어가자, 대번에 요양소로 올라갔던 차들이 번개 같이 튀어 내려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와중에 멀리서 그 뜸한 막간을 훔쳐 보고 있던 이슈와 탱크는 낼름 차를 대고, 숲속에 혼절해 있는 수지를 차에 싣고, 그 자리를 피해 나올 수 있었다.



‘이거이, 이제까지의 스토리라 이 말이외다. 아마 그 놈의 요양손지, 개나발인디, 아작나고 있을 거란 말이디요.’



‘수고했다. 탱크야. 손은 많이 아프냐?’



‘거져 몇 개 뿌라진 거 외에는 별반 없슴네다. 며칠이면 붙깠지요.’



‘셩….셩…..그 발 쫌 치우지? 정신도 없든뎅……’



그제서야, 삼슈는 이슈의 참견에 부르르 떨고 있던 발길을 그녀의 뺨에서 거두어 들였다.



‘내려가자.’



삼슈의 단음절에 이슈가 결박되어 엎어진 수지를 난짝 안아서 내려가고, 그 뒤를 일슈와 탱크가 뒤따라 내려갔다. 위에는 위에 대로 침대 시트에 싸여, 온 발과 다리가 긁힌 상처로 인해 피를 흘리고 있는 민여사를 부축해서 방으로 업고 들어가는 민기와 희진, 윤서가 부산하게 움직였다.



‘콰당!’



지하실의 문을 거세게 닫는 삼슈의 서슬에 방 안에 들어선 일행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저 년을 어찌 했스믄 좋겠누?’



삼슈가 물었다.



‘저를 주시라요. 아예 뺘다구까지 발라먹고서리 민찌를 만들면 되지 안카씁네까?’



‘다들 어떠냐?’



‘셩…..그건…그건….’



‘왜 이슈, 뭐 할말 있냐? 니가 연결해서 이제까지는 용케 제 구실을 했다만, 이젠 안될 성 샆다. 너를 봐서 살려 두고도 싶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구나. 이미 상록수랑 팔이 닿은 거 같은데, 저런 년을 살려 둬 봐야, 우리만 골치 아픈 것을…..’



‘기럼요. 아까 보니끼니, 기냥 민찌로 갈아 바수기에는 아깝습데다. 돌려먹고 나서리 버려도 늦지는 안카찌요? 내레 시작하가씁네다.’



손가락과 손등이 퉁퉁 부어서 옷도 제대로 벗질 못하는 탱크 였어도, 눈 앞에 널부러져 결박된 팔등신의 미인 앞에서는 그런 아픔쯤이야 하는 눈치였다.



‘찌지직…..’



결박이 된 채로 탱크가 나서서 그녀의 복장을 찢어 발기면서, 입에 물려 있던 재갈을 끌렀다.



‘캬..쥑이누만. 젖가리개 뻥만 대대했디, 너 완죤 민짜 아니네? 이런 거이 색을 제대로 쓴다 카드만……안 그러씁네까? 셩님들? 고져, 보지구녕 하나는 어드메서 깎아놓은 거, 배달 된 거처럼 생겨 먹어 게지구서리…….’



‘살려 주세여…제발….이슈형…제발..제발 저 쫌 살려 줘여…돈이 궁해서..그랬어여..간호원 월급으로는 호르몬 주사 맞는 것도 힘이 들어여. 안 맞으면…..흑흑…...부풀었던 젖무덤도 금새 꺼지구, 목젖도 나오고, 수염도 어느새……그러니, 수술만 하면 뭐해여….평생 그 놈의 지긋지긋한 주사를 달고살아야 하는데……..흑흑…이슈형 살려 줘여…..이럴 거면 수술 하지 말 걸…..흑흑..잘못 했어여…제발..제발….저, 아직…..아직 수술하고 누구랑두……..’



‘그만!....그만!.....그만!’



‘퍽!’



그 때였다. 뒤에서 보고만 있던 이슈가 발길질로 수지의 앞에서 옷을 찢고 있던 탱크의 등을 걷어찬 것은 예상 밖의 돌출 행동 이었다. 언제나 조용하고 혀짧은 소리나 하면서, 운짱이나 할 줄 알았던 이슈의 버럭 내지르는 고함은 너무도 쩌렁쩌렁 했으니까. 어리둥절해 있는 탱크가 나뒹굴면서도 본능적으로 반격을 하질 않고 있던 것은 둘러선 모두가 식구들 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와, 이럽네까?’



‘셩….삼슈셩….갸 쫌 살려주징. 제발 쫌…그 자식 불쌍헌뎅…..’



‘아니, 그 자식이라니요? 그럼, 저 에미나이래?’



‘마즈…내가 돈 대줘쓰…..갸 트렌스라궁…..자슥이라궁……내가 이곳을 뜰 거라면서 한동안 못 봤드만, 돈이 궁해서 그랜능가봐..셩…봐주라……쟈….너무 불쌍해…….’



‘이슈, 너 그게 사실 이었구나. 저 년 돈 대주고 수술 시켜 줬다는 놈팽이가 바로 너? 근데, 왜 이제까지 말을 않했냐? 왜?...왜?’



‘수술 해놓쿠…수술 해놓쿠…보니깐…..너무 이뻐서…..너무 이뻐설랑……더 이상 가까이 있다강 형이랑 머러지까봐….그래서 연락 끈너는뎅…..이러케 다시 볼 쭐 몰랐징…..으이그…..썅년따우, 멀리가서나 살징…….’



삼슈는 깊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이슈야, 니 말은 잘 알아 들었다. 그래도 저 년을 살려 두는 건 우리에게 짐이 될거다. 어쩔래?’



그때 바닥에 엎드려 있던 수지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그럼 죽기전에….. 이슈형이랑……한번……. 하게 해 주세여. 어차피 죽을 거면….., 이슈형이랑 하고 나서 죽여도……. 죽이세여. 이렇게 살아 생전…….. 그렇게 되어 보고 싶던 여자의 겉모양으로나마……… 만들어준 보답…이슈형에겐 하고 가야 할 꺼 같으니……그렇게만 해주시면……., 곱게 죽을께여. 이 자리에서……’



그녀의 말에 모두가 숙연해 지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삼슈와 일슈, 그리고, 탱크가 모두 각자 자리를 찾아 앉고나자, 이슈만이 수지의 앞에 서 있는 셈이 되어 버렸다.



‘재수 오지기리 엄는 년…..이러케 주글 꺼…..’



‘이슈형, 이거 쫌 풀러줘…..’



이슈는 일슈에게 칼을 빌려, 그녀의 결박을 끊었다.



‘형, 시간이 없다. 빨리…어서……누가 봐도 상관 없어. 형이 떠나고 나서, 나 누구에게도 이 몸을 보여 준 적이 없다구…..어서….’



이슈는 그냥 장승처럼 뻘쭘하게서 있을 뿐이었다. 수지는 무릎을 꿇고서, 곁에 누가 있는 것도 상관하지 않은 채, 이슈의 바지를 벗겼다. 스르륵 바닥으로 떨구어지는 이슈의 바지…..이어서 수지는 이슈의 히프를 껴 안은 채로 그 손목을 풀지 않을 것처럼 꼭 붙든 채로 이슈의 좇을 입 안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이슈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수지의 머리칼 사이로 양손을 찔러 넣고, 머리를 뒤 흔들고 있었다.



‘쭙쭙..웁웁…웁웁…..쭙쭙…할할…..웁웁….형……이제 보여 주께……어서 빨아 줘…처음 이자, 마지막으루다가 형에게 주는 거야…어서…..’



수지는 서서히 팔을 풀고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은 채로 등을 대고 누워 그 길고 긴 두 다리를 부채를 펼치듯 좌우로 좌악 벌렸다. 무릎에 힘을 잃은 것처럼 이슈가 엎드려 그 가랭이 사이로 머리를 묻자, 수지의 표정이 금새 환해져 온다. 필시, 이슈가 그녀의 보지를 핥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거기…거기……형….보진 확실히 달라. 형 생각하면서 수술 후에 자위할 때마다 생각 했거든…아, 이런 기분, 형에게 꼭 얘기해 줘야 한다구 말이야. 아! 좋아…..지금 죽어두 좋아!’



이슈는 수지의 말에 대꾸도 없이, 보지를 삼켜 버릴듯이 쭉쭉 빨아댔다.



‘형, 어서 넣어 봐….어서……나 다 느낄 수 있다구..이건 똥꾸녕으로 하는 거랑 달라..온 몸이, 엉덩이가 마구 경련이 나고, 뒤틀려…아!....그렇게…아그그그….아, 그런데 너무 아프다…근데..너무 좋아……’



‘척척..퍽퍽..푹푹..척척척척…..’



‘윽윽..억억…윽윽…악악악악…..’



이슈는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깔지 않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수지의 몸이 이슈의 좇질에 따라 위로 밀려 올라가면서 꺽꺽대는 소리를 내는 것은 마치, 그녀가 울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들렸으며, 그건 이슈에게 있어서 그녀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몸짓이 분명했다. 철벅대며, 이슈의 좇은 사정없이 수지의 보지속으로 잠겨가고, 그 소리는 너무 슬프게 들리고있었다.



‘형….형…..윽윽….윽……사랑해…..이렇게 여자의 몸으로….. 형에게…한번 만이라두 사랑받고…… 싶었어….윽윽윽윽…..악!’



‘아그극…….’



두 사람의 열정적인 섹스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여유라는 것이 없었다. 바닥에 가랭이를 벌리고 맥을 놓고 있는 수지의 몸에서 바로 일어나 삼슈에게 다가가는 이슈…..



‘셩…..맘 대루허세여….’



삼슈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슈야, 저기 벽에 걸린 절연검(絶緣劍) 쫌 가져 오니라.’



‘아니, 그건 왜?’



‘어허, 말이 많다. 어여……그리구, 너 수지…. 일어나 앉아라……’



그녀는 죽기를 각오 했는지, 이미 일어나 앉아, 꿇어 앉은 채로 마지막 가는 길에나마 맛보려는 듯이, 이슈가 싸 놓은 정액을 손바닥에 담아 멍하니 입안에 삼켜가고 있던 중이었다. 이슈는 차마 그 모습을 못 보겠던지 돌아서 있었고…..



‘널 살려두자니, 우리가 위태롭고,……… 너를 치자니, 이슈가 가슴 아프고……에잇!’



그러나, 그것은 손에 착 붙는 단검인 절연검을 쥐고서, 그녀를 향해 내리치는 폼새가 아니라, 수지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삼슈의 손길이었다.



‘이 검은 죽기를 각오하고 삭발을 한 채, 전쟁터로 나가는 자들을 위한 마지막 예우의 검이다. 이 자리에서 너의 머리털을 모두 밀어 버릴 터이니, 이제부터 죽기를 각오하고 여기서 살아 남아라. 그리고, 이제까지 단 한번도 나의 명령에 토도 달지 않던 이슈의 사랑을 네가 가졌으니, 그걸로 평생을 감사하면서 너의 마지막 마저도 이슈를 위해 바쳐라….그게 내가 할 말이다.’



삼슈는 그 말과 함께, 오랜 세월 길러온 듯한 수지의 길고 긴 생머리를 비구니처럼 박박 밀어 버리는 것이었다. 돌아서 있는 이슈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돌아서지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고….그건 수지와 이슈에게 있어서는 눈물의 삭발식이 아니라, 화혼대례와도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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