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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 - 1부 3장

관리자 0 7479
주말이되자 사이코는 날 데리고 외박을 나갔다.

장소는 시내 모텔.

남자둘이 들어가는 모텔은 뻘쭘 그 자체였다.

하긴 여인숙 생활만 해오던 나였기에 옆에 있는 사이코만 아니라면 좀더 자연스러웠을 것이었지만 잠시후 이루어질 섹스? 교미? 실험? 어쨌든 여자와의 잠자리는 부담되기만 했다.

사이코는 오는 내내 어떤 체위에서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수없이 중얼 거렸지만 이건 한마디도 알아 먹을수 없었다

"형 이번에 오는 여자들은 어떤 여자들이에요?"

"나도 몰라."

"형이 부른 애들 아니에요? 설마 업소 뛰는 애들?"

"임마 내 주변의 애들은 다..... 너 나랑 구멍동서 하고 싶냐?"

"설마요! "

"두번째 오는 애는 이쁜이 수술해주기로 하고 부른 애지만 다른 애들은 부탁해서 오는 애들이라 잘 몰라. 왜 떨리냐?"

"꼭 애완견이 교미 시간 기다리는것 같자나요 "

주인인 형이 날 교미시키기 위해 암컷을 불렀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렇게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초조해 할 무렵 벨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주러간 형의 뒷모습이 순간 경직되더니 움직이질 못한다.

-상태가 심각한가?

잠시후 굳어버린 형을 피해 한 여자가 들어온다.

숨이 턱 막힐것 같은 킹카였다.

6년간의 택시운전으로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구경해온 그 어떤 여자도 비교하지 못할 정도의 미녀였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의자에 주저 앉았다.

긴생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그녀는 긴쌍커플의 눈을 들어 날 지그시 바라보더니 눈동자를 움직여 침대쪽을 가르켰다.

넋을 잃어버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정지되어 버린 시간 속에서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녀의 한숨 소리에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발걸음을 돌려 핸드백을 침대 머리맡에 올려놓은 그녀는 정장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움직이는 그녀의 발걸음마다 꽃향기가 흩날리듯 했다.

그녀는 분명 사람이 아닌 선녀인듯했다.



사이코가 돌아와 내 어깨를 툭 쳐서야 난 깊은 숨을 몰아쉴수 있었다.

사이코 또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가 들어간 욕실을 바라보더니 나와 욕실을 번갈아 보며 한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쓰키 아깝냐!

분명 저정도의 킹카를 나한테 넘기는것이 아까운게 분명했다.

그가 뭔가를 결정하기 전에 뭐라 말을 해야 한다는건 알겠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던 사이코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미안하다고 했다.

-개쓰키

애완견 접붙이러와서 주인이 암컷에게 반해서 껄떡거리는 꼴이라니.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왔다.

기대와는 달리 옷을 차려 입은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는 자신의 상의를 가볍게 털어 걸치고는 핸드백을 집어들고 사이코에게 말했다

"너무 더웠거든요. 형님껜 약속 못지켜서 죄송하다고 전해주셔요!"

그리고 그대로 가버렸다.

문이 닫히는 순간 아니 그녀가 욕실에서 나올때 가운이나 수건 차림이 아니라는걸 안 순간부터 먹먹해진 가슴이 무너질듯했다.

걸음 걸음 마다.

내 젖는 손길 하나에도

마치 무용을 보는듯 하던 곡선의 유희가 눈앞에서 아른 거렸다.

"야! 임마! 니가 자리 비켜 달라고 했는데 안비켜 주니까 그냥 가버리자나. 이 새끼야!!"

화를 내는 사이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다.

-씨팔 차라리 잘됬다 이거구만..

짜증이 밀려왔지만 왠지 그녀가 나의 여자가 될거라는 뜬금없는 환상속에 조금씩 행복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일수 없는 난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고 용기 백배한 사이코는 광분해서 오만가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의 광기가 절정에 달할즈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설마?

사이코는 절망이 섞인 기대감에 화석처럼 굳어버렸고 난 서둘러 문을 열어 주었다.

과연 그녀가 문 밖에 서있었다.

팔짱을 끼고 약간 기울어진 포즈로 서있는 그녀는 다시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는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다사 왔어요! 약속을 지켜도 될까요?"

선녀는 마음도 아름다웠다.

네라고 대답해야 했지만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난 수줍은듯 약간 비켜섰고 그녀는 종전과 같이 가볍게 날아오르듯 방안으로 들어왔다.

방안에 들어선 그녀는 침대 맡에 잠시 서있더니 옷깃을 여미었다.

"방안이 너무 밝네요!"

작지만 분명한 소리에 우리는 분주해졌다.

커튼이 내려지고 불이 꺼진것는 순식간이었다.

아직은 밝은 태양때문에 완전한 암흙이 아닌 마치 적외선 카메라로 보는듯한 어둠이 방안을 채웠다.

그녀는 침대 끝에 그 앙증맞은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는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빛줄기를 응시하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작고 붉은 잎술 사이로 빨려들어가는 담배를 질투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씨팔 내가 저 필터였으면. 짧은 한순간을 살더라도 행복할던데 ㅠ.ㅠ

"준비좀 해주실래요!"

맑고 영롱한 음색이 허공을 울리고 긴 담배연기가 꽃처럼 피어났다.

그녀의 뇌쇠적인 잎술에 취해 꼼짝할수 없었다.

"벗어라!"

떨리는 목소리로 사이코가 내 귀에 속삭였다.

-아! 그녀와 섹슬 해야 하는 구나

갑자기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단추를 풀러야 하는데 손가락이 떨려 쉽게 벗을수가 없었다.

-이런 젠장

눈앞이 안개가 끼듯 뽀해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다.

더불어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시팔

병신도 이런 개병신이 없다.

저런 선녀가 합방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상병신은.....

무언가가 내 눈을 훔치고 지나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러나 보다.

그녀가 날 어찌 생각하겠는가...

이 병신, 모지리....

자괴감에 미칠것같았다.





난 그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펑펑울었다.

내 생에 그렇게 처절하게 울었던 것도 처음일것였다.

아마 얼굴도 모르는 내 친부모가 눈 앞에서 죽었더도 이렇게 울진 않았을 것이었다.

사이코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지쳐 쓰러져 잠들자 내 볼에 키스 해주고는 돌아갔다고 했다.

그의 말에 아쉬움과 안도감이 함께 밀려왔다.

선녀를 놓친 아쉬움과 천상의 여자를 범하지 않은 안도감이었다.

"다 운명이라 생각해라. 날이 밝으면 내가 고른 애가 올꺼야. 앙칼지긴 하지만 공과 사는 구별할줄 알고 책임감도 있는 애니 그애랑 잘해보면 되."

"첫경험엔 적당한 상대가 좋은거야"

내 눈물에 사이코는 날 격려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게 더 쪽팔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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