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X - 19부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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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1
2018.12.26 04:00
“휴먼 로봇이나 반자동 로봇이나 상세한 설계에 들어가려면 많은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될꺼야. 결국 이 자리에서 결정될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만하지.”
“개략적 얘기만 듣고도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데 로봇의 부작용까지 생각하며 진도 조율을 하는 것도 모른 채 보채기만 했던 옹졸함이 부끄럽습니다.”
“미래 비용을 선불로 결제할 사람은 없네.”
“늦은 시각이라 이만 돌아가야겠지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을 일이 아닐세. 오늘 얘기는 그냥 해프닝이다 생각하고 편한 밤을 보내도록 하게.”
김학수는 밤새도록 로봇 얘기를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밤이 깊어가면서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의식을 놓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듯 방을 나섰다. 로봇 개발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미래 안전장치를 고민하던 내게 있어서는 오늘의 얘기가 한쪽 귀로 듣고 흘려 버릴 것이 아니라는 신념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꽉 막혔던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이 그런 고민에 싸여 있는 줄도 모르고 로봇 개발이 원활하게 진척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판을 벌리면 너무 커서, 당신의 계산속에 넣은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프로젝트 였지.
어떤 연구원이 프로젝트를 여기저기 흘리는 바람에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된 것 같아 다행이야. 거대 자금이 투입된 후에도 한참 후에나 성공여부가 가름될 프로젝트에 몇몇 기업이 자금을 댄다고 달라질게 없었던것이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이조원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절약해야지. 연구란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잖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있는 사람들을 우선 찾아야겠어.
누가 누군지 식별하는데만 꼬박 일년 시간이 흘러가겠지만.“
“어휴, 그런줄도 모르고 십억이나 쏟아 부었는데 결과가 안나와 맘 졸였어요.”
“그럴 만도 하지. 인류를 구원할 독수리 오형제도 아닌데 쌩돈 십억을 투자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류사에 기여한 바가 큰 거라구.”
“인류사 기여문제는 잘 모르지만 당신을 택한 것은 잘한 것 같아요.”
“고통의 시작일 수도 있지.”
“알아요. 당신 때문에 맘 아픈 적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기만 할텐데...”
“참을래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지켜보기 보다는, 일에 미친 당신을 보호해야 하는 보호자로서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난 당신에게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야.”
“그냥 이대로도 좋아요. 욕심을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식을 강행하지 않아도 되겠어?”
“흥, 그건 꼭 할꺼에요.”
“왜, 욕심을 버린다며.”
“법률적 효력은 없겠지만 기억 속에서나마 당신의 공식적인 여자였다는 것을 새겨 넣고 싶으니까요.”
“알았어요. 작은 소망 조차도 소화해 내지 못해선 안되겠지?”
“당신이란 사람은 어떤 한 가족에 얽메여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번엔 양보하는 것이에요. 누가 누굴 얽메이게 한다고 그 자리에 붙어 있을 사람도 아닌데 당신에게 메달려 있기 보다는 자유롭게 당신을 놔주고 싶어졌어요.”
“진정으로 내가 원했던 것은 휴먼 로봇이 아니라 자유분망하게 나를 학대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나를 구제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건 비하의 말이죠. 당신이란 사람은 막힘 없는 생각과 두려움 없는 모험심으로 인생을 똘똘 뭉쳐 내 던진 사람이었어요. 내가 눈멀고 귀멀어서 당신을 사랑하게 됐지만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면 당신을 구속하려는 욕심을 진작에 버렸어야 했던거죠.”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한 여자로 부터의 사랑일지도 몰라.”
“한 여자가 저였기를 바라는 건가요?”
“줄곧 생각해봤는데, 용기가 없어서 머뭇거렸을 뿐이지 당신이 그 역할을 할 사람이었다는점은 결고 의심하지 않았어.”
“당신도 탁과장처럼 이혼할 수 있단말이에요?”
“그게... 자신이 없단 말야.”
“그것봐요. 당신은 욕심쟁이일 뿐이에요. 두 여자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는 것이죠. 어떤 면에선 당신의 그런 욕심이 큰 프로젝트를 추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겠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용서할 수 없는 이기주의자라는 생각만 들 뿐이죠.”
“그래서 갈등하는 거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로봇이었는지 아니면 나를 버릴 수 있는 안식이었는지에 대한 구별이 되지 않는 때가 많거든. 당신을 택하면 로봇의 꿈을 키울 수 있고 애 엄마를 택하면 당신을 잃는 것이지. 로봇과 당신과 또 다른 여자와의 선택을 강요 받는다면 나는 너무 갈등에 싸여서 미쳐버릴 것 같거든.”
“사회의 규범이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법이죠. 그런 면에서 당신은 분명한 선택을 강요 받아야 마땅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일 뿐인데 로봇을 위해 당신을 포기하도록 강요 받아선 안되겠죠. 그런 맥락에서 나를 사랑하라고 애 엄마를 버리란 말은 죽어도 못해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당신보다 더 극심한 갈등을 느끼게 되요.”
“당신은 내가 로봇 개발을 중단하면 좋겠소?”
“아뇨. 당신은 로봇 때문에 존재한다고 봐요. 그러니까 당연히 로봇 프로젝트를 해야죠.”
“그럼 애 엄마하고 헤어졌으면 좋겠소?”
“애들이 너무 불쌍해요. 아직 어리잖아요.”
“당신이야 말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에서 나를 압박하고 있구려. 이런 땐 차라리 앙탈을 부리듯 나를 차지하기 위한 모션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로봇이 인류를 구원할 미래 산업이란 것을 알아요. 그런 당신을 이해하기 때문에 내 욕심을 강요할 수 없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양보하려는 것이에요. 당신을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이죠.”
“로봇이든 가족이든 다 팽개치고 나만을 사랑해 주세요라고 차라리 말해요. 그럼 당신을 대하는 방법을 찾게 될테니까.”
“아뇨. 그것은 당신이 선택할 몫일 뿐이죠.”
“알았소. 내 가슴속의 모든 것들에 우선하여 당신을 사랑하겠소. 당신을 위해서라면 로봇도 포기하고 가족도 포기하겠소.”
“그렇게 망치지 말아요. 나는 기다릴 수 있어요.”
“뭘 기다린단 말이오? 아내가 늙어 죽기를? 아님 로봇이 나를 대신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그렇게 낙심하지 말아요. 나는 더 오랫동안도 참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가슴이 아파온다. 밤도 깊어 간다. 나를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깊은 시름에 빠진 숙을 가슴에 안아 잠을 재촉하고 있다. 날이 밝으면 광할한 절단을 보이며 떨어지는 폭포수 앞에서 경탄의 마음으로 자연의 신비로움에 몸을 떨 것이다.
날이 밝자 일행은 로비에서 만나 가볍게 아침 식사를 했다. 렌트카는 겨울 칼 바람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보온이 되어 있어서 폭포 위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기엔 충분했다. 어디서부터 발원된 물줄기인지 궁금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벼락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폭포수 속으로 철선을 타고 들어가니 얼음보다 더 차가운 물방울이 온 몸에 부딪혔다 깨어진다. 이빨을 달달 떨며 폭포를 돌아보며 시원을 알 수 없는 신비감에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이 산산히 깨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 아래 안개 속에 가려진 다리로 가려면 미국쪽으로 넘어가야겠는걸.”
“걱정입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일단 시도해 보는게 좋겠어. 멋진 장관을 놓칠 수는 없잖아.”
김학수는 차를 몰고 캐나다 국경을 넘어 미국 국경으로 들어섰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어떤 제지도 없었다. 일행은 먼 발치에서 보이던 안개 속의 다리를 산보하며 점차 높은 봉우리로 올라갔다. 망원경이 설치된 곳에서 바라다 보는 폭포는 더욱 장관이었다. 추위도 잊은 채 주변을 관광하는 사이에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 셈이다. 김학수가 몰던 차가 미국 국경을 넘는데 통과할 수 없다는 리젝트가 떨어졌다. 예상했던 일이 조금 늦게 나타난 것 뿐이므로 당황하지 않고 강력한 항의를 하니 관리자가 나타났다. 언제 캐나다 여행이 끝나고 언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확인 절차를 마친 후에야 국경을 통과하도록 허락했다.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 정보강국인 대한민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숨죽이며 정보 쟁탈전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뛰고 있었다.
“박사님, 중국과 접촉도 못해보고 이 땅에 볼모로 잡혀 있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냥 가게. 세상사는 일이 생각처럼 되는 것은 하나도 없네. 그냥 물 흐르듯이 지나가면 될 일이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국운이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폭포수를 보게. 시원을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달려나와 아무 생각없이 폭포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네. 이 물줄기가 로키를 살찌우든 말든 그것들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에게 놓여진 수로를 따라 끝없이 이동할 뿐이네. 우리들 삶이라는 어느날 갑자기 영웅이 되었다가 잊혀지고 뭍혀지는 것일 뿐이네.”
“사람은 물과 다르잖습니까. 생각하고 갈등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 그런 존재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갈등하며 살았겠지만 그들은 모두 무덤 속에 있네. 시간이라는 에너지가 모든 생각과 행동을 감싸 안아들인 결과일세. 자네의 바램이나 나의 연구결과는 현재의 시간 속에서는 대단할지 몰라도 시간 속에서는 그냥 흔적도 남지 않을 작은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는 셈이지.”
“복잡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구요.”
“자네일도 놔두게.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고.”
캐나다와 미국쪽에서의 접근과 차단에 대한 움직임을 감지한 김학수로서는 어떤 모종의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자신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한 듯 침묵하며 호텔 문 앞까지 일행을 데려다 놨다.
“내일 계획은 어떻습니까?”
“캐나다 쪽의 스키장을 구경하고 싶네.”
“장관이죠. 눈 내린 겨울산을 리프트로 올라가며 내려다 보는 로키는 절경입니다.”
“아주 높이까지 연결된 리프트를 알고 있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죠. 저도 여길 다녀간지 오래됐는데 시설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로비의 검색대에서 자네가 좋은 스키장을 찾아 놓게. 내일은 스키를 타며 하루를 보내야겠어.”
폭포의 경외로움과 관광의 즐거움도 늙은 몸에는 상처를 주는지 피곤함을 느껴야 했다. 숙이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비스듬이 걸터 앉아 양주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띵동” 벨소리와 함께 김학수의 말소리가 들렸다.
“무슨일이야?”
“네, 어제 못다 들은 얘기를 듣고 싶어서요.”
“그래? 지금 샤워 중이니까 30분 후에 다시 오게.”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누군가에게 로봇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숙이 샤워를 마친 후에 잠시 공동의 얘기를 주고 받고 잠이 들면 오히려 아침이 가쁜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샤워를 마친 숙은 벨이 울리고 두런두런 오고간 얘기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응, 김학수.”
“왜?”
“로봇 얘기가 듣고 싶은가봐.”
“그 사람 나빠 보이진않더라.”
“연구원이라서 호기심이 많을 뿐이지.”
“피곤하지 않데?”
“우리들이나 피곤하지 아직 그 친군 젊잖아.”
“아이, 밤 늦게는 자리 좀 피해주면 안되나? 눈치없게끔.”
“어이쿠, 울 색시가 토라졌으니 그 친구 다 틀렸구먼.”
나는 숙의 벗은 몸을 가볍게 잡아 당겨 무릎 위에 앉히고 타올로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곳을 골고루 닦아 줬다. 숙은 그런 나를 향해 돌아 앉으며 뭉클한 젖가슴을 기대고 목을 감아왔다. 까칠 한 삼각주의 흔들림이 눈에 들어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달겨드는 숙의 볼 살을 살짝 깨물어본다. 아흥거리며 숙의 눈이 하얗게 변한다. 손에 잡혔던 타올을 바닥에 던치고 그런 숙을 침대 위에 걸쳤다. 엉덩이가 침대 위에 걸쳐진 상태에서 바닥에 다은 다리가 활짝 열렸다. 석류처럼 벌어진 그 곳에 입술을 붙이니 뜨거운 애액이 분비되어 비누향에 섞여서 혀 끝에 감겨 온다. 급히 바지춤을 내리고 미끈거리는 숙의 몸 한가운데에 물건을 깊이 넣었다. 움찔거리며 조여오는 느낌이 일품이다. 말랑하던 젖가슴이 점차 단단해진다 싶을 때 깊게 호흡하는 숙의 몸에 뜨거운 정액을 뿜어냈다. 김학수도 신디와 한차례 몸을 풀고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약속시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둘러 몸을 풀고 샤워실로 뛰어 들었다. 물줄기가 뜨겁게 내려 꼿혔다. 피곤함이 수증기처럼 말끔히 몸에서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숙은 쪼그리고 앉아 열꽃에 젖었던 곳만 닦더니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탁자위에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개략적 얘기만 듣고도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데 로봇의 부작용까지 생각하며 진도 조율을 하는 것도 모른 채 보채기만 했던 옹졸함이 부끄럽습니다.”
“미래 비용을 선불로 결제할 사람은 없네.”
“늦은 시각이라 이만 돌아가야겠지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을 일이 아닐세. 오늘 얘기는 그냥 해프닝이다 생각하고 편한 밤을 보내도록 하게.”
김학수는 밤새도록 로봇 얘기를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밤이 깊어가면서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의식을 놓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듯 방을 나섰다. 로봇 개발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미래 안전장치를 고민하던 내게 있어서는 오늘의 얘기가 한쪽 귀로 듣고 흘려 버릴 것이 아니라는 신념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꽉 막혔던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이 그런 고민에 싸여 있는 줄도 모르고 로봇 개발이 원활하게 진척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판을 벌리면 너무 커서, 당신의 계산속에 넣은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프로젝트 였지.
어떤 연구원이 프로젝트를 여기저기 흘리는 바람에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된 것 같아 다행이야. 거대 자금이 투입된 후에도 한참 후에나 성공여부가 가름될 프로젝트에 몇몇 기업이 자금을 댄다고 달라질게 없었던것이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이조원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절약해야지. 연구란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잖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있는 사람들을 우선 찾아야겠어.
누가 누군지 식별하는데만 꼬박 일년 시간이 흘러가겠지만.“
“어휴, 그런줄도 모르고 십억이나 쏟아 부었는데 결과가 안나와 맘 졸였어요.”
“그럴 만도 하지. 인류를 구원할 독수리 오형제도 아닌데 쌩돈 십억을 투자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류사에 기여한 바가 큰 거라구.”
“인류사 기여문제는 잘 모르지만 당신을 택한 것은 잘한 것 같아요.”
“고통의 시작일 수도 있지.”
“알아요. 당신 때문에 맘 아픈 적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기만 할텐데...”
“참을래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지켜보기 보다는, 일에 미친 당신을 보호해야 하는 보호자로서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난 당신에게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야.”
“그냥 이대로도 좋아요. 욕심을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식을 강행하지 않아도 되겠어?”
“흥, 그건 꼭 할꺼에요.”
“왜, 욕심을 버린다며.”
“법률적 효력은 없겠지만 기억 속에서나마 당신의 공식적인 여자였다는 것을 새겨 넣고 싶으니까요.”
“알았어요. 작은 소망 조차도 소화해 내지 못해선 안되겠지?”
“당신이란 사람은 어떤 한 가족에 얽메여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번엔 양보하는 것이에요. 누가 누굴 얽메이게 한다고 그 자리에 붙어 있을 사람도 아닌데 당신에게 메달려 있기 보다는 자유롭게 당신을 놔주고 싶어졌어요.”
“진정으로 내가 원했던 것은 휴먼 로봇이 아니라 자유분망하게 나를 학대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나를 구제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건 비하의 말이죠. 당신이란 사람은 막힘 없는 생각과 두려움 없는 모험심으로 인생을 똘똘 뭉쳐 내 던진 사람이었어요. 내가 눈멀고 귀멀어서 당신을 사랑하게 됐지만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면 당신을 구속하려는 욕심을 진작에 버렸어야 했던거죠.”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한 여자로 부터의 사랑일지도 몰라.”
“한 여자가 저였기를 바라는 건가요?”
“줄곧 생각해봤는데, 용기가 없어서 머뭇거렸을 뿐이지 당신이 그 역할을 할 사람이었다는점은 결고 의심하지 않았어.”
“당신도 탁과장처럼 이혼할 수 있단말이에요?”
“그게... 자신이 없단 말야.”
“그것봐요. 당신은 욕심쟁이일 뿐이에요. 두 여자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는 것이죠. 어떤 면에선 당신의 그런 욕심이 큰 프로젝트를 추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겠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용서할 수 없는 이기주의자라는 생각만 들 뿐이죠.”
“그래서 갈등하는 거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로봇이었는지 아니면 나를 버릴 수 있는 안식이었는지에 대한 구별이 되지 않는 때가 많거든. 당신을 택하면 로봇의 꿈을 키울 수 있고 애 엄마를 택하면 당신을 잃는 것이지. 로봇과 당신과 또 다른 여자와의 선택을 강요 받는다면 나는 너무 갈등에 싸여서 미쳐버릴 것 같거든.”
“사회의 규범이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법이죠. 그런 면에서 당신은 분명한 선택을 강요 받아야 마땅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일 뿐인데 로봇을 위해 당신을 포기하도록 강요 받아선 안되겠죠. 그런 맥락에서 나를 사랑하라고 애 엄마를 버리란 말은 죽어도 못해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당신보다 더 극심한 갈등을 느끼게 되요.”
“당신은 내가 로봇 개발을 중단하면 좋겠소?”
“아뇨. 당신은 로봇 때문에 존재한다고 봐요. 그러니까 당연히 로봇 프로젝트를 해야죠.”
“그럼 애 엄마하고 헤어졌으면 좋겠소?”
“애들이 너무 불쌍해요. 아직 어리잖아요.”
“당신이야 말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에서 나를 압박하고 있구려. 이런 땐 차라리 앙탈을 부리듯 나를 차지하기 위한 모션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로봇이 인류를 구원할 미래 산업이란 것을 알아요. 그런 당신을 이해하기 때문에 내 욕심을 강요할 수 없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양보하려는 것이에요. 당신을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이죠.”
“로봇이든 가족이든 다 팽개치고 나만을 사랑해 주세요라고 차라리 말해요. 그럼 당신을 대하는 방법을 찾게 될테니까.”
“아뇨. 그것은 당신이 선택할 몫일 뿐이죠.”
“알았소. 내 가슴속의 모든 것들에 우선하여 당신을 사랑하겠소. 당신을 위해서라면 로봇도 포기하고 가족도 포기하겠소.”
“그렇게 망치지 말아요. 나는 기다릴 수 있어요.”
“뭘 기다린단 말이오? 아내가 늙어 죽기를? 아님 로봇이 나를 대신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그렇게 낙심하지 말아요. 나는 더 오랫동안도 참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가슴이 아파온다. 밤도 깊어 간다. 나를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깊은 시름에 빠진 숙을 가슴에 안아 잠을 재촉하고 있다. 날이 밝으면 광할한 절단을 보이며 떨어지는 폭포수 앞에서 경탄의 마음으로 자연의 신비로움에 몸을 떨 것이다.
날이 밝자 일행은 로비에서 만나 가볍게 아침 식사를 했다. 렌트카는 겨울 칼 바람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보온이 되어 있어서 폭포 위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기엔 충분했다. 어디서부터 발원된 물줄기인지 궁금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벼락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폭포수 속으로 철선을 타고 들어가니 얼음보다 더 차가운 물방울이 온 몸에 부딪혔다 깨어진다. 이빨을 달달 떨며 폭포를 돌아보며 시원을 알 수 없는 신비감에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이 산산히 깨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 아래 안개 속에 가려진 다리로 가려면 미국쪽으로 넘어가야겠는걸.”
“걱정입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일단 시도해 보는게 좋겠어. 멋진 장관을 놓칠 수는 없잖아.”
김학수는 차를 몰고 캐나다 국경을 넘어 미국 국경으로 들어섰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어떤 제지도 없었다. 일행은 먼 발치에서 보이던 안개 속의 다리를 산보하며 점차 높은 봉우리로 올라갔다. 망원경이 설치된 곳에서 바라다 보는 폭포는 더욱 장관이었다. 추위도 잊은 채 주변을 관광하는 사이에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 셈이다. 김학수가 몰던 차가 미국 국경을 넘는데 통과할 수 없다는 리젝트가 떨어졌다. 예상했던 일이 조금 늦게 나타난 것 뿐이므로 당황하지 않고 강력한 항의를 하니 관리자가 나타났다. 언제 캐나다 여행이 끝나고 언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확인 절차를 마친 후에야 국경을 통과하도록 허락했다.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 정보강국인 대한민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숨죽이며 정보 쟁탈전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뛰고 있었다.
“박사님, 중국과 접촉도 못해보고 이 땅에 볼모로 잡혀 있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냥 가게. 세상사는 일이 생각처럼 되는 것은 하나도 없네. 그냥 물 흐르듯이 지나가면 될 일이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국운이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폭포수를 보게. 시원을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달려나와 아무 생각없이 폭포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네. 이 물줄기가 로키를 살찌우든 말든 그것들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에게 놓여진 수로를 따라 끝없이 이동할 뿐이네. 우리들 삶이라는 어느날 갑자기 영웅이 되었다가 잊혀지고 뭍혀지는 것일 뿐이네.”
“사람은 물과 다르잖습니까. 생각하고 갈등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 그런 존재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갈등하며 살았겠지만 그들은 모두 무덤 속에 있네. 시간이라는 에너지가 모든 생각과 행동을 감싸 안아들인 결과일세. 자네의 바램이나 나의 연구결과는 현재의 시간 속에서는 대단할지 몰라도 시간 속에서는 그냥 흔적도 남지 않을 작은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는 셈이지.”
“복잡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구요.”
“자네일도 놔두게.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고.”
캐나다와 미국쪽에서의 접근과 차단에 대한 움직임을 감지한 김학수로서는 어떤 모종의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자신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한 듯 침묵하며 호텔 문 앞까지 일행을 데려다 놨다.
“내일 계획은 어떻습니까?”
“캐나다 쪽의 스키장을 구경하고 싶네.”
“장관이죠. 눈 내린 겨울산을 리프트로 올라가며 내려다 보는 로키는 절경입니다.”
“아주 높이까지 연결된 리프트를 알고 있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죠. 저도 여길 다녀간지 오래됐는데 시설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로비의 검색대에서 자네가 좋은 스키장을 찾아 놓게. 내일은 스키를 타며 하루를 보내야겠어.”
폭포의 경외로움과 관광의 즐거움도 늙은 몸에는 상처를 주는지 피곤함을 느껴야 했다. 숙이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비스듬이 걸터 앉아 양주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띵동” 벨소리와 함께 김학수의 말소리가 들렸다.
“무슨일이야?”
“네, 어제 못다 들은 얘기를 듣고 싶어서요.”
“그래? 지금 샤워 중이니까 30분 후에 다시 오게.”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누군가에게 로봇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숙이 샤워를 마친 후에 잠시 공동의 얘기를 주고 받고 잠이 들면 오히려 아침이 가쁜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샤워를 마친 숙은 벨이 울리고 두런두런 오고간 얘기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응, 김학수.”
“왜?”
“로봇 얘기가 듣고 싶은가봐.”
“그 사람 나빠 보이진않더라.”
“연구원이라서 호기심이 많을 뿐이지.”
“피곤하지 않데?”
“우리들이나 피곤하지 아직 그 친군 젊잖아.”
“아이, 밤 늦게는 자리 좀 피해주면 안되나? 눈치없게끔.”
“어이쿠, 울 색시가 토라졌으니 그 친구 다 틀렸구먼.”
나는 숙의 벗은 몸을 가볍게 잡아 당겨 무릎 위에 앉히고 타올로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곳을 골고루 닦아 줬다. 숙은 그런 나를 향해 돌아 앉으며 뭉클한 젖가슴을 기대고 목을 감아왔다. 까칠 한 삼각주의 흔들림이 눈에 들어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달겨드는 숙의 볼 살을 살짝 깨물어본다. 아흥거리며 숙의 눈이 하얗게 변한다. 손에 잡혔던 타올을 바닥에 던치고 그런 숙을 침대 위에 걸쳤다. 엉덩이가 침대 위에 걸쳐진 상태에서 바닥에 다은 다리가 활짝 열렸다. 석류처럼 벌어진 그 곳에 입술을 붙이니 뜨거운 애액이 분비되어 비누향에 섞여서 혀 끝에 감겨 온다. 급히 바지춤을 내리고 미끈거리는 숙의 몸 한가운데에 물건을 깊이 넣었다. 움찔거리며 조여오는 느낌이 일품이다. 말랑하던 젖가슴이 점차 단단해진다 싶을 때 깊게 호흡하는 숙의 몸에 뜨거운 정액을 뿜어냈다. 김학수도 신디와 한차례 몸을 풀고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약속시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둘러 몸을 풀고 샤워실로 뛰어 들었다. 물줄기가 뜨겁게 내려 꼿혔다. 피곤함이 수증기처럼 말끔히 몸에서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숙은 쪼그리고 앉아 열꽃에 젖었던 곳만 닦더니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탁자위에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