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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 3부2장(2)

관리자 0 3107


낮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안돼.. 시.. 싫어..”




유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어쩌면 좋을지를 모른채 그녀는 그저 희성이만을 마음 속으로 찾고 있을 뿐이었다. 전해질 리 없는 외침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또 어떤 심한일을 당하게 될지 너무나도 뻔했다. 이제부터 또 어떤 음란한 강요를 당하게 될지 상상이 갔다. 절망스러운 예감만이 밀려들었다. 또 희성이를 져버리고 말 것이 틀림 없었다.




“왜… 왜.. 이렇게..심한 짓을…”




“그 을 자식이랑 만난 네년 탓을 하라고. 그런 자식한테 반해버린 너의 그 어리석음이 문제인 거란 말이지..”




유미의 얼굴에 바짝 가져다 붙인 채 지훈이 낮은 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오늘은 남편이랑 만나기로 했어”




라며 즐거운 듯이 얘기하던 지영과는 역에서 헤어졌다. 빨리 유미를 만나야 했다. 지훈의 머리 속은 연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애정과 후회가 뒤섞인 복잡한 기분이었다. 혼자서 힘들어하고 있는 줄도 몰랐고, 그런 유미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건 애인으로써 자격 미달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은 도대체 유미의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유미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었던 것일까… 계속 함께 있었고, 가까이 있었음에도 가장 필요할 때에….




지영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조금 위로를 얻기는 했지만 자책감에 짓눌린 무거운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빨리 돌아가서 유미 옆에 있어여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 만큼, 그 이상으로… 그리고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와의 관계를 모두 이야기 하고 나면 설사 유미에게 경멸을 받을지도 몰랐지만 사실을 이야기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전부를 해야만 했다.




러시아워가 일단락 된 역을 빠져 나와 전철을 갈아탔다. 회의가 길어진 탓에 생각보다 귀가가 늦어지고 말았다. 시계 바늘은 벌써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저녁무렵 집에서 기다린다는 유미의 문자가 있었다. 지금쯤이면 그녀 혼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멍하니 자리에 앉아 그녀를 생각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조금 전에 이제 막 도착했다는 문자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꺼내든 희성이 숨을 멈췄다. 메시지 대신 핸드폰으로 들어온 것은 팽팽하게 젖꼭지가 당겨진채 찍혀 있는 여자의 가슴 사진이었다.




“……!?”




엄지와 검지에 잡혀 있는 젖꼭지는 짓눌려 있는 상태였다. 하얀 피부와 핑크색 유린이 늘어나 있는 보기만 해도 아플 것 같은 그런 사진이었다. 작은 액정화면에 나타난 충격적인 사진은 틀림없이 유미의 번호로 보내진 것이었다.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침착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떨고 있는 희성을 옆자리의 남자가 흘깃 쳐다보더니 눈길을 돌렸다.




“…설마..”




전철안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설마 유미가 그자식에게.. 설마… 또.. 그런… 정신 없이 유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유미의 부재중 메시지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그의 집 전화도 벨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핸드폰을 움켜쥔 그의 손에 땀이 베어나오고 있었다.




몇정거장을 더 지났을 무렵 또 한통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이번엔 거칠게 묶여 있는 발목의 사진이었다. 발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자식이 틀림없었다. 강한 분노와 초조함이 온통 뒤섞이고 있었다. 어서 빨리 유미에게 가야만 했다. 역에 도착하자 마자 가방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세번째의 사진이 도착했다. 검붉은 자지를 하얀 손으로 잡고 있는 사진이었다. 슬쩍 보기만 한 후 바로 지워버렸다. 택시에 올라타면서 첫번째와 두번째의 사진도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런 희성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네번째의 사진이 도착했다. 자지가 틀어 박혀 있는 입술과 그 자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볼을 옆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유미야…




“아저씨 빨리 좀 가 주세요”




서두르는 희성의 마음씨를 가지고 놀기라도 하듯 메시지가 들어오는 간격이 짧아지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이 슬로 비디오로 보여졌다. 그 따위 사진은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새로운 메시지를 열 때마다 유미를 혼자 두었던 자신에 대한 자책과 후회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다섯번째의 사진은 거친 손에 잡혀 있는 여자의 뒷머리였다. 빨간 리본이 보였다. 여섯번째 사진은 입을 막고 있는 손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간신히 집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입을 크게 벌린 채 하얀 액체를 머금고 있는 입안의 사진이 그의 휴대폰 액정에 비쳐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것을 채기다리지도 못했다. 계단을 뛰어 올랐다.




“유미야!”


숨을 헐떡이면서 뛰어 들어간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침대도 흐트러져 있지 않았다. 유미 옆에 있었어야만 했었다. 그러지 못했기에 또 다시 유미를… 후회와 조급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희성을 마치 들여다 보고 있었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렸다. 메시지가 아니었다. 통화버튼을 눌러 유미를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유미야! 유미야!”




하지만 기대하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유미의 대답대신 희미한 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츄릅,, ,, 으응,, 츄르릅..”




“그렇지 잔뜩 싸줄 테니까 그렇게 잘 빨아보라고”




지훈의 목소리였다.




“그만둬! 멈추란 말야 이자식아!”




희성의 애끓는 외침에도 아랑곳 없었다. 젖은 듯한 소리의 리듬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삼키는 거야.. 한방울도 흘리면 안돼”




“그만..! 그만 둬.. 제발..”




“아음.. 으응.. 음.. 콜록..”




“이봐 이봐 흘렸잖아.. 다 빨아 마시라고 했을텐데?”




“콜록,, 콜록.. 으응..”




“또 벌이 받고 싶은 모양이군? 벌써 몇번째인 거야? 그렇게 벌 받는 게 좋아?”




“요… 용서해 주세요.. 제발…”




“응.. 용서? 갑자기 무슨 약한 소리래? 왜? 아까처럼 까불어 보지 그래?”




마치 놀이라도 하는 것 같은 지훈의 목소리 하나 하나가 희성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




“자.. 잘못했어요.. 이제.. 그만.. 용서해줘요.. 다시는… 다시는 대들거나 하지 않을게요.. 무슨 일이든 시키는대로 할 테니까..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유미의 말소리엔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흔들리는 목소리로 간신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기분 좋게 만들어 줬잖아. 혼자서 외로웠던 거 아냐? 그래서 내가 대신 놀아 준 거 잖냐고.. 싫어하는 척 했지만 사실은 즐기고 있었던 거 아냐?”




지훈의 대꾸였다.




“여튼 벌은 받아야지? 각오해 두라고.. 스위치 올린다”




지훈의 말이 끝나자 마자 유미의 신음소리가 더 한층 높아졌다.




“유미야!!”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희성의 목소리는 전화 너머의 두 사람에게는 도달하지 않고 있었다. 유미를 괴롭히는 지훈의 즐기는듯한 목소리와 당하는 유미의 신음소리만이 일방적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우와~ 이거 뭐야? 뭐 이렇게 젖었어? 내가 만져줬던 걸 안잊어버렸나보네? 훗.. 역시 몸은 솔직하다니까.. 그렇게나 좋아?”




“아… 음.. 모… 몰라.. 아응… 모.. 몰라요.. 아으음..”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희성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감싸 안았다. 들려오는 여자친구의 고통이 섞인 신음소리를 그저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거.. 거긴.. 아..안돼.. 시.. 싫어..”




유미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갔다.




“아음… 하윽.. 괴..굉장히.. 아응.. 좋아요.. 아으응”




유미를 혼자 두는 것이 아니었다…




“하흑.. 뜨.. 뜨거워.. 아응.. 하흑.. 제발… 아으응~”




자신 때문에…




“부.. 부서질 거 같아… 아응.. 그.. 그만.. 제발.. 부탁해요..”




자신이 옆에 있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훈아.. 지훈아.. 제발.. 가게 해줘.. 그만.. 하흐응.. 이 대로는.. 이대로는.. 지훈아..”




유미야…




“아응.. 조.. 좋아.. 하음.. 하응.. 하아.. 아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유미의 목소리에 언제부터인가 달콤한 울림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가.. 갈 거 같아.. 아응… 시..싫어.. 보지마.. 보면.. 안돼.. 아흑”




전화기를 들고, 그렇게 얼마나 있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 그만 하윽~! 아응.. 하아~ 하아~”




유미의 신음소리에 섞여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멍청한 자식 잘 듣고 있나?”




“너 이자식 유미한테 무슨 짓을!”




분노에 찬 희성의 목소리를 무시한채 지훈이 말을 이었다.




“너 이 새끼. 나랑 했던 약속을 깨고 얘한테 전부 얘기하려고 했었다매? 게임 같은 거 안하겠다고 했다면서? 흐흣.. 살짝 만져 줬더니 질질 싸면서 유미가 죄다 얘기해해 주던데? 니가 그랬다면서..”




“너 이 자식.. 어디야? 지금 어디야?”




“시끄러.. 내가 내 장난감 가지고 뭘 하던 네가 뭔 상관인데? 안들려 이자식아.. 흐흐.. 유미는 너 대신 약속을 깰려고 했던 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알아? 멍청한 자식.. 뭐 이렇게 질질 싸서야.. 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만둬! 유미는 관계 없잖아! 유미는 아무 상관 없잖아!”




목소리를 쥐어짜내고 있는 희성의 두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뭐? 왜 관계가 없는데?”




갑자기 유미의 신음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하흑.. 가.. 갈 거 같아.. 또.. 갈 거 같아~~”




“안돼! 참아!”




“시,, 싫어.. 제발.. 가게 해주세요..”




“유미야.. 그만.! 그만 해 이자식아!”




“하흥.. 아..안돼.. 이.. 이상해질 거 같아.. 아으음.. 미.. 미칠 거 같아.. 아아응.. 하흑”




“유미야.. 유미야~ 너 이 자식.. 네가 원하는 건 나잖아! 더 이상 유미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그러니까 그렇게는 안된다고..”




“왜 그래야 하는데?”




“네가 가장 아끼는 여자니까”




“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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