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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관계 - 에필로그

관리자 0 3273
계절이 조금씩 바뀌며 옷의 팔이 짧아졌다 길어졌다 하더니, 금방 해가 넘어갔죠.



본격적으로 수능의 부담이 다가오는 고2가 되고 어느새 교실은 점차 공부하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었구요.



그때가 생각나네요. 뚜렷한 목표는 없었지만, 지금 이 답답한 상황을 버티고 버텨 비집고 나가게 된다면



무슨 자유가 있을거라고 막연하게 바라고 있었거든요.



이제와서 생각하는데 어렸을때 봤던 트리나 포올러스가 지은 [꽃들에게 희망을]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네요.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남들 다 올라가니 같이 그러고 있었으니까요.



일단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민지도 진학을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우리는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어요.



그래도 우리 사이는 변함이 없었어요.



서로가 수험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파올때마다 더욱 의지하고 지탱해주며 관계를 굳혀갔거든요.



오히려 스트레스가 저희를 더욱 스릴로 밀어넣은거 같았어요. 더 강한 자극을 찾아다니게 되었고, 밤에 몰래



민지 따라서 집으로 올라가 방에서 문잠그고 숨막히는 섹스를 하기도 했고, 학교에서 민지의 팬티를 벗긴 상태로



야자끝날 때까지 방치했던 경험도 있네요.



한달에 한번은 꼭 모텔을 갔는데 그건 민지의 강력한 주장에 의한 것이었죠.



민지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었고, 그날은 정말 자지가 뽑힐듯이 항문섹스를 하곤 했어요.



민지는 그쪽으로 성감이 있었던 터라, 가볍게 하기에는 어려움도 많고 자주하면 아무래도 괄약근이



느슨해질꺼같아서 한달에 하루로 제한을 하다보니 더 안달이 났던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아무리 피곤하고 힘든날이더라도 꼭꼭 3번 이상은 했었네요.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오 밤중에 공원에서 하다가 걸려서 얼굴만 간신히 가리고 둘이서 죽어라 도망쳐서



깔깔 거리고 웃었던, 그런 시간들이 지금은 다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많이 알게 되었어요.



고 2때는 고1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어요.



정신이 들었을 무렵, 이미 고 3이 되어서 각종 모의고사에 치이며 대학 진학을 고민하게 되었죠.



민지는 가고싶은 대학이 있었고, 저 같은 경우에도 그럭저럭 괜찮은 4년제 대학을 노리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결단이 필요했어요. 9월이 되어서 민지에게 먼저 제안했죠.



수능을 치고 대학 입학할 때까지 섹스를 자제하자는 거였어요. 우린 서로가 아쉬워했지만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렇게 11월이 되서 수능을 쳤고, 전 생각보다 점수가 많이 떨어져서 수시쪽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고 민지는 평소처럼 성적이 나왔는지 목표하는 대학에 정시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수시에 합격한 저는, 일찌감치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민지는 무척 바쁜거 같았어요.



논술이나 면접 등등을 준비하며, 어찌보면 수능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수험생이라는 걸 옆에서 느낄 수 있을만큼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민지의 정시 원서접수가 끝났던 그 날, 우리는 4달동안의 쌓였던 회포를



미친듯이 풀었어요. 하다가 힘이 딸리면 입이라도 쳐박았고 그렇게 꾸역꾸역 미친듯이 서로를 탐했어요.



여태껏 그날만큼 섹스를 많이 한 날은 없었거든요. 이젠 하라고 해도 예전같지 않다는게 많이 아쉽긴 하네요.



민지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대학의 그럭저럭 괜찮은 학과에 최종 합격을 했어요.



엄청 기뻐하던 민지와 저도 껴안고 방방 뛰었는데 말이에요.





암튼 그렇게 우리는 서로 어느정도 원하는 것을 이루었고, 이듬해 초에 이별을 했어요.









아래는 형님이 써준 글을 제가 약간만 다듬어서 옮긴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시간이 어느새 많이 지났네요. 그동안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내 기억이 이렇게 생생했나



싶기도하고, 분명 어느 부분은 제가 헷갈린 곳도 있겠죠.



그래도 오랜만에 좋은 추억들이 생각나서 기쁘고 조금은 섭섭하고 마음이 아리네요..



이젠 다 할 수 있을것만 같았던 갓 스무살때의 갑작스런 이별은, 절 참 많이 방황하게 했어요.



민지를 잊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지낸 1년과,



독하게 지워보겠다고 이여자 저여자 닥치는대로 먹고 다녀도 마음의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가더라구요.



군대에 갔을때도, 밤에 보초 설때 항상 머릿속 한 구석에서 민지는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더 잘해줄껄, 적어도 이제 정말 멋지고 예쁘게 사랑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몸이 힘들어지니까



민지를 조금씩 덜어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제대를 하고 여러가질 하면서 또 몇년 시간을 보내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사실, 이렇게 글을 쓸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지난달에 고등학교 동창들로부터 연락이 왔었거든요.



오랜만에 자기들 민지 보러갈건데 저보고 같이 가보자는 거였죠.



그렇게 민지를 떠나보내고는 한번도 찾아가본 적이 없어서 망설였지만, 세월이 좀 흘러서 그런지



오히려 보고싶다는 마음만 크게 남아서 같이 약속을 잡았어요.



마음이 참 짠하네요. 민지는 신입생 OT를 가던 도중에 버스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사망자가 3명인가 5명인가 그랬는데 참 운이 안좋았어요. 가드레일을 박으면서 버스가 굴렀던걸로 기억해요.



몇년전만 하더라도 생각하기도 싫은 사건인데 이렇게 담담하게 적는걸 보면 저도 어느정도는 털어낸 모양이네요.



바보같은 전, 민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기 싫어서 장례식장에도 가질 못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민지는 편부모 가정이라 아버님 손에서 컸다고 전해들었어요.



어렸을 적 어머니가 바람기가 있어서 도망갔다는 것 같더라구요.



민지는 무덤에 묻지않고 납골당에 안치했었어요. 동창들이랑 같이 갔다온 곳도 납골당이었죠.



그 사건이 있고나선 민지를 잊지 못해 힘들어 했었는데, 민지를 보러 갔을땐 마음이 좀 시큰하긴했지만



오히려 약간 안정이 되는것도 같았어요. 매정한 남자친구 이제야 왔다고 민지가 등짝이라도



한대 칠 거 같은 착각도 들었지만, 확실히 이 세상엔 민지가 없다는걸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던거 같아요.



처음엔 민지를 만나러 갈 자신이 없었어요.



괜찮은 척 잘 억눌러뒀다고 생각했던건, 친구의 연락으로 금새 무너졌고 꽁꽁 싸매둔 혼자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겸 옛 추억을 얘기한게 지금의 이 긴 글이 되었어요.



첫키스의 황홀함보다는 첫경험의 짜릿함이, 또 그것 보다는 첫사랑의 애틋함이 항상 제겐 먼저 생각 나요.



전 요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며 운동도 하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마음 가는 사랑을 다시한번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순전히 자기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왠지 민지도 자기땜에 마음 고생하는걸 바라진 않을꺼같아요.



글을 쓰면서 힘도 많이 얻었지만 솔직히 민지가 많이 보고싶네요.



여러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사랑을 하세요.



이것저것 재지말고 사람으로서 서로 사랑하세요. 부디 좋은 사랑을 해주세요.



전 아직도 민지한테 더 잘해주지 못했던것, 좋은 추억 만들지 못했던게 생각나 답답할 때가 있어요.



보고싶어도 볼 수 없을땐 정말 미치는 기분이에요.





이렇게 이 애매한 이야기도 끝이 나네요. 사실 애매한건 여태껏 붙잡고 있었던 저였겠죠.



시원섭섭하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거같아 괜찮은 기분이에요.



그동안 부족한 저를 치켜세워주시고 항상 응원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저도 기운이 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거 같아요. 정말 많이 감사합니다.



혹, 괜찮으시면 민지가 잘 쉬고 있게끔 짧은 기도 부탁드려요. 그렇다면 정말 감사드려요.



두서없어서 죄송하지만 마지막으로 꼭 당부 드리고 싶어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표현을 아끼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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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가 쓴 글의 전부입니다.

그 형님은 활발하게 대외할동 하면서 잘 지내고 있고 그렇습니다.

전해들은걸 바탕으로 하다보니 주어진 분량에서만 글을 쓸 수 밖에 없었고

사실 마음에 딱 들정도보다는 약간 모자라고 끊기는 감이 있었지만,

괜히 뭔가를 추가한다거나 그렇게 할 엄두가 안났습니다.

어떻게보면 미완에 가까운 마무리였지만, 이정도밖에는 할 수가 없더군요.

손을 더이상 대지 못했습니다. 괜히 뼈대를 만들면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닌거 같다는

어설픈 마음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네요.

저도 아쉽지만 이쯤에서 그만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그동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제 경험담으로 하나, 그 다음은 순수 창작으로 한편 이렇게 찾아뵙겠습니다.





-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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