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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마을 - 14부

관리자 0 6875
14부



잠이 부족한 듯 연신 하품을 하며 밥상앞으로 다가앉는 현우를 보며

일이 힘들어 피곤한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닭이라도 잡아서 몸보신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주댁이 현우를 쳐다본다.

해가 떠서 밝아진 아침을 맞이한 현우는 밤새 광속에서의 열풍에 노곤한 상태의 몸을 느꼈다.

아무 내색없이 밥을 먹는 혜숙을 보면서 밤새 신음을 터트리던 모습이 떠오르고 자신도 모르게 하체가 뿌듯해져 옴을 느낀다.

혜숙은 피곤한 몸이었지만 왠지 가뿐해진 몸이 상쾌하게 느껴졌고

자신을 쳐다보는 현우를 쳐다보고는 쑥쓰러운지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밥상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아침조반을 마치고 혜숙과 현우가 밭일을 준비하고는 대문을 나서고 영주댁은 손을 저으며 배웅을 한다.



밭으로 향하는 길에 몇몇의 아낙들과 조우를 하고 비슷한 방향이면 얘기를 나누며 현우와 혜숙은 들로 나갔다.

한집건너에 사는 영숙네 아낙이 서녘밭의 인근에 밭으로 가며 혜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을 걸어나가고 현우는 대바구니를 든 채 그녀들을 따르고 있었다.

올해 농사가 풍년이라 그런지 아낙들이 대화엔 농사와 관련된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가끔씩 뒤로 돌아보며 현우의 얘기도 하는지 깔깔거리며 웃음꽂을 피워 올린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없는 듯 이른아침인데도 따뜻한 열기가 길가로 퍼져오르고

현우는 벌써부터 젖어오는 상의를 펄럭이며 앞서는 아낙들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는다.

영숙네 아낙은 작은 듯한 키에 가슴과 엉덩이가 제법 큰 통통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혜숙보다는 서너살 아래인 듯 ‘성님’이란 존칭을 붙였다.

남편은 재작년에 강원도 어느전투에서 전사를 했고 마을에서 가장 먼저 죽은 순국용사집으로 불려지며 한동안 마을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기도 했었다.

거리낌없이 웃어제치는 모습들이 현우의 눈에는 순한 시골정취를 느끼게 만들며 현우의 얼굴에도 미소를 피어오르게 만든다.

마을을 벗어나 얼마를 더 갔을까 뒤쪽에서 빠른 발자국소리와 함께 여러명인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는 곳에는 세명이 아낙이 현우의 일행을 보고 빠른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거나 챙이 넓은 밀집모자를 쓴채 광주리와 호미들을 들고는 다들 밭으로 나가는지 현우의 일행곁으로 다가온다.

“어유…귀가 멀었나…??…그 만큼 불렀구만….”

제법 덩치가 커보이는 아낙이 호들갑스럽게 혜숙과 영숙네 아낙을 보면서 말을 꺼내고

“아유….젊은 총각도 있었네….까르르르르.”

마른듯하고 수건을 두른 갸름한 얼굴이 아낙이 눈을 빛내며 현우를 보며 아는체를 한다.

혜숙과 아낙들이 어울리며 조잘조잘 얘기들을 이어가고 덩치큰 아낙의 옆으로 한 아낙이 다가서며 현우를 본다.

안동댁이었다.

눈인사로만 인사를 대신하고는 현우의 눈을 피해 혜숙과 아낙들의 틈으로 합류한다.

한동안을 만나지 못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고

뒤꽁무니로 쳐지며 앞서가는 일행들을 현우는 가만히 쳐다본다.

가끔씩 흘긋거리듯 안동댁이 뒤를돌아 현우를 바라보고 현우를 바라보는 눈속에 따스한 마음을 실은듯 눈매가 정겹게 느껴졌다.

바지를 입었지만 안동댁은 탐스런 엉덩이가 현우를 유혹이라도 하는 듯 살랑거리며 현우의 눈을 자극하는 듯 보여졌고 현우도 오랜만에 그녀를 보며 걷는것에 은근한 설레임이 몰려옴을 느꼈다.

마른듯한 아낙이 고개를 돌리고는 현우를 바라보며

“저기…총각…일 잘한다고..소문이..자자한데…우리집 일도…도와주면…안될까..??..”

뜬금없는 질문에 현우는 당혹스런 눈으로 혜숙을 바라보고

혜숙은 미소만을 띄운 채 알아서 하라는 듯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아직…미숙해서요….”

“아유….성수네 참외밭도…총각이 ..다..갈았다며…그넓은 밭도 하루에 끝낼정도면…참한거지…”

아낙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우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현우는 뭐라고 얘기할 처지가 안된다는 듯 혜숙만을 바라본다.

“그만들…해…우리 조카..몸이 열개라도 되는 줄..아나..??..”

“오마나…성님도….”

“저애 할일도 태산같이…많아서..당분간은 ..쉬지를 못해…나중에…여유보면서…부탁들..하라구…..”

혜숙이 웃음을 띤 채로 아낙들의 부탁을 가로막고는 아낙들을 끌며 가던길을 제촉한다.

안동댁도 아쉬운 듯 입술을 오므리고는 현우에게 눈을떼고는 길을 걸어 나갔다.

현우는 안동댁의 모습을 보면서 안동댁도 자신이 일을 도와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서녘밭과 자룡골에 파종을 하면 안동댁 먼저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행을 따른다.

갈래길에서 일행들이 뿔뿔이 갈라지고 혜숙과 영숙네도 서녘밭이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마른듯한 아낙과 덩치 큰 아낙도 손을 흔들며 흩어져 간다.

안동댁이 아쉬운 눈빛을 보내며 등을 돌리고 산아래의 길로 걸어나갈 때 현우가 입을 열어

안동댁을 부른다.

“저기요…아주머니…..”

걸음을 막 옮기던 안동댁이 뒤를 돌아보며 일행들을 먼저 살펴보고는 현우에게 눈을 맞춘다.

“예..??…저를 부르셨어요…??.”

“예…..”

“왜……요..??..”

“여기…서녘밭이..끝나면….아주머니네..일을 …도울 수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예에…??…..”

안동댁의 눈속으로 기쁜듯한 감정이 흐르고

“정말요…??….”

“예…..도와…….드릴께요….”

미소짓는 현우를 보며 안동댁이 희열에 가득찬 어투로

“고마워서…어쩌나….고마워요….그럼…”

고개를 숙이고는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안동댁이 멀어져 갔다.

한동안 안동댁을 바라보던 현우가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는 혜숙을 발견하고는 뛰는 걸음으로 혜숙에게 달려간다.



오전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가지고 온 물이 바닥을 보였다.

물병을 숙이고는 남은물을 대접에 부어놓고 혜숙에게 내미는 현우는 멀리 냇가에까지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건네는 대접을 오히려 현우에게 내밀고는 혜숙이 입을 연다.

“니가 땀을 많이 흘렸으니 니가 먹거라…난…….괜찮다…”

“아녜요…숙모님이 드세요…제가 금방 가서…다시…떠올께요….”

“아냐….됐어…거리도 먼데….오전까지만 하고 내려가자…너무…더워서…그만하는게 나을 것 같다…..”

미소를 띠운 채 혜숙이 현우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며 빨게지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고추잎 사이로 앉아간다.

현우의 눈빛이 야릇하게 빛나는걸 혜숙이 본 것이다.

둘만이 있는 밭에서 서로의 얼굴을 대하자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르고

현우는 고추잎 사이에서 호미를 놀리는 혜숙을 바라보며 은밀해지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곧 점심을 먹을때가 되었지만 혜숙은 미동도 하지않은 채 김메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현우는 마른기침을 하며 혜숙에게 다가가 시간을 알리고 혜숙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억누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밭의 가장자리로 나아갔다.

아침에 가지고 온 대나무 광주리를 열어 준비해온 것들을 꺼내놓지만 현우나 혜숙은 배가 고픈지를 모르겠다는 듯 누구하나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

“아무래도 물을 길어와야 할 것 같네요….”

현우가 어색한지 먼저 말을 꺼내고

“으응….그래야 될 것 같구나….”

주섬주섬 펼쳐놓은 음식들을 정리하며 혜숙이 대답을 하지만

잠겨진 듯한 목소리가 다소 어색해 보였다.

현우가 그릇을 바구니안으로 담아가는 혜숙을 보며

“숙모…우리..냇가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요..??…”

“…..??…………”

“어차피 날씨가 더워서 일도 못할거면 시원한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는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혜숙의 눈치를 살피며 현우가 의향을 물어보지만 혜숙은 민망한 듯

“글쎄….”

혜숙이 힘이 없는 대답을하며 현우의 눈치를 살핀다.

현우는 지난번 땔감을 구하러 산을 오르다가 계곡중간쯤에서 동굴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큰 동굴은 아니였지만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흐르고 여름철에 더위를 식히기에는 적격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눈여겨 봐둔 곳이 생각이 났다.

찌는듯한 더위로 현우나 혜숙이 지쳐있는 상태라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휴식이 필요도 하겠지만 현우의 생각에는 휴식과 함께 또다른 일거리를 찾은 듯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희열을 느낀듯한 현우의 표정을 바라보던 혜숙이 가느다란 한숨을 내뱉으며 할수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현우가 두손을 치켜올리며 환호성을 지른다.

서두르듯 현우가 바구니와 호미등을 챙기고 자리를 일어서고 혜숙도 바지를 털어가며 몸을 일으킨다.



꽤 걸은 듯 산속의 수풀을 헤치며 현우와 혜숙이 계속의 나무들 틈을 지나 냇물이 흐르는 장소에 도착하고 현우는 손을 들어 나무와 바위로 가려진 동굴의 입구를 가르키며

“저기에요…가보면..감탄 하실거예요…하하하..”

즐거운 듯 웃음을 터트리는 현우는 엉거주춤 서있는 혜숙의 손을 잡아끌고는 바위를 넘어 돌굴의 입구로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늘져있는 틈새로 성인의 어깨정도 높이의 입구가 보여지고 현우가 상체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간다.

넓지는 않았지만 흐르는 물가중간에 소를 이룬 연못이 보여지고 바닥이 보일만큼 깨끗한 물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혜숙은 다소 어두워보이는 동굴안이 두려운 듯 주춤거리며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고 푸른빛이 도는 동굴안이 신비스러운 듯 곳곳을 쳐다보았다.

바깥의 빛을 빨아들여 천장 곳곳을 일렁이는듯한 색채가 동굴안을 감싼 채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혜숙은 난생 처음으로 신기한 동굴을 바라보고는 자신모르게 탄성을 자아낸다.

“아…너무…아름답다…”

“그렇죠…??…”

현우는 이장소를 자신이 발견했다는 것에 어린아이마냥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싸늘한 기운이 동굴안을 흐르며 두사람의 흘렸던 땀방울을 금새 식혀버리고

동굴탐색을 마친 두사람이 입구에 앉은 채 바구니를 열고는 그릇들을 꺼내고는

때늦은 점심을 즐긴다.

고추밭을 나오며 색깔짙은 고추 몇 개를 따온 현우는 보리밥을 가득 퍼올리고는 입안으로 넣으며 고추에 된장을 듬뿍 찍고는 우적우적 씹어댄다.

혜숙이 밥먹는 현우를 보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터트리고 조용한 모습으로 식사에 열중한다.

한동안을 이어지던 식사가 끝나고 배가 부른 듯 현우가 등뒤로 손을 짚고는 포만감어린 표정으로 행복감을 표시한다.

들판에 나가면 찌는듯한 더위에 많은땀을 흘리며 고단한 노동을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피난처가 있음으로 인해 여유로움도 있다는게 마냥 행복해진다.

바구니를 정리하는 혜숙을 바라보던 현우가 졸린 듯 등을 눞여가고 껌벅대며 뜨여지던 눈이 어느새 감기고는 낮잠에 빠져들었다.

바구니 정리를 마치고는 현우를 바라보던 혜숙은 ‘쿡’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잠에 빠져든 현우를 보고 한동안 웃음을 짓는다.

평화로운 듯 잠에 빠져든 현우가 귀여운 듯 보여지고 정인을 바라보는 아낙인양 행복한 미소를 떠올린 채 현우의 얼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식후의 노곤함에 잠에 빠져들었던 현우가 눈을뜨고 사방을 둘러보다 바위벽에 기댄 채 잠이 들어있는 혜숙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짓는다.

아직도 한낮인 듯 동굴안으로 매미소리가 들려오고 동굴밖 바위틈으로 환한 햇살이 뜨겁게 느껴졌다.

잠깐동안의 낮잠이 현우의 몸을 개운하게 만들었다.

지난밤 무리한 것도 있었지만 몇일 동안의 더위로 피로가 누적된 것도 원인인 것 같았다.

기지개를 켜며 혜숙을 바라보다 짓궂은 미소가 떠오르고 혜숙의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간 현우가 잠들어있는 혜숙의 입술에 입술을 대어본다.

꿈결인 듯 부드러운 감촉이 자신을 감싸는 느낌에 눈을 뜬 혜숙은 자신의 앞에서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는 현우를 발견하곤 깜짝 놀란 듯 상체가 젖혀지며 눈이 커진다.

“어머…”

“하하하…놀라셨어요….??…”

“아휴…놀랬잖아….”

“하하하…주무시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아이…어린애도 아니고….참….”

눈을 흘기며 혜숙이 현우를 바라보지만 눈속엔 정감어린 빛이 가득했다.

한바탕을 웃어대던 현우가 미소를 띤 채로 혜숙의 앞으로 바짝 다가앉고 혜숙은 의아한 듯

현우를 바라본다.

현우는 동굴에 오기전부터 품어왔던 계획을 생각하고는 짜르르한 쾌감을 느끼며 혜숙의 손을 잡아간다.

혜숙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며 현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겠다는 듯 몸을 굳혀간다.

혜숙도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어가자 민망한 듯 하면서도 주저함이 생겼다.

“가만…우리….그냥 목욕하고…돌아가자….응…현우야…”

“집으로 가자구요…??…”

고개를 끄떡이는 혜숙을 보며 현우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변해가고 어제밤만 하더라도

자신의 의사대로 혜숙을 마음껏 유린했지만 오늘은 혜숙이 거부하는 듯한 몸짓을 하자 현우는 힘이 빠짐을 느꼈다.

혜숙이 현우의 눈치를 보면서 안타까운 듯 말을 잇지 못하고 현우의 대답을 기다린다.

“휴우…”

한숨을 쉬며 고개를 미약하게 끄떡인 현우는 상의를 벗어버리고 바지를 훌러덩 벗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단단하게 보이는 가슴과 목으로 물을 끼얹는 현우를 보며 혜숙이 옷을 입은 채 물안으로 들어왔다.

차가운 느낌에 살갗에 소름이 돋아났다.

겨울철 얼음물처럼 차가운 물이 혜숙의 옷사이로 스며들어 땀을 씻어내린고 현우는 물속으로 얼굴까지 담가넣고는 뭐가 불만인지 혼자서 물을 쳐내는 행동을 한다.

한쪽에서 조용히 물을 끼얹는 혜숙이 왠지 미안한지 현우를 바라보며 뭐라 말을 하려고 해도 다시금 물속으로 들어가버리는 현우를 보고는 입을 다 물어 버린다.

물속에 있던 현우가 혜숙이 있는곳으로 다가가더니 솟아오르는 행동으로 혜숙을 끌어 안는다.

“우…와….하하하……”

물벼락을 맞은 듯 혜숙의 얼굴위로 물이 흘러내리고

“아유….놀랬잖아…..장난도…원….”

“하하하…. 재미 있잖아요….”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하는 현우를 보며 혜숙은 다행이라는 듯 깊은 숨을 쉬며 미소를 짓는다.

현우는 물을 뿌리며 혜숙에게 장난을 걸고 혜숙도 계속되는 물세례에 현우에게 물을 뿌리며 대응을 했다.

두사람이 웃음소리가 동굴안을 메아리치며 한동안을 이어지고 아직도 뜨거운 햇살은 동굴 주위를 배회하며 세상을 달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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