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연구원2 - 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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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7 16:37
터덜터덜 산자락을 밟으면서 내려오는 길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인지, 정호는 온 몸의 맥이란 맥이 모두 풀린 듯 기진맥진해 있었다.
갑자기 땅이 움푹 꺼지거나 벌떡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발을 내딛을 때마다 마치 스펀지를 밟는 느낌이 든다.
‘뭐야? 저 재수 없는 자식은......’
세상 여자들을 다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 뻔뻔한 자만심도 기분 나빴지만, 그런 자식 밑에 깔려서 미친 여자처럼 마구 신음을 내지르던 그 섹시한 여자가 더욱 밉게 느껴졌다.
아니다.....
어쩌면, 정작 미운 건 그 섹시하게 생겨먹은 얼굴로 천박한 신음성을 쏟아내던 정유미가 아닐지도 모른다.
‘설마, 우리 누나도 저 자식한테 이미 당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뱃속에서 근원을 알 수 없는 메스꺼움이 일어났고, 정호는 연신 헛구역질을 쏟아냈다.
우웩......우웩.
재수 없는 자식 밑에 깔려서 들뜬 신음을 쏟아내던 여자의 얼굴이 어느새 누나 김현숙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자신에게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헌신적인 존재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애장품이었는데, 조금 전에 보았던 섹스 장면이 그의 뇌리 속에서 누나의 존재를 일반 평범한 여자로 자꾸만 격하시키고 있었다.
‘어쩌면, 두 사람이 서로 짜고, 나를 실토하게 만들려는 수작일지도 모르지.’
이제껏 자신만의 존재라고 여겼던 누나가 자꾸만 평범한 여자로 격하되는 것이 싫었던 까닭에 정호는 조금 전에 목격한 장면을 애써 부정하려고만 했다.
“배웅만 하고 곧장 들어오지 왜 이렇게 늦었어?”
현관으로 들어서자, 누나 현숙은 걱정스런 눈길로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지만, 정호는 누나의 걱정스런 염려보다도 입고 있는 옷차림이 왠지 신경에 거슬렸다.
“옷차림이 그게 뭐야? 창피하게......”
“......그냥 편한 게 좋아서......”
“아까 손님들 있을 때 쳐다보니까, 빤쓰랑 젖가슴이랑 다 보이더라. 뭐.”
“그, 그랬니?”
“아휴......짜증 나.”
정호는 거칠게 문짝을 닫으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동생의 심적 변화를 알지 못하는 현숙은 의아한 마음으로 그의 굳게 닫혀 진 방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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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자기가 웬일이야? 쉬는 날에?”
“그냥요......볼 일이 있어서 내려왔다가 갑자기 부장님이 보고 싶어져서요.”
“오면 온다고 전화라도 한 통 주지 그랬어?”
환자복을 입고 있는 부스스한 몰골로 호준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한수진 부장이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키면서 곱게 눈을 흘겼다.
“얼굴이 수척해져서 그런지 더 예뻐지신 것 같네요.”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예쁘다는 칭찬이 듣기에 좋았나 보다.
그나저나 여자들은 이렇게 병원에만 누워있는데도 외모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한테 주입하는 링거액에는 특별한 미용보조성분이라도 들어있는 것 아닐까?’
그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자리에서 손을 뻗어 링거 병을 만지작거리자, 한수진은 다른 생각을 한 것 같다.
“거의 다 맞았지? 간호사 좀 불러줘!”
“아직 한참 남았는걸요.”
“그만하면 됐어! 잠깐 바람 좀 쐬고 싶어서 그래!”
일어나면서 옆 침대를 바라보니, 지난번에 들렀을 때 누워있던 환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호준의 궁금증을 눈치 챘는지, 그의 뒤쪽에서 한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말이라서 애들 걱정된다고 외박 나갔어.”
“부장님도 애들 보고 싶은 거 아니에요?”
“그렇잖아도 조금 전까지 여기 있다가 갔어. 옆 침대에서 자고 간다는 걸 간신히 달래서 들여보낸 참이야. 어차피 월요일에는 퇴원을 할 건데, 뭐 하려고 애들 불편한 잠자리를 갖게 해?”
“월요일에 퇴원할거예요?”
“응. 몸도 많이 좋아졌고, 지금은 왼쪽팔만 조금 불편한 뿐인걸. 뭐.”
어느 결에 몸을 일으켰는지, 옷장 문을 열어놓은 채, 한수진이 대답했다.
“참, 전부터 물어보려고 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뭔데 그래?”
“교통사고 환자들은 제다 목이 다치거나, 얼굴을 다치거나 하잖아요? 근데, 부장님은 왜?”
호준이 장난 섞인 표정으로 한수진의 왼쪽 팔을 넌지시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자기 때문에 그렇잖아.”
“제가 뭘요......”
“저질 원단을 주문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그러니깐, 저질 원단이랑 왼쪽 팔이 무슨 관련인데요?”
“너무 가려워서 긁다가 그랬다니깐......”
“어딜 요? 거기?”
호준의 시선이 한수진의 중심부를 노골적으로 쳐다봤기 때문에 그녀는 부끄러운 듯 몸을 돌리면서 투덜거렸다.
“하여간, 짓궂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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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바람 쐬니깐 참, 좋다!”
4월의 밤공기가 제법 쌀쌀해서 내심 걱정이었는데, 병원 문을 나서면서 한수진은 자동차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들뜬 소녀처럼 중얼거렸다.
“참, 자기네 사무실 분위기는 좀 어때?”
“뭐, 아직은 좀 그래요. 서로들 제 각각 인 것 같고.”
“상급자라는 직책이 원래 그래. 그 특성들을 일일이 살려주면서도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일이 쉽지는 않지. 너무 조직을 강조하다 보면, 각자의 뛰어난 개성을 전혀 활용 못하게 되고, 각자의 개성을 맞춰주다 보면, 어느새 중구난방이 되어서 강으로 가야 될 배가 목적지를 잃어서 산으로 기어오르고.”
한수진의 얘기를 듣고 보니,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명확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직책으로서의 연륜이 느껴지는 듯 했다. 호준은 문득 자신에 대한 한수진의 평가가 궁금해졌다.
“그럼, 기술부에 있을 때, 저는 어땠어요?”
“자기?”
웬 생뚱맞은 질문이냐는 듯 호준을 바라보던 그녀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왜요? 엄청 속을 썩였었나 보죠?”
“호호. 글쎄......”
“빨리 대답 안하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가만 안 있으면 어떡할 건데?”
운전대를 쥐고 있던 호준의 오른 손이 한수진의 유방을 덥석 움켜쥐었기 때문에 그녀의 입에서 호들갑스런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어머! 어머!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러니까, 빨리 대답해요.”
“알았어. 잠깐 손 좀 떼고...... 우리...... 저기 들어가서 얘기할까?”
한수진이 뜸을 들이듯 어색한 몸짓으로 가리킨 곳은 아담하게 생긴 모텔이었다.
어차피 병원을 나설 때부터 내심 짐작했던 일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환자이고 보니 호준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막상 그녀로부터 얘기를 듣고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환자가 이렇게 밝혀도 되는 거예요?”
마음과 달리 호준이 짓궂게 놀렸을 때, 한수진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기란 사람이 원래 그렇거든. 얼렁뚱땅 이면서도 늘 상사에게 무언가 기대를 갖게 만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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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무실에서 자기 진가를 발휘하지 않았나 보네.”
뜨거운 입맞춤을 한차례 나누고 난 후, 한수진은 포옹을 풀지 않은 채 그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무슨 얘기에요?”
“그렇잖아. 사무실 분위기가 제각각 이라는 것을 보면......”
익히 호준의 재주를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럼, 뭐. 아무한테나 막 써먹으라는 말이에요?”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자기였다면, 써먹지 못해서 안달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에이, 설마......”
“정말이야...... 물론, 자기의 그런 자제심이 나를 들뜨게 만들기도 하지만.”
포옹을 푼 그녀가 깁스를 한 왼쪽 팔로 힘겹게 옷을 벗으려고 했기 때문에 호준이 다가가서 그녀가 옷 벗는 동작을 거들었다.
상반신에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기는 순간, 노 브래지어 차림의 풍만한 젖가슴이 유두를 바싹 곤두세운 채 그를 맞이한다.
“팔이 불편해서 브래지어를 착용할 수가 있어야지.”
변명 인 듯 읊조리는 한수진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호준은 엉거주춤 무릎을 구부리면서 그녀의 유두를 살짝 깨물었다.
“아......”
한수진의 입속에서 나직한 비음이 쏟아졌고, 그녀의 두 팔이 균형을 잡으려는 듯 그의 머리를 억세게 감싸 안는다.
검붉게 곤두선 유두는 아마도 모유를 수유한 경험을 갖고 있으리라.
부드러운 아기의 잇몸이 전해주는 간질이는 느낌과 달리 차가운 상아질의 딱딱한 이물감에 당황한 듯 주춤 물러서더니, 상황을 파악한 이후 잔뜩 부풀어 오르면서 거센 저항을 보내왔다.
맹꽁이처럼 부푼 배를 볼록 내민 채, 텃세를 부리는 품새가 아무래도 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 느낀 듯싶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갖은 교태를 부리면서 혀끝에 착착 감겨 돌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도도한 척 수작을 부린다는 말이냐.
호준의 왼손이 한수진의 왼쪽 유방을 부드럽게 주무르자, 한껏 배를 부풀리고 뻗대었던 오른 쪽 유두가 부러운 듯 옆 언덕의 친구를 은근히 곁눈질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넌 너무 버릇이 없어.
호준은 아예 한수진의 왼쪽 유방만을 양 손으로 감싸 안았고, 앙증맞게 솟구쳐 있는 그녀의 유두를 혀끝으로 돌돌 감아 돌렸다.
“아흥......”
그녀의 입에서 또 다시 야릇한 신음이 쏟아졌고, 유두는 오랜만에 만난 단비에 어깨춤을 덩실거리면서 그의 혀끝을 뱅글뱅글 따라붙는다.
한수진의 확산된 골반에서 바지를 벗겨 내리자, 어느새 그녀가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뽑아들며 그를 협조해 왔다.
“아흑......잠깐만. 좀 씻고 올게!”
수수한 꽃무늬 바탕의 흰색 면 팬티조차 벗겨 내리려는 순간, 그녀가 다급하게 그를 제지해왔다.
“괜찮아요. 안 씻어도.”
“창피해......냄새 날까봐......”
부끄러운 듯 팬티를 못 내리게 다리를 꽉 붙이고 서 있는 그녀와 잠깐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확산된 골반을 벗어난 팬티가 그녀의 미끈한 두 다리를 빠져나오는 길은 제법 운전이 수월했다. 아무렴, 내리막길이 오르막길 보다야 가속도도 쉽게 붙는 법이니까.
그녀의 남은 한쪽 발목을 벗어난 팬티를 언뜻 살펴보니,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그녀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를 매우 흥분하게 만들었다.
“흠뻑 젖었네요.”
“자기가 병원으로 찾아왔을 때부터 그랬어.”
“감격스럽네요.”
“몰라......부끄러워.”
부끄럽다는 여자가 무성한 수풀 속에 입김을 한바탕 불어넣자, 오히려 둔덕을 바짝 들이밀면서 한층 적극적이다.
무릎을 꿇어앉은 자세로 그녀의 명품 엉덩이를 양손으로 감싸 안고는 대음순 사이로 혓바닥을 넓게 펼친 채 쓸어 올리자, 그녀의 두 다리가 움찔 떨려왔다.
“아흑......”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호준의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 나온 손가락이 한수진의 질구 속을 파고드는 순간, 협착 되어 있던 질구 속의 살덩어리들이 주춤주춤 물러나면서 그의 진로를 열어주었다.
뜨거우면서도 축축한 열기가 그의 손가락을 감싸 안은 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단단히 옥죄어 온다.
붙잡는다고, 무작정 퍼질러 앉는 것도 손님의 도리는 아니지.
정신없이 뿌리치고 돌아 나오다 보니, 그것 또한 너무 매정한 듯싶다.
이리 할까, 저리 할까. 어쩔 줄 모르는 심정에서
가던 길 돌아오고, 다시 또 발 돌리기를 수십 여 회.
주인집 아낙네도 어지간히 애가 탄 듯싶다.
그렇게나 놀리고 싶거든 차라리 돌아오지도 마시우.
마음 상한 아낙네가 대청마루에 털썩 퍼질러 앉더니,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신세한탄이 요란했다.
“아흐으흐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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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이었다.
출근을 해서 막 자리에 앉으려고 의자를 끄집어내는 순간, 방석 사이에 끼워져 있는 작은 쪽지 한 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면서 호준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뭐야? 이게......’
딱지를 접듯 사각형으로 접혀져 있는 쪽지를 펼쳐드는 순간, 그의 얼굴은 당황한 듯 붉게 물들어 버리고 말았다.
『여직원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는 백호준 부장은 당장 물러나라!』
쪽지의 내용은 워드로 작성한 듯 짧고 명료했으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 아니냔 말이다.
‘산 너머 산이로군!’
정유미 대리의 일도 미처 수습하지 못한 마당에, 연이어서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파왔다.
‘누가 써 놓은 것일까?’
직원들이 모두 출근해 있었기 때문에 용의자를 꼽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닐 듯싶었다.
차라리 한 명씩 배제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쉬운 일이리라.
우선, 자신과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정유미 대리와 입었던 팬티를 자발적으로 건네주고 있는 강나영 주임은 우선 배제해야 옳을 것이고.
그럼,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용의선상에 올려야 한다는 얘긴데......젠장, 큰일이네.
‘설마 김현숙 주임?’
혹시나, 동생 정호와의 물밑 거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행동을 정호가 누나한테 얘기했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의심스런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보자니, 자신과 눈이 마주친 배지수 차장이 이내 시선을 내리까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배지수 차장?’
그녀 역시 의심스럽다. 평소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그녀의 태도로 미루어서 충분히 자신을 괴롭히고도 남을 만한 인물이 아니던가.
더구나 평소 까칠한 성격의 이미영 대리나, 신한별 주임도 의심스럽긴 매한가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몰렸는가 하는 이유였다.
‘차라리 이유나 알았으면, 해결 방법이나 찾지. 나, 원. 답답해서......’
호준의 표정이 벌레 씹은 얼굴만큼이나 잔뜩 일그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