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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 3부 3장

관리자 0 9638
막사로 내려와 세면장에서 얼굴을 씻다 얼굴을 보니 아차 싶다.

"하필 오늘 면회올께 뭐람?"

아까 주먹에 맞은 광대뼈 맞은 부분이 약잔 푸르스름해졌다.

미쳐 생각지 못했는데 아직 색깔이 제대로 나오진 안았지만 내일이면 선명해질 것 같다.

다행히 싸대기 맞은 자국은 없다.

오른손 주먹은 살이 벗겨진체 물로 씻어내니 피가 또 흐른다.

이런 몰골로 면회를 가야하나 싶다.

세면장을 나와 내무실로 가서 주먹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로 이러저리 붙인다.

"장갑을 끼면 안보이겠지?"

옷을 입고 장갑을 껴고 행정반으로 향했다.

"네?"

"이 자식봐라? 외박 끊어 준다는데 뭘 그리 놀라냐?"

"그게 아니고..."

"너무 늦게 오셔서 면회시간도 짧을까봐 생각해서 외박으로 돌려서 끊어주는거야 임마."

"..."

"그리고 이 산골짜기에 오시느라 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겠누?"

"..."

오늘 일직사관이 행보관인데 제딴엔 배려한다고 남의 속도 모르고 외박을 끊어준다.

차마 이야기는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말았다.

면회실로 가는 마음이 무겁다.

"뭐라고 둘러대지? 아이참 미치겠네."

오전내내 작업했는데도 길은 하얗게 새로 내린 눈으로 이미 쌓이고 있다.

덜컥.

면회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들과 한가운데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주전자와 난로가 보인다.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면회온 사람도 없다.

테이블을 쭉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어떻게 된 거지?"

난로 곁에 잠시 서성거린다.

PX로 가서 물어보려고 막 걸음을 떼려는데 면회실문이 열린다.

들어오면서 눈을 털어내며 한 여인이 들어선다.

그리고나서 나와 눈을 마주친다.

"엄마..."

"도하야...왔니?"

아주 잠깐 둘이서 마주보고 서있었다.

"차에 잠깐 갔다왔는데 그 사이에 왔구나?"

엄마가 미소를 지으시며 가까이 왔다.

"날씨도 안 좋은데 어떻게 오셨어요?"

"..."

그저 빙긋 웃기만 하신다.

"근데 아빠는요?"

"..."

순간 엄마의 얼굴이 굳었다가 나를 보면서 웃는다.

"어...아빠가 바쁘고해서 엄마만 혼자 왔어."

"..."

무언가 서투른 거짓말임을 금새 눈치들 챘다.

"무슨일이지? 싸우셨나?"

"날도 춥고해서 네가 고생하니깐 아빠보고 가자고 했는데 짬이 나질 않아서 그냥 혼자 온거야."

"네..."

엄마와 난 난로 옆 데이블에 앉았다.

"윽..."

나도 모르게 입에서 소리가 나온다.

테이블을 잡고 약간 몸을 뒤튼다.

"어디 편찮으니?"

"아...아녜요."

"젠장 되게 아프네."

아까 빠따맞은 엉덩이가 앉으면서 눌리니 굉장히 아프다.

"오시는 길 괜찮았어요? 여기 눈 많이 왔는데."

"정말 눈이 많이 왔던 것 같더라. 오다가 스노우 체인두 없고 해서 카센터에 들어가서 체인끼고 왔지.

거기서 체인 안달고 왔으면 못올뻔 했다."

"무리하면서까지 오시면 어떡해요?"

"이 녀석아. 너 볼라구 왔지?!"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얼마만에 엄마와 이렇게 마주하고 웃는 것인가? 기분좋다."

PX에서 커피와 종이컵을 사가지고 와서 난로의 물로 따스한 커피 한잔을 마신다.

"햐...이렇게 추운날 난로 옆에서 마시는 커피도 생각보다 꽤 괜찮은데?"

"헤헤헤. 아들이 사주는 커피라서 맛있는 거에요."

"호호호. 그런가보다."

엄마의 웃음 그리고 미소.

언제봐도 아름다운 나의 엄마의 모습이다.

커피를 마시며 집안 일을 묻자 다 잘 있고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물었다.

"오늘 외박 되는거니?"

"네?"

"오늘도 안 되는거야?"

"아...아녜요. 외박증 끊어왔어요."

허벅지와 엉덩이는 괜찮지만 얼굴이랑 손이 걱정이다.

엄마가 보기라도 하면 당장 물어올텐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런지 망막하다.

"뭐 잘못된거라도 있니? 표정이 어째 안좋은 것 같아."

"아...아녜요. 잠깐 딴생각하느라구요."

"응...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아직도 눈이 계속 오고 있었다.

"정말 오래만에 이렇게 많은 눈을 보는 것 같아."

엄마가 손으로 눈을 받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치우지만 않는다면 정말 보기 좋을 눈이다.

"앞으로도 겨울이 끝날때까지 이렇게 내릴텐데...에효..."

이런 나의 생각과 달리 엄마는 마냥 좋아하신다.

부대를 나와 읍내로 향한다.

길에는 치워진 눈이 양쪽 길가로 쌓여있고 도로엔 눈이 계속 쌓이고 있다.

차창으로 보이는 산은 마치 동양화를 그려놓은 듯 하다.

눈이 계속 오다보니 오가는 차도 별로 없다.

엄마를 보니 긴장한듯 정면만을 응시한체 굳게 입을 다물고 진지하게 운전을 하고 있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눈길을 느꼈는지 잠시 나를 보고는 빙긋 웃으신다.

"뭘 그렇게 쳐다보니? 부담스럽게스리..."

"헤헤헤. 그냥요. 엄마가 진지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아직 신기한가봐요."

전방을 보면서 웃으신다.

"호호호. 얘가 엄마를 무시하네? 내가 맨날 주방에서 솥뚜껑 운전만 하는줄 아니?"

"헤헤헤. 아직까지는 익숙치가 않은가봐요."

"네가 몰라서 그렇지 엄마 혼자 드라이브도 하고 시장도 보구 외할버지댁에도 몇번을 갔다왔는데."

"외할아버지한테요? 우와. 그렇게 멀리요?"

"그럼. 고속도로에서도 얼마나 운전 잘 하는데. 눈길은 경험이 별로 없어서 천천히 가는거야."

운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읍내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시시껄렁한 대화지만 예전처럼 엄마와의 거리가 형성된 것 같았다.

읍내에 도착해서 잠시 차를 세우고 방을 잡을까 식사를 할까 고민하다 중간에 차 운전하는 것도 귀찮을 것

같아 방을 먼저 잡기로 했다.

지난번에 묵었던 곳에 갈까 하다가 시설이 별로여서 좀더 깨끗한 곳을 찾았다.

여관 골목을 좀더 지나쳐 읍내 끝자락에 큼지막한 모텔이 나왔다.

새로 지은지 얼마 안 되어보여 차를 몰고 휘장이 쳐진 주차장안으로 들어갔다.

텅빈 주차장 한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꽤 어둡다.

카운터에서 엄마가 깨끗한 방을 주문하자 주인이 키를 건넨다.

엄마는 방값을 치르고 나서 식사 좀 하고 오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녀오란다.

여관을 나와 길을 걷다보니 눈이 엄마의 머리에 쌓이는게 보인다.

전투모들 벗어 엄마의 눈을 살살 털어내고 씌워준다.

"뭐야? 괜찮아."

씌워준 모자들 벗어 나에게 씌우려한다.

후다닥 앞으로 뛰어간다.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멈춰서서 돌아보며 말했다.

"그냥 쓰고 있어요. 저야 머리가 짧아서 괜찮아요."

내가 웃으며 그냥 쓰고 있으라고 하자 엄마가 째려보는 척하고는 벗었던 모자를 다시 썼다.

식당골목에서 이리저리 서성이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고깃집으로 들어간다.

"삼겹살 3인분 우선 주시구요. 도하야. 술한잔 할꺼지?"

"네?...저야 좋지만...헤헤헤."

"소주도 하나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좀 있으려니 반찬과 술이 나온다.

엄마가 따라주려 술을 들었다.

내가 주저주저하자 이상하게 여기신다.

"뭐해? 한잔 안받구?"

여지껏 장갑속에 가려진 손을 뺀다.

오른손을 차마 못 보여주겠기에 왼손으로 잔을 든다.

"어라. 누가 왼손으로 잔을 받누? 건방지게."

어쩔 수 없이 오른손으로 잔을 든다.

엄마의 표정이 굳어지며 놀라며 술을 내려놓는다.

"어머머. 이게 어떻게 된거니?"

나의 손을 잡더니 손등을 살핀다.

"어머머. 이를 어째?"

"작업하다 좀 다쳤어요. 헤헤. 괜찮아요."

"괜찮긴 머가 괜찮아? 안 아프니?"

엄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다.

"에이 괜찮다니깐요. 제설작업하면서 잠깐 한눈 팔아서 좀 까진거에요. 괜찮아요 이젠."

엄마는 한참을 이리저리 손을 살피다 손을 놓으셨다.

여전히 미간을 찌뚜린체 말하셨다.

"조심해야지. 그게 뭐니?"

"서툴러서 그런가봐요. 헤헤헤."

작업을 핑계로 겨우 둘러대었다.

엄마는 술을 다시 나에게 따라주었다.

술을 받아 엄마의 잔에 따른다.

"자 고기나오기 전에 한잔 드시죠."

술을 올려 건배를 한다.

술을 단숨에 입속에 털어넣는다.

입안에 소주의 강한 맛이 느껴지고나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캬아...좋다...헤헤헤."

엄마도 그대로 한잔을 들이키고는 내려놓는다.

간만에 먹는 고기와 소주에 저녁자리가 아주 흥겨웠다.

무엇보다도 휴가이후로 서먹했던 관계에서 복원되어서 그런것 같다.

또한 지긋지긋한 부대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간만에 여유를 가지게되어 기분이 좋았다.

엄마도 이젠 제법 술을 마신다.

나와 거의 비슷하게 잔을 비우면 마신다.

삼겹살도 추가로 더 시키구 소주도 비우는 즉시 더 달라고 한다.

배불리 먹고 좀 쉬면서 병을 세어 보니 둘이서 5병은 마신듯하다.

이미 난 혀가 약간 꼬이기 시작했다.

시간에 대한 관념도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순간순간의 대화를 이어가고는 있는데 좀 지나면 흐릿해진다.

고개도 점점 수그러지려 한다.

숨내쉬는 것도 조금씩 거칠어진다.

술을 좀 깨려구 밖으로 나온다.

날은 이미 어두어진 가운데 한산한 음식점 골목도 을씨년스럽다.

찬공기를 한번 크게 들이키고는 담배를 하나 피운다.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다.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자 후끈한 음식점의 훈기가 반겨준다.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자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담배 피구 왔냐?"

"헤헤헤..."

"왠만하면 줄이던지... 끊어라."

"네..."

내가 멋적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고기도 몇 점 안 남았고 나도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술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이젠 가볍게 들뜬 기분이 들었다.

"고기도 거의 다 먹었는데 나갈까요?"

"술 조금만 더하자 어짜피 갈데도 없잖어. 아줌마 여기 소주 하나 더 주세요."

"엄마 무리하는 거 아녜여?"

"이긍. 엄마가 너보다 술 더 잘 마신다 머."

"하하하. 그건 맞는 말이에요. 제가 지금 조금 알딸딸해서요. 헤헤."

"걱정말구 마셔. 엄마가 알아서 챙겨줄테니깐."

"정말요? 크흐흐. 나 몸도 못가눌 정도로 마시면 어케할라구요?"

"이긍. 그정도는 엄마가 힘들지. 다 큰 아들 어케 업누?"

"헤헤헤. 그정도까지는 안 마시면 되져?"

"그래. 호호호."

뭐가 좋은지 엄마와 나는 히히덕 거리면 웃었다.

사이가 다시 회복되니 이전의 생각을 지우려 일부러 서로 더 친한척 하려는건지 아니면 술에 취한건지

모르지만 엄마와 난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농담과 즐거운 이야기로 시종일관 분위기가 좋았다.

소주를 한병 더 시켜 다 마신후에야 자리를 일어설 수 있었다.

난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로 일어서면서도 휘청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나의 팔을 잡는다.

"야...쯥...괜찮아?"

"흠...괜찮..아요."

엄마의 목소리에 약간의 콧소리가 느껴진다.

"엄마두 얼추 취했구만."

밤공기가 시원하다.

약간의 취기가 가신다.

"음마!...흠...우리 맥주 한잔 더하까요?"

"이런...녀석아 너 넘 취한것 같오."

"헤헤헤...쩝...아니에여...아직까지 정신이 있다니깐요."

"됐다...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자자...응..."

"에이...엄마가 취했구낭?...헤헤헤"

"이것이...내가 취했냐?...네가 취했지...욘석아.."

솔직히 서있는 것두 힘들었다.

자꾸 주저앉고 싶었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데 그냥 들어가서 자는게 싫었다.

"바람쐬니깐 정신이 번떡 드는데용...크크크"

"너 정말이야?"

"그렇다니깐요...보세요..."

난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서 똑바로 걸어본다.

그리고 돌아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다.

"괜찮죠?"

"크크크...그래 괜찮은 것 같기두 하다."

"그럼 저기 보이는 호프에서 맥주 조금만 더 해용. 흐흐흐."

엄마는 마지못해 호프로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치킨 위주의 조그만 호프집이다.

따스한 실내 공기에 술기운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자 후라이드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한다.

맥주가 나오자 바로 따라서 건배를 한 후 쭈욱 들이킨다.

어두운 조명에 맥주를 마시는 엄마가 보인다.

"이쁜 우리 엄마."

맥주 한잔을 들이킨 엄마가 손으로 입을 닦는다.

내가 자신을 보는 것을 보자 싱긋 웃는다.

엄마가 뭐라구 웃으며 말한다.

머리가 무거워 테이블에 팔을 바치구 턱을 괸다.

맥주 피쳐에서 올라오는 기포를 본다.

눈을 깜빡깜빡 거린다.

눈꺼풀이 넘 무겁게 느껴진다.

몸에서 열기가 뿌어져 나온다.

"푸우....."

숨을 크게 내쉰다.

"웅얼웅얼..."

엄마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왕왕댄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다.

얼굴이 시원하다.

눈을 뜨니 호프집의 문이 옆으로 보인다.

엄마의 신발이 보인다.

다시 눈을 감는다.



가로등에 색깔에 주황색으로 물든 눈이 깔린 길바닥 보인다.

누군가의 팔을 둘러진체 어그적 걷구 있다.

몸이 순간 돌면서 검은 하늘이 보인다.

누우있으니 시원하고 넘 편하다.

"이렇게 잤으면 좋겠다."



눈을 감고 또 어그적 걷고 있다.

속이 굉장히 안좋다 싶더니 구역질을 느낀다.

"쿠웨웩........."

나오는데로 그대로 앞으로 뿜어버린다.

"이를 어째..."

"하아..."

구토를 하고나자 시원하다.

입안의 구토물의 잔재를 침으로 뱉는다.

"에라 모르겠다."



어딘지 모를 계단을 오르다 앞으로 엎어진다.

옆에서 팔을 힘겹게 올린다.

"그냥 놔둬여...."

"이그 이 녀석아...정말 미치겠네...좀만 가면 되니깐...어서 일어나봐..."

엄마에게 팔을 기대어 겨우 일어나 계단을 다시 오른다.



몸이 시원해진다.

몸에 내뿜던 열기가 식는다.

머리가 뱅뱅 거린다.

부드러운 이부자리의 감촉이 느껴진다.

눈을 뜨기도 힘들다.

몸을 쭈욱 펴고 엎드리며 이부자리에 몸을 붙인다.

"너무 피곤해...이젠 잠을 자야지...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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