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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의 고백 - 에필로그

관리자 0 2930




며칠 동안 누워만 지냈다. 자꾸만 보지속이 간지러웠다.



병원에 가 봐야 하는데 파파의 눈치만 살폈다.



보지 속에서 고기가 썩으면 죽는 거 아냐?



앞발은 보지에 넣을 수도 없고 소변을 보아도 나오지 않았다.



계란이 틀어막고 있으니 나올 수도 없을 일이었다.



불안과 무료함 속에서도 시간은 갔다.



파파는 한 동안 나를 부르지 않았다. 방치였다. 계란 진동도 없었다.



나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암캐 짓을 했다. 파파가 보고 싶어졌다.



직립 보행도 하고 싶었고 떼씹도 은근이 기다려졌다.



간절함 속에 숙소 문이 열렸다.



나는 엉덩이를 들고 뒷다리와 앞다리를 곧게 펴고



일어서 자세를 취했다.



파파가 들어오지 않으면 내가 한달음에 계단을 뛰어 올라가야 했다.



파파는 데리러 오는 것 보다 문만 열어주고 거실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열린 문을 보던 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웅크리고 구석으로 처박혔다.



숨을 곳이 없었다. 가릴 수도 없었다.



문 앞에 웬 청년이 서 있었다. 손에는 리모컨과 반코트가 들려져 있었다.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 코트를 등에 덮고 말했다.



“갑시다. 급해요. 빨리.”



나는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텼다. 또 무슨 해괴한 경우를 당하나 걱정이 앞섰다.



또 주인이 바뀐 것인가 무서웠다.



이제 어디로 끌려가 어떻게 적응해야 될지 막막했다.



“나는 김 경호라고 해요. 당신을 구해 주러 왔어요.”



나는 속고 싶지 않았다. 민대가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는 나에게 코트를 덮어씌우고는 들쳐 업었다.



그리고 계단을 뛰어 올랐다. 리모컨으로 문을 열며 급히 뛰었다.



현관 앞에서 나를 차로 던져 넣었다. 그런데 차가 여 주인의 차였다.



그는 시동을 걸다가 내 목에 개목걸이를 벗기려 했다. 잠그어져 있었다.



그는 리모컨을 들고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열쇠를 들고 와서 개목걸이를 풀어 뒷좌석으로 던지고 핸들을 잡았다.



나는 몸이 얼어붙었다. 차가 출발했다. 대문을 통과했다.



차문을 열고 뛰어 내려야 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돌 오돌 떨고만 있었다. 십분 쯤 달렸을까?



나는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러댔다. 보지속의 계란이 진동했다.



뒷좌석의 개목걸이가 돌돌 말리고 있었다.



차를 멈추고 그가 나를 살폈다. 나는 몸을 뒤틀며 사색이 되어



보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내 뜻을 알아차리고 계란을 꺼내 주었다.



밖에서도 계란은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수습했다.



파파의 응징이었다. 전파가 무척 강한 리모컨인 모양이다.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메시아든 괴한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제 그에게 몸을 맡기는 도리밖에 없었다.



일련의 사태들을 볼 때 나를 속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출발한 차는 바닷가 모텔 앞에 정차했다.



모텔에서 50대의 아주머니가 뛰어 나왔다.



그가 차문을 열어 주었다.



“내리세요.”



나는 코트를 추스르고 내렸다. 그가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전화 드린 여자 분입니다. 차 좀 버리고 오겠습니다.”



그는 다시 차를 몰고 가 버렸다.



이제 모텔로 팔려와 창녀가 되는 모양이다.



도망 갈 곳도 없었다. 나는 체념했다.



아주머니는 나의 어깨를 감싸고 모텔로 데려갔다.



구석진 방으로 안내 되었다.



입구에 화장실, 방에는 침대하나와 그 옆에 벽을 가득채운 거울.



창문 옆에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 문갑위에 TV가 눈에 들어왔다.



“고생했어요. 그 동안 어떻게 살았어요.”



나는 눈물만 둑 둑 흘렸다. 아주머니가 엽차를 한잔 주었다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마셨다. 속이 시원한 게 안정이 찾아 왔다.



컵을 내밀어 두 잔을 더 들이켰다.



“제가 여기 팔려 왔나요?”



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소리에요. 경호가 아가씨를 구해 준거에요. 이제 마음 놔도 되요.”



아주머니는 다정하게 말하며 나의 앞발 아니, 손을 만져주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내 머리를 내 볼을 만져주며 혀를 끌끌 찼다.



아주머니는 그(경호)가 자기 아들의 친구라 했다.



나는 울음을 멈추고 멍하니 있었다.



몸을 팔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 안심이었다.



그때 그가 돌아 왔다.



그가 돌아 와서 아주머니에게 그리고 나에게 상황 설명을 해 주었다.



‘그는 여 주인의 쌍둥이 동생이었다.



일찍 부모를 잃고 남매가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살았다.



부모의 유산은 조금 있었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대학교도 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누나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돈을 펑펑 썼다.



경호가 자초지종을 캐물었고 누나는 주리 얘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주었다.



인간이 한 인간을 무참히 짓밟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경호는 누나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속셈이 있었다.



왜 그랬느냐고 따져봐야 아무 소용없음을 경호는 잘 알고 있었다.



한 달 넘게 누나를 추적 관찰했다.



주리의 통장과 USB와 CD를 찾아 챙겼다.



영감에 대해서도 조사 분석했다. 경찰에 알릴 수는 없었다.



하나뿐인 누나를 감방에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여 주인은 임대를 하고서도 수시로 노예 상태를 파악하러



영감 집에 방문했다. 영감이 살아 있는 것도 확인해야 했고



주리의 주인은 자기임을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CCTV로 거실에서 거울 방을 들여다보며 길들여져 가는



나를 구경하고 갔었던 것이다.



영감도 여 주인의 방문을 환영했을 것이다.



잘 키우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즐거웠을 것이다.



경호는 누나에게 영감을 만나보고 싶다고 졸랐고 딱 한번 이라는



전제하에 따라 붙을 수 있었다.



사전에 영감에게 누나가 허락을 득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영감은 경호에게도 자기의 노예를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경호는 준비해 간 마취 수건으로 영감과 누나를 실신 시키고



리모컨을 확보. 영감 수중의 USB와 CD도 찾아내고



주리를 엎고 도망 나온 것이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큰 절을 올렸다.



경호가 화들짝 놀라 내 앞에 마주 엎드렸다.



나는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고맙습니다.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를 반복했다. 한 참을 마주 절하던 경호가 나를 일으켰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프론트로 나갔다.



나는 코트를 벗었다. 너무나 고마워서 몸이라도 주고 싶었다.



“헤픈 여자는 싫습니다.”



경호의 한마디에 나는 주눅이 들었다.



군에 간 주인님. 달봉이. 케리. 파파. 얼굴 모르는 남자들.



더러워진 몸뚱아리 싫다는 소리로 들렸다.



나는 은인에게 줄 것이 없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내가 파파와 함께 한 시간이



일 년이 넘었다. 돌아보면 악몽 같은 나날이었다.



그게 꿈인지 지금이 꿈인지 분간이 안 됐다.



경호가 내 앞에 꿇어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내 누나가 저지른 죄를 평생 갚고 싶습니다. 저의 신부가 되어 주십시오.”



나는 잔잔하게 말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저의 운명이에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저는 더러운 년이에요. 개 보다 더.”



경호가 말을 막았다.



“우리 누나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 죄 값을 제가 받겠습니다.”



나는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서른아홉 살의 더러운 여자가 순수하고 고귀하고 맑은 청년의



신부가 되는 것도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의 앞길을 막는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막무가내였다. 결정한 일에 물러섬이 없었다.



남매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문을 잠그더니 나를 번쩍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코트를 벗기고 나를 따 먹었다.



나는 감동에 감격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통장을 내어 놓으며 USB와 CD는 속죄도구로 보관하겠다고 챙겨 넣었다.



우리는 다음 날 내 돈으로 둘이 살 집을 샀다.



그리고 혼인 신고를 했다. 물 떠 놓고 맞절도 했다.



남편은 학교에 다니고 나는 살림만 했다.



나는 남편을 ‘자기’라고 부르고 남편은 나를 ‘누나’라 불렀다.



남편이 ‘누나’라 부르면 옛 생각이 나서 오금이 저린다.



하지만, 더 열심히 남편을 섬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어느 날인가 남편이 어디서 흠씬 두들겨 맞고 들어 왔다.



그리고 계산 끝냈다고 했다. 파파의 졸개들에게 붙들려가



암캐 훔쳐 간 죄 값을 치루고 온 것이었다.



남편은 나를 병원으로 데려 갔다. 얼굴을 몽땅 뜯어 고쳤다.



호적에 이름도 바꾸었다. 함주리에서 함지희로.



무릎 수술도 받았지만 절름발이를 면 할 수 없었다.



남편은 절룩거리는 다리를 더 이뻐해 주었다.



“누나같이 예쁜 여자가 다리도 안 절면 누가 훔쳐 갈까봐 나는 잠도 못 잘거야.”



하며 남편은 나를 웃기기도 했다.



남편의 사랑은 한결 같았다. 나는 그로인해 항상 감격하고 감동했다.



집들이를 했다. 남편의 선후배들이 몰려 왔다.



그 중에 군에 갔던 주인님이 있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주인님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얼굴이 완전히 달라졌다. 절름발이였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주인님을 보니 설움이 북받쳐 올라 왔다. 고통의 원천이었다.



나는 세면대에 물을 가득 받아 얼굴을 담그고 하염없이 울었다.



모든 게 내 죄였다. 내가 주인님을 사랑 한 죄였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기웃거린 죄였다. 스스로 자초한 고통이었다.



남편이 자기 누나에게 인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남편과 나, 시누이인 여주인과 그녀의 남편.



우리는 야외 경양식 집에서 만났다. 나는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차 안에서 이미 남편이 얘기를 해 주었다.



‘남편이 파파의 노예인 나를 강탈해 가고 현장에 여 주인이 있었으므로



책임을 져야했다. 그래서 여 주인은 파파와 결혼을 해야 했다.



학교도 그만두고 살림만 한다고 했다.‘



여 주인의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아이를 가졌다 했다.



파파와 함께 아니면 외출도 못 한다고 한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손자 손녀들이 세 명이나 된단다.



역시 파파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여 주인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여 주인은 동생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올케가 못마땅해도



내색을 못했다. 자기는 칠순 늙은이와 살을 섞고 사는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남매 팔자가 왜 이러냐고 혼잣말을 했다.



혹시나 여 주인이 개목걸이 차고 발가벗고



거울 방에 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케리와 함께.



부부인척 하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 주인이 암캐가 되어 파파에게 고통 받는 장면이 자꾸 그려졌다.



저 배도 상상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케리의 안부를 물어 보았다.



내가 사라진 후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했다.



가슴이 울컥 했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어차피 한 번은 떠나는 세상이다.



남편의 권유로 산부인과에 들렀다.



“임신 3개월입니다. 달렸습니다.”



의사의 말이 환청처럼 들렸다. 달렸다는 것은 아들이라는 얘기였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남편에게 내 팔을 꼬집어 달라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팔을 꼬집었다. 동시에 ‘악’ 소리 지르며 현실을 확인했다.



남편은 나를 덜렁 안더니 계단을 뛰어 내려와 차에 태워 집으로 모셨다.



“지희 누나, 고마워. 행복하게 해 줄게.”



USB와 CD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이제 나에게 믿음이 간다는 뜻이었다 하나라는 확신이었다.



남편은 나를 꼼짝도 못하게 했다. 자기가 빨래며 반찬을 만든다고 설쳤다.



“자기야, 산모가 안 움직이면 아이가 커져서 안 나온데요.”



나는 앙탈을 부렸다. 남편은 내 손을 잡았다.



“그럼 데이트 하자. 궂은 일 하지 말라고 했지 움직이지 말라고 했냐?”



부부가 되고 남편은 말을 놓았다. 나이도 어린것이.



나는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존대 말을 사용했다.



“자기야, 나, 무슨 옷 입을까요?”



“누나 마음대로 입어. 누나는 안 입어도 예뻐.”



나는 입을 삐죽 내 밀었다. 아직 암캐의 근성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사사건건 남편의 지시를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남편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누나 마음대로 해.”



가 대답이었다.



나는 노브라에 노팬티에 미니 투피스를 입었다. 하이힐도 신었다.



그 차림이 편했다. 남편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손잡고 공원을 걸었다. 절룩거리며. 남편의 몸에 착 달라붙어서 다녔다.



눈앞에 비둘기들이 날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것 같아 좋았다.



나는 행복했다. 남편과 함께라면 세상에 부러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나의 투피스를 벗기고 임신복을 사 입혔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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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신 모든 분에게 행운이 있을 것입니다.

다시 시간이 허락되면 ‘올가미’로 찾아뵙겠습니다.

지희의 행복을 빌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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