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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회원투고] 언제까지나 - 23

관리자 0 17182

그러다가도 둘만 있으면 언니 동생이하는 사이였다.

게다가 이 동네는 김 씨 집성촌인지라 이 씨 라고는 종 현의 집과 의성 아제 집이 유일한 이 씨 집안이었다.

또한 종 현의 집안과 제일 가까운 혈족이었던 탓에 제사나 명절 땐 같이 차례를 지내는 사이기도 했다.정례 언니는 좋겠다. 이런 아들이 있 으 가...미자, 니 도 아들 놓 으 마되지... 쪼매마 기다 리 보마 좋은 일 있을 끼다.

무심코 의성 댁의 말에 대답을 하던 종 현 엄마는...

곧 자신이 한 말이 의성 댁에게 상처를 줄까봐서 얼른 말을 잇는다.의성 댁은 열여덟 때인 64년도에 자신보다 다섯 살 많은 신랑을 만나 혼인을 올렸다.

그 후, 67년에 딸 미 혜를 낳곤 8년 동안 소식이 없는 상태였다. 조상들 묘를 잘못 쓴 것인지, 종 현의 아버지나 육촌간인 의성 아제나 둘 다 2대독자로 다음 대를 꼭 이어야만 되는 입장에 놓여 있었다.

답답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혹시 소박맞는 게 아닌가를 걱정하고 있었다.엄마도 그런 사정을 아는 지라 얼른 말을 돌린 것이었다.뭐... 언니 말마따나 언젠가는 얼 라 안 들어서겠나... 참~ 종 현 이 니 는 혈액형이 우 예대 노?종 현의 엄마가 미안해하자 의성 댁은 얼른 종 현에게로 말을 돌린다.

종 현도 그런 의성 댁의 마음을 읽고 얼른 대답해준다.A형 입니 더~ 제일 흔한 혈액형 이 랍 디 더~잡지에 보이 끼 네 A형은 사교성이 좋다 카디 만 니 가 그런가 보네...


호호호...

의성 댁이 어디서 싸구려 잡지를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말하며 웃길 래 종 현과 엄마도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해 같이 따라 웃는다.인자, 종 현 이도 왔 으 끼 네, 언니야! 나는 집에 가 보 꾸 마~와? 좀 더 놀고 가지?아이다. 집에 가서 저녁 안치고 빨래도 하고 해야지...


요즘은 그래도 전기도 들어오고, 수도도 들어와 가 집안일이나 낮에 못했던 바깥일도 할 수 있어가 너무 좋데 이!그 렇 제? 나도 전기하고 수도 들어오고서는 꼭 딴 세상에 온기분이더라~

엄마와 집에 간다던 의성 아지 메가 잠시 더 이야기를 더 하는 사이 종 현은 미꾸라지를 살피기 위해 얼른 텃밭으로 향한다.올해 부화된 미꾸라지 새끼는 종 현의 보살핌 덕이지 거의 대부분이 살아남아 이젠 상당히 자란 상태였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내년엔 종 현이 미꾸라지를 잡기위해 바 둥 되지 않아도 좋을 듯 했다. 미꾸라지를 살펴보고 돌아온 종 현을 보는 의성 댁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왜 일까??? 내 아 부지 모셔 오 꾸마! 저녁을 지으러 가야된다던 의성 아지 메가 여전히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오늘 여자들 수다에 우리 집 쟁반 숱하게 깨어지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했다.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에서 술을 드시고 계실 아버지를 모셔 오기위해 힘차게 페달을 밟아 갔다.종 현이 왔나~ 예. 아 부지, 오늘도 여 계시 지 예...그래. 니 가 고생이다. 저 인간도 인자 정신 차 리 야 될 낀 데...어이구...

내가 아들 앞에서 아 부지 욕하고... 나도 아까 너 그 아 부지 캉 술 한 잔 먹 었 디 마 취했나보다... 미안 하 데 이~ 호호호..아버지는 이미 많이 취했는지 선술집 안에 있는 방안에 상을 치우고 큰대자로 뻗어 주무시고 계시는 듯 했다.


경기 댁(선술집 주인)이 덮어주었는지 여름용 이불도 가지런히 몸을 감싸고 있었다.괘 안 심 더~ 아지 메가 아이 마, 누가 우리 아 부지 밥이라도 먹이 겠 심니 꺼.

집에서는 아예 밥도 안 드시고 그 라이 끼 네 혹시나 건강이 더 나빠지실까봐 지가 노심초사 한다 아 입 니 꺼....

아지 메는 우리 아 부지한테 머라 캐도 전혀 안 서운 합 니 더..

그래 생각해주마 고맙고... 그라고 아까 점심 때 죽 좀 끓여가 너 그 아 부지 좀 먹였다.

오늘은 그래도 죽이 잘 끓여졌던지 두 그릇이나 먹었다 아이가~~

안 그래도 니 가 신신당부를 하길 래 요즘은 내가 저 인간 밥은 꼭 먹어야만 술 준 다 꼬 땡 깡 쫌 부 렸 디 마,

처음에는 안 먹는 다 꼬 보채 미 다른 술집에 간 다 꼬 카는 거 목발 빼앗아 놓고 갈 때 가더라도 먹고는 가라고 타박을 줬다...

요즘은 퍼뜩 먹고 그 다음에 술 묵는다.

선술집 주인인 경기 댁은 원래 고향이 한강 이북 경기도 포천 어디라도 들었다.

열여덟인가에 대구로 시집왔다가 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해서 신랑이 밖에서 아이를 낳고 들어 왔다.

그러는걸... 자신의 죄라서 참고 살았지만 얼마 후 새파랗게 젊은 그 아이 엄마가 안방까지 차지하더란다.

그것도 또 배가 남산만큼 불러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결국 시댁에서도 쫓겨나고, 친정이라고는 6.25 사변 때 미군 폭격에 부모와 어린 동생 남매도 다 죽었다고 한다.

그 재산은 삼촌이 차지했는데, 찾아가니깐 문전박대 하더란다.그래서 부모님 재산이라도 달라고 땡 깡을 부리며 소송까지 불사 하겠다고 하자 삼촌이 얼마간의 돈을 줬다고 했다.

남편이 위자료 조로 준 얼마간의 돈과 합쳐 대구 인근인 이곳에다 터를 잡 았 단다.


아마도 남편이 혹시나 자신을 다시 시댁에 들이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떠난 기차와 남자는 절대 빠꾸를 치지 않는다는 말처럼 멀리서나마 한 번 보려고 찾아 간 남편은 매정하게 쫓아내더란다.그래도 모진 게 정이라고 자신을 쫓아 낸 남편을 멀리서나마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대구에서 남의 집 식모 짓도 했단다.

조그마한 채소가게도 해 봤지만 신통찮아서 결국 예전에 이 곳에 사둔 집에다 선술집을 차렸단다. 밥솥만 운전한 년이 장사는 얼어 죽을 이란 한탄 아닌 한탄을 하는 경기 댁의 말에 그 당시 종 현은 고개만 끄덕였다.자신의 말로는 몇 년간 대구 생활하면서 남편을 멀리서 몇 번을 보긴 했는데 자신은 자꾸만 초라해 지는데...

남편이랑 자신을 쫓아 낸 그 년은 알 콩 달 콩 사는 꼴을 보는 게 더 이상 싫어졌단다. 그래서 이곳에 왔지만 비록 돈은 안 돼도 속은 편하단다. 이곳에 집을 사면서 논도 몇 마지기 사두었기에 양식이나 반찬 걱정 없으니 좋고 손님 없을 땐 논에 나가 일도 한다고 했다. 열여덟에 시집와서 경상도에서만 살다보니 이젠 경기도 말씨보단 경상도 말씨가 더 잘 어울리는 형국이다.

물론 곧 가다 경기도 말씨도 나오긴 하지만..이 정도가 작년 겨울인가에 종 현 이가 아버지를 모시러 왔다가 아버지랑 자작하다...

그만 술에 취해버린 경기 댁이 푸념 삶아 뱉은 전모의 전 내용이다.

종 현의 아버지가 경기 댁에게 누부야... 라고 부르길 래 나이를 물어보니깐 아버지보다 두 살이 많다고 한다.

아마 1930년생인가 보다. 뭐 푸짐한 몸매가 나이를 감춰버려 어찌 보면 아버지보다 어리게도 보이다가 어찌 보면 더 들어 보이기도 한다.

종 현으로 썬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따름이다.아버지가 면소재지에 있는 서너 곳의 선술집에서 유독 경기 댁의 선술집을 찾는 이유는 아마도 6.25의 상흔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아버지 역시 6.25때 다리에 파편을 맞아 상이군인이 되었고, 경기 댁 역시 부모와 남매 모두를 잃었다.둘 다 같은 상흔을 지녔기에 그래서 편한가 보다. 그러한 사정들을 대충이나마 알기에 아버지가 면소재지에 나오면 이 곳을 자주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밥이라도 꼭 챙겨달라고 술값이외에 얼마간의 돈을 더 쥐어주자 밥 숱 갈 하나 더 놓으면 그만이라며 받지 않았다.

정히 고맙거든 혼자 사는 년이 추어탕 끓여먹기가 뭣하니...


집에서 추어탕 끓이거들랑 한 냄비 가져다 달랜다. 그래서 종 현이 종종 추어탕 이외에도 다른 국이나 찌개도 가져다주곤 하는 처지다.

겨울철엔 하우스에서 나는 채소도 가져다주게 되었다.

그란 데 참 신기 하 네 예. 집에서 주무시면서는 그렇게 코를 고는데 우 째 여서는 아 부지가 코를 안 고시 네 예?호호호... 예전에 남편이 너 그 아 부지처럼 코를 많이 골았었다 아이가~

그래가 이 곳 저 곳 다니면서 우 짜 마 코를 덜 골게 하는 지 배웠다.


자는 자세 때문일 수도 있고, 목의 자세 때문일 수도 있고... 하여 튼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렇다.

물론 코나 목 안이 기형인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야 수술을 해야 되는 기다.

너 그 아 부지야 그런 경우는 아이고, 그냥 자세만 좀 바꿔주마 된다.

좀 귀찮기는 해도 말이다. 호 호 호 호..역시 경기 댁은 수다가 좀 있는 여인네 인가 보다.


종 현이 한 마디를 하면 경기 댁은 수 마디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외로웠나 보다. 이야기 상대가 그리웠나 보다.

그러나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듯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종 현이다. 그래 이렇게 사는 것도 운명이겠지...나도 다른 애들처럼 고모가 있 었 으 마 했는데 아지 메가 꼭 제 고모 같 심 더... 히히히..그래? 그러 마 내 가 니 고모하마 되지 뭐,,, 호호호...

에이~ 싫 심 더. 다른 애들 고모는 새파랗게 젊은데.. 그냥 큰 엄마 하이소~야가.. 야가.. 아 부지 돌보기 싫어가 날 아주 너 그 아 부지 본처로 만 들어 뿌 네...

그라 마 너 그 엄마가 싫어 할 낀 데... 호호호... 에이~

우리 엄마가 원래 우리 아 부지 본 마누라로 있는데 다른 마누라 얻 으 마 작 은 엄마지 우 째 큰 엄마가 돼 요? 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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