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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들의 교향곡 - 28부

야설 0 7638

명숙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거울앞에 앉아서 얼굴에 로션을 바르기 시작했다.

"세수하고 양치질 했니?......................................................"

"응... 아까 엄마가 방에 있을때 했어....................................."

명숙은 로션을 다 바르고 일어났다.

"돌아누워 봐..................................................................."

"왜?.............................................................................."

"옷 갈아입게.................................................................."

"나 신경쓰지말고 그냥 갈아입어... 나는 여기서 가만히 있을게....."

하는수 없이 명숙은 뒤 돌아서서 스웨터와 블라우스를 벗고 입고있는 내의 위에 얼른 원피스 잠옷을 입었다. 그런다음 잠옷 치마속으로 손을 넣어서 바지를 마저 벗고 불을 껐다. 엄마가
옷벗는것을 볼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선규는 엄마가 그런식으로 잠옷을 입자 실망스러웠다.

[뭐야?... 재미 하나도 없네.............................................]

엄마는 안경을 벗고 침대위로 올라와 입을 열었다.

"어느쪽에서 잘래?......................................................."

"엄마 마음대로 해......................................................."
"그럼 내가 아침에 먼저 일어나야하니 네가 벽쪽에서 자....."
"알았어...................................................................."

선규가 자리를 옮기니 명숙은 옆에 누우면서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들이 옆에 누워있으니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이상해져서 긴장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은 선규가 자신이 귀여워하던
아들로 여겨지지 않았다.

[옛날같은 기분이 안나네... 마치 어떤 남자와 누워있는 기분이야.................]

이런일이 없었으면 같이 자는 선규가 반가워서 안아주고 그랬겠지만 지금은 옆에 누워있는 선규가 거북해서 그와 몸이 닿지 않을려고 조심했다. 한편 선규는 엄마가 어색해 하는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까 자신이 설득했을때는 그 당시 분위기때문에 그랬는지 엄마도 그와 섹스를 하는것을 동의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가 상당히 불편해 하는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상했던 엄마의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지금 그와 함께 자는것도 억지로 그러는것 같았다.

[적과의 동침도 아니고 이게 뭐야?... 마치 불청객이 된 기분이네................]

선규가 원했던것은 이런것이 아니었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타부의 주인공들 처럼 엄마와 성행위를 하며 서로 아주 즐겁게 지내기를 바랬다. 그런데 엄마가 이런식으로 나오니 흥분이
가라앉으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옆을 보니 엄마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엄마..................................................................."

"왜?...................................................................."
"엄마가 불편하면 내 방에 가서 잘게........................."

"........................................................................"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일어나는데 뒤에서 엄마가 그를 잡았다.

"그냥 여기서 자... 엄마와 자고 싶다 그랬잖아..........."

"엄마가 별로 가분이 안좋으거 같은데... 그냥 내 방에서 잘게........................."

"너와 자는게 오래간만이라 어색해서 그러는거야... 그러니 어서 자기나 해......."

"엄마는 내가 그렇게 싫어?...................................."
 

명숙은 선규가 자기방에 가서 자면 나중에 딴소리를 할까봐 이왕 시작된거 그냥 옆에서 자게 내버려두는것이 낫겠다 싶어서 그를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선규의 우울한 목소리를 들으니
저도모르게 마음이 동해졌다.

"싫은게 아니라 너의 속마음을 알아서 불편한거야..."

"그럼 아까 왜 나와 잔다고 했어?........................."

"내가 싫다고 해도 어차피 이럴거잖아.................."

"나와 남자와 여자로 살겠다고 동의한거는 뭐야?... 그냥 한소리야?..............."

명숙은 선규와 논쟁을 벌이는게 지쳐서 그만 저도모르게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네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데... 그렇게라도 해야지 더이상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소리야?..........."
"..................................................................."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것을 보고 선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어떡하든 엄마가 마음을 편하게 가질수있도록 고심하는데 엄마가 이런식으로 나오니 섭섭하기도 했고 배신감도
들었다. 엄마는 이불을 걷어차면서 계속 언성을 높였다.

"그만 하자... 나도 너무 지쳤어... 오늘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테니 들어와... 어서 끝내고 자자........"

선규는 엄마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엄마에게 아주 음란한 생각을 품었어도 엄마는 자신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엄마를 원하는 감정이 더 들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이렇게 창녀처럼 행동하니 충격적이었고 너무나 기분이 상했다. 더이상 엄마 옆에 있기가 싫어 그의 방으로 가 버렸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긴다음 서랍을 열어 그동안 신문배달을
하며 모아두었던 돈을 꺼냈다. 세어보니 여관에서 자기에는 충분한것 같았다.

명숙은 선규가 나가자 가슴이 너무나 답답해서 한숨이 크게 나왔다. 머리도 어지러워 한동안 누워있는데 자신이 선규에게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어 밖을 나가보니 선규가 잠바를 입고
어깨에 가방을 매며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명숙은 혹시 선규가 가출하나 생각되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선규야... 어디가니?........................................."

그러나 선규는 대답없이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명숙은 아주 급히 방으로 달려가 코트를 찾아입고 선규뒤를 따라 나갔다. 하지만 선규는 뛰어갔는지 아니면 다른길로 갔는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이 들어 다른길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찾아다녔으나 아들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가 않았다. 다시 약국앞으로 돌아온 명숙은 자신의 속을 썩이는 선규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또한 걱정이 되어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설마 가출한거는 아니겠지?... 돈도 별로 없을텐데... 그냥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을거야... 화가 풀리면 곧 돌아오겠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면서 명숙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을 나온 선규는 엄마가 뒤쫓아올까봐 다른길들로 이리저리 뛰었다. 집에서 한참을 벗어나자 그제서야 뛰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화도 나고 섭섭하기도 해서 오늘밤만은 엄마와 한집에서 같이 있기가 싫었다. 또한 자신을 냉대하는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그렇게 걱정할거 같지도 않아 보였다.

[귀찮아하는 내가 없으니... 잠만 잘 자겠지.................................................]

정처없이 한참을 걷다가 어느 골목안에 있는 한 여관이 보였다. 혼자 여관에서 자본적이 없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마땅히 잘곳도 없어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4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맞아주었다.

"방 있어요?.............................................................."

"있는데... 그런데 몇살이야?... 어려보이는데?................"
"대학생이에요... 얼굴이 동안이라 어려보이는거에요......."

아저씨는 장부를 꺼내며 말했다.

"여기다가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라...................."

선규는 펜을 들고 가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지어 적었다. 그런다음 아저씨는 선규를 방으로 안내하고 나갔다. 방은 아주 작은 화장실이 딸려 있었고 조그만 선반위에 텔레비젼이 있는
온돌방이었다. 구석에는 요와 이불이 놓여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잠바를 벗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아저씨가 수건과 칫솔 치약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 잘거야?........................................................"

"네......................................................................"
"여자 불러줄까?...................................................."

그러자 선규는 속으로 흠짓 놀랬다. 여관에서 여자를 불러준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으나 자신이 직접 경험 할 줄은 몰랐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동했으나 겁이 나기도 하고 어쩐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됐어요... 피곤해서 그냥 잘게요............................."

아저씨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잘자라고 한다음 나가버렸다. 선규는 바닥에 요를 깔고 누웠다.

[다른것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 약속을 지켰다... 엄마............................................]

자신의 동정을 엄마외에는 다른 여자에게 주고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다시 섭섭하기만 했다. 텔레비젼을 틀고 채널을 돌려보니 백인 여자들이
나오는 포르노가 나왔다. 얼마동안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재미도 없어서 텔레비젼과 불을 끄고서 누웠다. 어둠속을 바라보니 엄마의 냉대를 받고 집에서 나와 이렇게 혼자 여관에 있는
자신이 마냥 불쌍하기만 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벌레지보듯 하는거야?... 인제 어떻게 해야 되지?.......................]

내일 집에 들어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벽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흥..... 아...................................................."

[뭐야?... 이거 섹스하는 소리 아니야?................]

벌떡 일어난 선규는 벽에 귀를 갖다대었다. 신음소리를 들으니 여자는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같았다.

"앙.... 오빠...... 허억..... 나죽어......................"

여자의 신음을 들으니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놀고있네... 누구는 하고싶어하는 여자에게 냉대를 받고 이렇게 독수공방하는데... 지네들은 옆에서 저렇게 재미를 봐?.....................]

홧김에 조용히 하라고 벽을 두들기고 싶었으나 애써 참으며 자리에 누웠다.

[밥 먹을때는 개도 안건들인다고 하는데... 선남선녀가 만리장성을 쌓는데... 방해하면 큰 실례지...................................................]

잠을 잘려고 하였으나 계속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선규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자위했다. 밤새도록 한숨을 못잔 명숙은 새벽이 되어도 선규가 안돌아오자 극심하게 초조해졌다. 처음에는
선규가 홧김에 나갔다가 이내 돌아오겠지 하며 생각했으나 시간이 점점더 지나자 불안이 극도록 달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말을 안하고 외박을 한적은 한번도 없었던 애 여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났다.

[어디가서 일 저지르는거 아니야?... 아니야... 나와 그러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하지만 이미 그녀가 선규에게 짜증과 화를 냈기때문에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아침이 되어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명숙은 약국에서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해야하나 하고 많은
고심했다. 가출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으나 선규가 신문배달을 하고있기에 그런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을거 같았다. 그러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설겆이를 마친
태수는 혼자있는 집에서 책을 폈다. 그러나 엄마생각이 자꾸나서 집중이 안되었다.

엄마에게 한 행위때문에 계속해서 마음이 아주 심란했다. 엄마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가 주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은 더 했다. 차라리 그때 엄마가 화를
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아마... 엄마가 내가 창피해 할까봐... 그냥 넘어가셨나봐...............]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가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되었다. 태수는 요즘따라 엄마에게 알수없는 감정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엄마를 볼때마다 신체 접촉을 하면서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드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엄마가 아닌 사랑스러운 여자로 느껴질때가 많아서 그를 무척이나 혼동시켰다. 어제 엄마가 했던 "나한테는 너만 있으면 돼"
라는 말이 계속 그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처음에는 엄마의 말을 듣고 감격했으나 지금은 그것이 마치 중요한 의미나 고백처럼 느껴졌다.

[내가... 엄마를 이성으로 사랑하나?.........................................]

머리를 흔들며 물이나 마실려고 냉장고로 가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태수니?..........................................................."

"아줌마세요?...................................................."
"응... 잘 있었지?.............................................."

"네... 아줌마도 안녕하시죠?..............................."
"응... 엄마는 나가셨니?...................................."
"아까... 나가셨어요........................................."

"선규가 거기에 온적이 있니?............................"

"아니요... 왜 그러세요?.................................."

선규엄마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선규가 어제밤에 집에 안들어왔어.................."
"예?.........................................................."

"어제 내가 좀 야단을 쳤었거든... 그래서 화가 많이 났나봐..........."

태수는 너무나 놀라서 말이 안나오는데 선규엄마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따가 신문배달을 나갈때... 나좀 데려가 줄래?... 거기에는 나올거 같아서 그래............."

"그렇게 하세요... 그럼 시간이 되면 제가 약국으로 갈게요..........."

"그럼 그때 보자... 고마워............................"

전화를 끊은 태수는 어리둥절 했다. 아줌마가 선규를 야단치는 일은 별로 보지를 못했었는데 선규가 화를 냈었다는걸 보면 대단한 잘못을 해서 크게 꾸중을 받은거 같았다.

[또... 음란물을 들켜서 야단맞았나?......................................]

또한 야단맞았다고 집을 나간 선규가 한심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다고 집을 나가냐?... 아줌마가 걱정하실 생각은 하지않고... 이 추운날씨에 어디에 간거야?..............]

만약에 자신이 선규같은 행동을 했다면 엄마는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일이 난다면... 아마 엄마는 자리에 누우실거야..............]

그러자 다시 엄마가 생각나서 한숨만 나왔다. 명숙은 약국문을 닫고 옷을 갈아입은다음 밖으로 나오니 테수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귀찮게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선규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시죠?......................"

"응.............................................................................."
 

태수는 걸으면서 선규엄마를 보니 잠을 안잔듯 많이 피곤해 보였다.

"선규가 큰 잘못을 했어요?.............................................."

"말을 안듣기에 뭐라 했더니 집을 나가더라... 하도 빨라서 뒤쫓아 나가봤더니 이미 사라진 뒤였어............"

돌려 말했지만 명숙은 태수에게 선규의 일을 말하는게 어쩐지 부끄러웠다. 혹시 태수가 자신과 선규와의 일을 눈치채지나 않을까해서 속으로 조바심도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보급소로
걸어가는데 문득 태수가 자기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너는... 네 엄마속을 안썩히지?......................................"

그러자 태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부모속을 안 썩히는 자식이 어디있어요?... 그냥 안그럴려고 노력해요.........."

"네 엄마가 아팠을때... 걱정하는 네 모습을 보니 내마음이 찡하더라............."

"그러셨어요?... 자식이 엄마걱정 하는것은 당연한건데요..........................."

"네 엄마가 그렇게 좋으니?............................................"

"그럼요... 저한테는 엄마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소중할수밖에 없죠... 그냥 혼자되신 엄마가 고생하신걸 생각하면 불쌍하고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명숙이 태수의 얼굴을 보니 자기엄마에 대한 애절함이 철철 넘쳐 흘렀다. 그걸보니 혜영이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태수가 엄마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선규에게로 옮겨졌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도 혜영이처럼 혼자인데... 선규는 왜 태수처럼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는거야?............]

옆에서 태수는 그런생각을 하는 그녀를 위로했다.

"선규가 화를 내도 금방 풀어지는걸 잘 아시잖아요... 아마... 지금 아줌마에게 뉘우치고 있을거에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이제 다 왔어요........................................................."
 

태수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멀리 안 떨어진 신문보급소가 눈에 들어왔다. 보급소 안에 들어간 태수는 소장에게 명숙을 소개해 주었다. 선규는 아직 도착해 있지 않았다. 명숙과 인사를
나눈 소장은 선규가 매우 성실하게 일을 잘한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말을 들으니 명숙은 선규가 대견하게 느껴지며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아들이 일하는 곳이 그저 신기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가방을 맨 선규가 들어왔다. 엄마를 본 선규는 순간적으로 놀랐으나 이내 표정을 태연하게 하고 소장에게 인사를 했다.

어색함을 느낀 명숙은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는데 선규가 커다란 신문덩어리들을 어깨에 매고 와서 자건거에 싣는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랬다. 많은 양의 부수들을 돌리는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무거운 짐처럼 생긴것들을 선규가 배달하는줄은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무거운 신문들을 운반하며 열심히 일하는 아들을 보니 집에서 볼때와는 굉장히 다르게 보여졌다. 선규는
저쪽에서 태수와 무슨 얘기를 나누더니 자전거를 끌고 다가왔다.

"여기는 왜 왔어?......................................................."

얼굴을 찌푸리는 선규를 보며 명숙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제는 어디에서 잤어?............................................."

"엄마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

"어떻게 내가 상관을 안해?........................................"

"내가 없으니 편안했을거 아니야................................"

"선규야................................................................."

"나 빨리 나가야 하니까... 그만 집에 가......................"

선규가 자전거을 움직이며 떠날려고 하자 명숙은 다급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

"나... 나도 따라가면 안되겠니?... 네가 일하는것을 보고싶어서 그래..........."

"혼자 다니는게 편하니까... 엄마는 그냥 가................."
"선규야... 제발......................................................"

애원을 하는 엄마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본 선규는 아무말없이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뒤를 명숙은 급히 쫓아가면서 선규의 표정을 살폈다. 선규는 옆에서 따라오는 엄마를
바라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갔다.

"선규야... 어제 어디 있었어?...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왜 걱정을 해?... 찰거머리가 떨어져서 속이 시원했을거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네가 안들어 오는데 걱정하는거는 당연하지........."

그러나 선규는 대꾸도 안하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명숙은 애간장이 타서 선규를 잡아세우고 물었다.

"어제... 어디서 잤어?..........................................."
 

근심하는 엄마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본 선규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여관에서 잤어..................................................."

"뭐?................................................................."

가슴이 철렁해진 명숙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선규를 붙잡았다.

"네가 거기서 어떻게 자?....................................."

"그냥... 대학생이라고 하니까 방을 주더라... 이젠 됐어?... 나 빨리 가야해............."
 

몹시 불안함을 느낀 명숙은 선규를 뒤따라가며 질문을 했다.

"거기서 아무일 없었지?...................................."

"무슨일?......................................................."

주위를 둘러본 명숙은 선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여자와 잤어?..............................................."

"................................................................"

걸음을 멈추고 아무런 표정없이 엄마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던 선규는 다시 움직였다. 명숙은 답답하고 조급해져서 선규를 다시 잡아세웠다.

"그런거야?................................................."

".............................................................."

선규가 대답을 안하자 명숙은 다리에 힘이 빠지며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런거 생각안한다고 나와 약속했잖아.........."

"엄마가 그렇게 나오는데... 내가 약속을 지킬 이유가 어디있어?.........................."

선규의 말을 들으니 명숙은 가슴이 내려앉으며 울고 싶어졌다.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절망스럽게 말했다.

"내... 내가 너의 첫여자가 되어주기를 원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엄마가 원하지를 않는데... 이제 그런거 필요없어............................................"

그러자 명숙은 속이 너무 상해서 참았던 울음을 끝내 터트렸다.

"흑흑... 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니?... 태수는 자기 엄마가 안됐다고 불쌍히 여기는데... 너는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어?... 나도 혼자고... 태수엄마처럼 힘들게 살았어.... 그런데... 너는
 내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니?....................................................................."
 

선규는 쭈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엄마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제... 아무일 없었어............................"

그말에 명숙은 고개를 번쩍 들고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정말이야?.........................................."

"그래... 엄마와 약속했었잖아... 그리고 마음도 내키지가 않아서 그냥 잤어.........."

그러자 명숙은 벌떡 일어나 으스러지게 선규를 껴 안았다.

"고마워... 선규야... 정말 고마워............"

그녀의 품 안에서 한동안 안겨있던 선규는 엄마를 떼어놓고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했다.

"빨리 가야해... 이미 많이 늦었단 말이야......................................................"

"나도 같이 가면 안되니?....................."
 

명숙은 선규가 또다시 사라질까봐 어떡하든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될거 같았다. 선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는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엄마를 챙겨줄수 없어..........."

"알았어... 내걱정말고 어서 가기나 해.........................................................."

명숙은 뒤를 쫓으면서 배달하는 선규를 열심히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무거운 신문을 든 선규를 충분히 따라 갈수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나 선규가 빨리 움직이는지 명숙은 롱코트의
아래자락을 붙잡고 뛰어다니느라 숨이 찰 지경이었다. 그나마 치마를 안입고 바지를 입고와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능숙하게 신문을 돌리는 선규를 지켜보니 신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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