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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들의 교향곡 - 45부

야설 0 1378

누군가가 질투를 한다는것은 사랑한다는 증거였기 때문에 태수가 그녀를 사랑한다는것을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어서 행복감이 들었다.

"네가... 흉을 안보고 그렇게 이해를 해주니 고마워.................."
"뭘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당연한거죠... 사실은 엄마가 유진이 누나에게 안좋은 감정이 있으신줄 알았거든요........................."

"그 애가 좋니?................................................................."
"네...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에게 따듯하게 해줘서 좋아요... 엄마가 정 원하시지 않는다면 만나지는 않겠지만 유진이 누나도 알고보면 외롭고 불쌍한 사람이에요........"

그말을 듣자 혜영은 벌떡 고개를 들어 태수를 쳐다보았다.

"그래?..........................................................................."

"네... 유진이 누나의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대요... 나중에 누나의 아버지가 새로 결혼을 하셨는데... 새 엄마와 나이 차이가 유진이 누나랑 별로 나지를 않아서 엄마같은 느낌이 없대요...
 그리고... 누나의 아버지는 새 엄마에게서 늦게 보신 아이들을 보며... 그렇게 좋아하시고요... 그래서... 엄마를 그리워하는 누나는 아버지가 마치 누나 엄마와 누나를 잊으신거 같아서
 무척이나 섭섭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어요?....................................."

유진이의 사연을 듣고 혜영은 크게 놀랐다.

"그 애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해?.........................................."

"네... 사실은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아버지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네 아버지 얘기를?........................................................."
"네... 엄마에게 말씀은 안드렸었지만... 사실은 아버지에게 원망이 있었어요... 가족을 보살피지않고 왜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셔서 엄마를 고생시켜 드렸나하는 원망이요........"

그러자 혜영의 마음은 매우 착잡해졌다. 그녀도 그런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태수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런데...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아버지께서 저와 엄마가 나중에... 더 좋은 세상에서 살수있게 하기위해서 그러셨던게 아니냐고요... 아버지를 원망만 하지말고... 좋게 생각하래요...
 그러면서 저를 위로할려고 그랬는지 누나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말을 듣자 혜영은 한때 유진을 안좋게 생각했던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런... 애인줄은 몰랐구나..............................................."
"저에게 좋은말을 많이 해주는 누나에요... 잘 알지도 못하는 저에게 친동생처럼 마음써주는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럼 그때 재혼 얘기를 하면서 네가 안다는 사람이 그애였니?................"
"네..............................................................................."

태수의 말을 계속 듣고있으니 혜영의 가슴속에는 유진이가 새롭게 인식되어 갔다. 평소에 상냥하고 밝게 보이는 애에게 그런 면이 있을줄은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진에게 측은함과
고마움이 일어났다.

"네가 만나고 싶다면... 네 마음대로 해... 이제는 신경을 안쓸게.............."

"고마워요... 엄마... 그리고 걱정마세요... 유진이누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성적인 감정이 생기겠어요?... 몇년있으면 결혼할텐데 아마 누나는 저를 그냥 애로 볼거에요........"

진지하게 말하는 태수를 보자 혜영은 웃음이 나왔다.

"그거야 모를일이지... 너와 나는 나이 차이가 훨씬 더 나잖아................"

그말에 태수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그렇네요........................................................."

한참을 웃던 태수는 엄마를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한테는 엄마밖에 없으니까 걱정마세요... 그리고 엄마가 질투를 해줘서 기분도 좋아요................"

혜영도 태수의 말이 고마워서 그를 껴안아 주었다.

"네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잘 알고있으니까... 이제 더이상 신경쓰지마... 앞으로는 너를 힘들게 안할게....."

엄마의 미소짓는 얼굴을 바라보던 태수는 애틋함이 올라와서 키스를 해주었다. 오래동안 키스를 하던 혜영은 문득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태수야... 오늘 나와 어디 놀러갈래?.............................."

"네?........................................................................."

태수는 깜짝 놀라서 엄마를 쳐다보았다. 돈을 벌기에 바빴던 엄마는 지난 몇년동안 어디를 놀러나간적이 없었다.

"책방은요?..............................................................."

"오늘하루 문 닫으면 되지..........................................."

"일요일에요?..........................................................."
"좀 손해가 있겠지만... 그래도 방학동안에 어디를 못 가본 네가 마음에 걸려서 그래................."

"저는 괜찮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하지만... 내 마음이 좀 그렇네... 그리고 너와 어디 놀러가본적이 오래 되었잖아... 그래서 이번기회에 나도 바람을 쐴겸해서 그러는거야... 내가 같이 나간다면 그럴거지?............"

그러자 태수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엄마가 같이 가주신다면 저야 좋죠... 그렇게해요... 그럼 엄마와 데이트를 하는거네요?..........."

"그러네................................................................."

마구 웃고있는 엄마를 보던 태수는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 안고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아무말 없이 엄마의 가느다란 허리를 안고 그에게로 끌어당겼다. 아들에게 안긴
혜영은 점차적으로 커져가는 그의 성기를 감지하자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안지치니?... 어제밤에 두번이나 했잖아....................."
"엄마를 보기만 해도 안아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면서 태수는 수줍은듯이 얼굴에 홍조를 띄는 엄마를 더듬으면서 입을 맞추었다. 
그날밤 명숙은 잠이 들기위해 선규와 침대에 누워있었다. 갑자기 섹스를 많이 한탓인지 몸이 놀라서
오늘은 피곤하다고 하자 선규는 아무반대없이 그녀의 청을 들어주었다. 옆에 누워있는 선규를 보니 예전처럼 불안하고 어색한 느낌은 더이상 들지않았으나 아들과 성행위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것이 계속 이상하기만 했다.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할려고 애를 써도 선규가 낯설게 느껴졌고 또한 그들의 관계가 다른 사람들에게 탄로날까봐서 계속해서 은연중에 조바심이 들어 가슴이 무거웠다. 다행히 선규는
예전처럼 상냥하고 온순해졌고 전보다는 그녀에게 더 잘할려고 노력하는 인상을 받았다. 잠도 잘 오질 않아서 한동안 누워있는데 옆에서 선규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

"엄마... 자?........................................................."
"아니... 아직 안 잤니?..........................................."

"응... 잠이 안오네................................................"

"빨리 자야지... 내일부터 또 배달나가야 하잖아........."

"엄마는 왜 안자?................................................."

"나도 잠이 안오네..............................................."

"그럼 엄마...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엄마는 왜 섹스를 싫어해?..................................."

그러자 명숙은 고개를 돌려 선규를 쳐다보았다.

[또... 무슨소리를 하고싶어 이러는거야?................]

"그냥...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니?........................."
"궁금해서 그러는거야... 생각해보니 난 엄마를 잘 모르는것 같애... 엄마의 모든것들에 대해서 알고싶거든........."

명숙은 어쩐지 자신의 성적인 면을 아들에게 말해주는것이 창피했지만 그래도 그런것들을 말해주면 선규가 그녀를 더 잘 이해해 줄것 같아서 말하기로 하였다.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처음에 그런걸 알았을때 무척 혐오감이 났었어... 그리고... 남자들이 여자를 볼때 그런걸 생각한다는것도 싫었고... 그래서... 성관계는 아이를 낳을려고...
 할수없이 하는거라고 생각했을 뿐 즐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이를 들면서 그런 생각이 머리에 자리잡게 되더라..................................."

"그럼... 차라리 수녀나 비구니가 되지 어떻게 아빠를 만나 결혼할 생각을 했어?......................"

"남들도 다 결혼을 하니까... 나도 그래야 되는줄 알았지... 그리고... 연애할때는 네 아빠도 다정했었어... 내가 거기에 넘어간거야...................................."

그말을 듣자 선규는 벌떡 고개를 들었다.

"아빠가 엄마한테 어떤식으로 다정하게 했는데?......."

순간 명숙은 속으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얘기만 나오면 선규가 예민한 반응을 보여서 되도록이면 선규앞에서 애 아빠를 얘기 안 할려고 조심했었는데 그만 저도모르게 말이
나온 것이었다.

"그냥 보통 연인들처럼 잘해주는거 있잖아... 그리고 그때는 나도 감수성이 예민한 때였고 연애를 해본적이 없어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나오니까 그렇게 된거야............."

"그때... 행복했었어?.........................................."
 

선규의 말에는 무언가 기분나쁘고 비꼬는듯한 어조가 담겨있었다. 명숙은 선규가 또 토라지지는 않나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기억도 안나......."

한동안 적막이 흐른 뒤 선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은 행복해?.............................................."

"응..............................................................."
"그때보다 더 행복해?......................................"

속이 답답해진 명숙은 선규에게 다가갔다.

"선규야... 너는 지금 내가 너와 네 아빠중에서 누구를 생각하며 살거 같니?................"

"엄마속을 내가 어떻게 알아?............................"

퉁명스럽게 말하는 선규때문에 명숙은 한숨이 나왔다.

"그거야 당연히 너지... 내가 왜 네 아빠를 생각하며 살겠어?...................................."

"아빠가 엄마의 첫사랑이 아니야?... 첫사랑은 못잊는다는데 엄마도 그럴거 아니야......"

"그렇게 안좋게 이혼했는데 무슨 첫사랑이야?... 자꾸 네아빠와 너를 비교하지마... 너는 너고 네 아빠는 네 아빠야..............."

자꾸 전남편의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속이 몹시나 상한 명숙은 짜증이 나서 등을 돌려버렸다. 그러자 선규는 뒤에서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

"화났어?...................................................."

".............................................................."

"미안해... 엄마..........................................."

선규가 부드럽게 달래며 어루만져주자 명숙의 속은 어느정도 풀어지게 되었다.

"네 아빠는 이젠 나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나한테는 오로지 너뿐이라고... 알았니?.........."

"응.........................................................."

한동안 가만히 있던 선규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말 나만 생각하는거야?.........................."

"..........................................................."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명숙에게 선규는 얼른 말했다.

"엄마가 이해해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거가 있다면 엄마도 불안하지가 않겠어?.............."

"과거?..................................................."

선규의 말에 기가 막힌 명숙은 말이 안 나왔다.

"엄마가 나만 생각하나를 계속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

그말을 들은 명숙은 아들에게서 강한 소유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누워 선규의 가슴을 안으며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너만 생각하니까 걱정하지마... 알았지?.................................."

선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휴... 애물단지가 따로 없네... 어떻게 자기엄마에게 그런 불안감을 가질수가 있을까?..........]

그러는데 선규가 또다시 물어왔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섹스를 좋아하게 될것 같애?..............."
"몰라... 싫은 사람한테는 이유없이 싫은거야... 그걸 억지로 강요할수는 없어... 그냥 엄마와 이렇게 같이 있는걸 좋아해주면 안되겠니?... 나는 너와 이러는게 좋거든........."

"정말 나와 이러는게 좋아?............................................"

"응... 나와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그랬지?... 우선 이렇게 하며 시작하자... 생각해봐... 세상에 어떤 여자가 처음부터 성을 생각하며 다가오는 남자를 좋아하겠니?.............."

선규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말이 맞는것 같애... 그럼 내가 이렇게 엄마를 안아주고 잘해주기만 하면 나를 남자처럼 사랑할수 있을거 같애?............"
"당연히 그러겠지... 원래부터 너를 사랑했는데... 네가 그래주면 내 마음이 더 빨리 너를 받아들일거야..............................."

그러자 선규는 잠잠해졌다. 명숙은 선규와의 이 대화가 일단락된거 같아서 안도를 했다.

[보통 남자라면은 이렇게까지 힘이 안들텐데... 애하고 이런말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하네......................]

잠시 그러고있는데 선규의 말소리가 또 들려왔다.

"우리같은 엄마와 아들이 이세상에서 얼마나 있을까?..........."
"아마 너와 나 둘뿐일거야..............................................."

"태수네도 우리처럼 이럴까?..........................................."

그말에 명숙은 고개를 번쩍 들어 어둠속에 있는 선규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냥... 태수네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기에 궁금함이 든거야.............."

"그사람들은 이런걸 꿈도 못꿀 사람들이야... 그리고 너...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절대로 아무에게 말하면 안돼... 알았지?............."

경각심이 들어간 그녀의 어조에 선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아무에게도 말 안하겠다고 약속했잖아... 나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기싫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무슨말을 못하겠네... 이리와봐.........."

그리고는 그를 쳐다보는 엄마를 끌어안고서 입을 맞추었다. 다음날 책방에서 혜영은 지난번에 태수가 사다준 카펜터스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제 태수와 시외로 오래간만에 놀러갔다
와서 그런지 기분이 상쾌했다. 돈 벌기에 바빠서 그런식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것을 잊고있었는데 나가보니 머리속이 맑아지며 가슴속이 시원했었다. 
더군다나 옆에서 태수가 그녀를
챙겨주며 데이트상대가 되어줘 마음이 흐뭇했고 더 즐거웠었다.

처음에 태수와 이렇게 살기로 결정을 내렸을때는 무척 어색했었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과연 아들과 이렇게 살수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서
차차 그런걱정이 사라지며 현실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거참 이상하네... 아들과 이런다는게 망측하고 우스운 일인데 이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안드네... 마치 진짜로 남자와 연애를 하는 기분이야.....................]

그러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유진이였다. 바깥을 바라보니 벌써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는 유진의 얼굴에는 약간의
근심하는 빛이 서려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응... 잘 있었어?........................................................"

"네... 어제는 무슨일이 있었어요?... 책방에 왔었는데 문을 안열으셨대요.............."

"그랬어?... 어제 태수와 바람을 쐬러 나가서 문을 닫았었어..."

그러자 유진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셨어요?... 전 또 아주머니가 어디 편찮으셨나해서 걱정했었거든요..................."

"그런 걱정을 해줘서 고마워... 사실 태수가 방학도 끝나는데... 일요일마다 여기를 나오느라고 어디 놀러가보지도 못했었거든... 그게 마음이 걸려서 그랬었던거야........."

"태수는 평일에도 바빠요?............................................"

"말 안해?.................................................................."

"네.........................................................................."
"평일에는 아침과 저녁으로 우유와 신문을 배달해... 그래서 자기시간을 가질 틈도 없어.........."

그러자 유진의 얼굴에서는 알수없는 표정이 스쳐갔다.

"볼때보다 느끼지만 태수가 생각보다 많이 어른스럽네요..."

그말에 혜영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부모를 잘못만나서 고생하는거지... 다른애들은 그시간에 하고싶은것을 하면서 한창 놀텐데......"

그말이 끝나자 유진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머니와 태수는 참 아름다워 보여요........................"
"뭐가?...................................................................."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하잖아요... 부모와 자식간에 그런다는게 흔하지 않거든요..................."

미소짓는 유진을 보면서 혜영은 어제 태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저번에는 괜히 심통이 나서 삐뚤게 보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대하니 역시 유진은 착한 애였다. 사람을 침착하게 만들고
편안하게 해주었으며 사려도 깊이 있게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태수가 그녀를 좋아하는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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